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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동과 가리봉동, 신도림동을 포함하는 구로을 지역구는 '정통 구로동'에 가깝다. 70~80년대 공단산업의 메카 구로공단의 이미지가 채 걷히지 않은 곳이다. 물론 현재는 많이 개발됐다. 특히 신도림은 외관상으로 목동과 별반 다를 바 없다.

 

그럼에도 아직 가리봉동 한 구석엔 여공들의 숙소로 쓰이던 '벌집' 형태의 집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재중교포들을 포함한 저개발 국가 근로자들이 유난히 많은 지역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가리봉동에서 신도림동을 오가면 70년대에서 첨단사회로 변모한 과정을 고스란히 알 수 있다.

 

그런 구로구가 요즘 뜨겁다. 이른바 스타급 여성 의원들이 자신의 첫 지역구로 이곳을 놓고 격돌했기 때문이다. 통합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자존심을 걸고 이 지역에 박영선(48), 고경화(45) 의원을 공천했다.

 

 구로을에 출마한 한나라당 고경화 후보(왼쪽)와 통합민주당 박영선 후보

MBC 보도국 기자, 앵커, 열린우리당 대변인 등 화려한 경력을 쌓은 박영선 의원과 사회복지전문가로 국회정책연구위원, 보건복지위·여성가족위 간사 등을 두루 거친 고경화 의원이 맞붙게 되자 이 지역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박 의원 공천이 확정된 후 첫 여론조사에서 박영선 26.3%- 고경화 30.3%로 고 의원이 앞섰고, 지난달 2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23.6%-30.9%로 차이가 더 벌어졌다. 그러나 그 다음날인 2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박영선 29.4%- 고경화 26.3%로 박 의원이 앞선 것으로 나왔다.

 

두 후보 발바닥엔 불이 났다. 27~28일에 거쳐 만난 박영선, 고경화 후보는 마치 축지법이라도 쓰듯 지역구를 누비고 다녔다. 뒤늦게 뛰어든 박 후보는 물론 고 후보도 1분 1초를 아끼고 있었다. 워낙 빨리 움직여 사진 찍는 것마저 수월치 않은 상황.

 

어렵게 시간을 낸 박영선 후보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고경화 후보는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다며 이메일로 기자의 질문에 답했다. 아래 이야기는 두 후보의 대답을 가상 대화로 엮은 것이며, 고 후보의 대답은 문서로 된 답변을 정리한 것이다.

 

"구로는 나를 사람 만들어 준 곳"-"구로 소외계층 국가가 나서야" 

 

 통합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지나가는 시민에게 명함을 건네고 있다.

- 선거운동은 어떻게 하고 있나? 또 지역을 누비며 느낀 바닥 민심에 대해 들려 달라.

박영선(이하 박) "아침 6시부터 시작해 법정선거운동 시간인 밤10시를 꼬박 채우고 있다. 대선 때에 비하면 굉장히 좋아졌다. 주민들이 '꼭 이겨 달라', '견제세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 해주신다. 구로구에 오래 사신 분들이 많은 것 같다.

 

고경화(이하 고) "비례대표가 책상에서 일했다면, 지역구는 국민과 현장으로 들어와 일한다는 걸 배웠다. 새벽 5시 남구로역 인력시장에 갔더니 '한나라당이 잘해야 한다', '이제 경제 진짜 잘해야 한다'는 따끔한 충고들을 해주셨다. 현장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늘 자극이 되기에, 많은 유권자 분들을 만나려고 노력한다."

 

- 구로 지역을 잘 모른다는 지적이 있다. 

"기자 시절인 1990년 '구로동 벌집촌 24시'라는 제목으로 소외계층의 어려운 삶을 보여주어 사회에 반향을 일으킨 일이 있다. 지금은 아파트로 변했지만 당시 상·하수도 시설도 없고, 공중화장실을 써야 하는 현실에 많은 시청자가 놀랐다. 그때 강한 인상을 받았고, 이후 어려운 분들을 도와드리는 기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구로동은 나를 사람 되게 해 준 곳이다."

 

 "당직자로 정책을 다루고 있을 때 구로지역 복지실태에 관심을 둔 적이 있다. 구로는 발전 욕구가 강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국가의 보살핌이 필요한 소외계층이 많다. 따라서 경제발전 그리고 복지증진을 위해서도 복지전문가인 내가 이 지역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 흔히 구로구는 '변두리' '변방' '소외지역'이란 이미지가 있다. 어떻게 고쳐가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사람들이 구로가 이만큼 변한 걸 모른다. 구석구석을 보면 '천지개벽을 했다'라는 말이 나온다. 이제는 제2의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동안 단순개발을 했다면 이제는 종합적·복합적·입체적 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뉴욕 맨해튼이 중앙공원이 있어 그 가치가 올라가는 것처럼 즐기며 쉬어가는 휴식공간이 있어야 전체의 가치가 올라간다."

 

"해당 이미지를 구성하고 있는 문제점들을 찾아 하나씩 고쳐가야 한다. 공약에도 이야기했듯 '뉴타운식 도시광역개발'을 진행하고, 도로의 맥을 뚫어 '사통팔달' 구로를 만들어야 한다. 용도에 맞는 생활권역 조정을 하고, 첨단기업과 IT 중소기업을 유치하고 기업 규제를 완화해 구로의 대표 이미지인 디지털을 극대화해야 한다."

 

"이명박식 밀어붙이기는 안돼"-"남의 공약 도용한 것 사과하라"

 

 한나라당 고경화 후보가 유권자와 손잡고 말을 건네고 있다.

- 상대에 대해 평가한다면.

"여성가족위원회에서 같이 지냈지만 긴 이야기를 나누어보진 못했다.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 아닐까 싶다.

 

하지만 나와는 관심사가 다른 것 같다. 나는 구로의 개발을 종합적으로 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형태라면, 저쪽은 이명박식 밀어붙이기 개발이다.

 

구로의 문제가 원래는 종합개발이었는데 한나라당 소속 구청장이 등장하면서 아파트 단지와 빌딩 숲만 있는 '조각' 개발이 됐다."

 

고 "요새 박영선 후보께서 구로에 너무 급하게 오셨는지 저의 