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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종교인 순례단은 50일 째 한강과 낙동강을 모시고 1500리 을숙도에 이르렀다. 순례의 길은 종교인으로서 올바로 가르치지 못한 삶에 대한 참회였고, 자연의 생명과 인간의 평화를 깨려는 무분별한 개발에 대한 저항이었다. 이는 개발독재에 사라질 금수강산을 지키기 위한 생명과 평화의 행진이었다. 이는 농민조직을 결성한 케사르 차베스의 ‘정의를 위한 행진’이었으며, 영국의 소금법에 반대하며 벌인 간디의 ‘소금 행진’이었다.

 

4월 1일 오전 9시, 100여명의 수녀님들과 30여명의 성직자들과 150여명의 시민들이 낙동강 대교에서 출발해 낙동강 하구언을 지나 을숙도에 이르렀다. 그 길에 10여명의 유치원 아이들과 5명의 엄마가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함께 걸었다. 을숙도에서 부산 시내를 바라보며 강을 지키고 섬기겠다는 3배를 올리며 한강 낙동강 대장정의 순례를 마감했다.

 

오후 1시에 ‘이명박표 대운하 100일 순례’ 시작의 반을 마감하는, 불교 개신교 원불교에 이어 ‘생명의 강, 그 평화를 기원하는’ 천주교 미사가 열렸다.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서 70여명의 신부들과 150여명의 수녀들과 500여명의 신자들이 생명과 평화의 강물로 모였다.

 

강의 평화를 위한 아름다운 미사는 4대 종교 연합합창단(불교 원불교 천주교 개신교)의 합창으로 막을 올렸다. 한강 낙동강 영산강 금강이 바다로 흘러 한 몸을 이루듯 연합합창단의 고운 선율은 인간과 자연을 하나로 이어주었다.

 

주례자인 안승길 신부와 순례자인 문규현, 김규봉 신부가 중앙제단에 올랐고 순례단원들도 제단에 초대되었다. 제1독서에서 “‘자, 성읍을 세우고 꼭대기가 하늘까지 닿는 탑을 세워 이름을 날리자.’주님께서는 그들을 거기에서 온 땅으로 흩어 버리셨다. 그래서 그들은 그 성읍을 세우는 일을 그만두었다”는 바벨탑 말씀(창세기 11, 1-9)이 봉독되었다. 바벨탑과 같은 대운하가 중단되길 바라는 간절한 기도였다. 화답송으로 “고운동 계곡이 잠긴다네 고운동 달빛이 사라진다네. 꽃들의 희망도 잠기겠지. 새들도 말없이 떠나가겠지” 라는 ‘고운동 달빛’(한돌) 노래가 을숙도 공원을 가득 매웠다.

 

복음은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니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게 하셨다.”는 루가(4, 16-21)복음이 선포되었다. 순례자인 김규봉 신부의 강론이 이어졌다.

 

“4개 종단의 성직자들과 함께 하는 순례는 참으로 행복했다. 50일 동안 강을 따라 거닐면서, ‘하느님께서 강물로 흐르시는 구나. 하느님께서 강물로 말씀하시는 구나’하는 영감을 얻었다. 1500리 한강 낙동강을 걸으면서 ‘우리 강산이 이렇게 아름답구나. 그래서 금수강산이라고 했구나. 인간이 함부로 손을 대어서는 절대 안 되는구나.’하는 신의 진리를 깨닫게 되었다. 진리의 길을 따라 가는 4개 종단 성직자들의 순수한 영혼들처럼 맑은 강물이 그대로 흘러 바다로 가길 걷고 걸으며 기도했다.”

 

하늘과 땅을 잇고 인간과 자연이 상생하기를 희망하는 신자들의 간절한 기도가 이어졌다.

“생명은 ‘살아라’(生)는 ‘명령’(命)입니다. 임의로 축소시켜서도, 제한해서도 안 되는 神의 명령이 ‘生命’입니다. 스스로 존재하는 것이 자연이듯이, 유유히 흐르는 강물의 도(道)가 가장 아름다운 길이자 법칙입니다.

 

50일 순례를 하였습니다. 강에는 생명을 섬기는 이들의 발자국들만 남았지만, 순례를 마친 이들의 마음에는 수 천리 강 길이 아로 새겨져 있습니다. 너그럽고 자애로운 마음은 자연을 모실 줄 아는 축복입니다. 잠시 침묵 중에 너그럽고 자애로운 마음으로 이 세상에서 어리석은 탐욕들이 사라지길 간절히 기도하며 그렇게 살아갈 것을 다짐합시다.”

 

기도에 이어 “오 아름다워라. 저 하늘의 별들 형님인 태양과 누님인 달은, 오 아름다워라. 어머니신 땅과 갖가지 꽃들 바람과 불 갖가지 생명 적시는 물결….”프란치스코 성인의 태양의 찬가가 봉헌성가로 드높이 솟아올랐다.

 

순례의 여정을 함께 하려는 염원을 담은 “아리랑 아리랑 홀로 아리랑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 보자. 가다가 힘들면 쉬어가더라도 손잡고 가보자 같이 가보자.” 홀로 아리랑 노래가 축성된 빵(성체)을 나누는 성체성가로 흥겹게 울려 퍼졌다.

 

미사를 마치고 순례단원 소개와 단장님의 인사가 있었다. 이어서 순례단원인 최종수 신부가 성명서(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천주교창조보전전국모임)를 낭독했다.

 

 

“이미 여러 방송과 언론이 경제와 환경, 역사와 문화 등 전 분야에서 걸쳐 한반도 대운하에 관한 검증을 마친 바 있습니다. 운하의 효과는 겨자씨만한데 부작용은 코끼리와 같다는 게 한결같은 결론입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국민이 맡긴 5년의 권력을 마치 신권이나 쥔 것처럼 여전히 대운하를 밀어붙일 태세입니다.

 

민심은 천심입니다. 민심을 읽지 못하는 이명박 정권은 마치 성서의 유다와 같습니다. 이 정권은 돈의 우상에 사로잡힌 유다가 스승 예수를 ‘은돈 서른 닢’에 팔아넘겼듯이 성장의 이름으로 하느님의 창조물인 강과 산을 건설대기업들에게 팔아넘기려 하고 있습니다.”

 

김민해 목사가 한강에서 낙동강까지 순례를 마친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의 <부산 을숙도 선언>을 낭독했다. 

 

“우리 순례단은 평일에는 50명 이상, 주말에는 수백 명의 순례 참가자들과 함께 강변길을 걸어서 왔습니다. 연인원 1만 명 이상의 사람들을 만나 위기에 처한 생명의 강을 위해 참회와 성찰의 기도를 하며 ‘이명박표 한반도 대운하 구상’이라는 ‘유령’의 실체를 두 눈 똑똑히 보았습니다.

 

우리 순례단이 가는 길은 생명과 평화의 길이요, 상생의 길이었습니다. 그러나 대운하 구상은 아무리 생각을 해도 ‘한반도 대재앙’이자 누대에 걸쳐 흐르는 ‘죽음의 대운구 행렬’일 뿐이라는 것을 절감하고 또 절감했습니다.

 

우리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은 앞으로도 각 종교계의 성직자들뿐만이 아니라 운하백지화 국민행동 등의 모든 단체와 연대할 것이며, 전국의 문화예술인들과 운하 반대를 선언한 교수들, 전 세계의 전문가들과 해외동포 등과도 긴밀히 연대해 범국민적이고도 범지구적인 생명평화 운동으로 확산시켜나갈 것입니다.”

 

 

4개 종단이 함께 드린 아름다운 미사의 파견노래로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민중가요가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미사에 이어 부산 민예총 주관의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생명의 순례 부산문화 한마당이 이어졌다. 모듬북 공연(파루), 생명의 강을 살리기 위한 퍼포먼스(부산민족미술인협회), 시낭송(강은교, 박남준 시인), 생명살림춤(임현미)에 이어 가수 김원중의 노래로 막을 내렸다.

 

영원한 인류의 화두는 생태보존이다. 생태계가 파괴되고 나면 사람은 살 수 없다. 사람이 사라진 지구는 더 이상 새의 노래도 신을 찬양하는 성가도 울려 퍼지지 않을 것이다. 무분별한 개발과 성장, 자연을 배려하지 않는 풍요와 편리는 생태계의 적이다. 돈의 우상을 신봉하는 무분별한 개발과 성장의 무덤에서 해방되는 길만이 우리 모두가 살아갈 길이다. 인간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라도 강과 산을 보호하고 자연과 더불어 평화롭게 살아가는 지혜로운 삶을 선택해야 한다.

 

우리가 끊임없이 행복을 추구하는데 행복하지 않는 이유는 무얼까. 불가능한 일을 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가능한 일이라고 해서 아무렇지 않게 행하는 데서 오는 것일 때가 많다. ‘이명박표 대운하’는 가능하지만 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인간뿐만 아니라 동식물에게까지도 불행한 미래가 열리기 때문이다.


태그:#대운하 , #이명박, #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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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 기자는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의 일꾼으로, 불평등한 소파개정 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으로 2000년 6월 20일 폭격중인 매향리 농섬에 태극기를 휘날린 투사 신부, 현재 전주 팔복동성당 주임신부로 사목하고 있습니다. '첫눈 같은 당신'(빛두레) 시사 수필집을 출간했고, 최근 첫 시집 '지독한 갈증'(문학과경계사)을 출간했습니다. 홈피 http://www.sarang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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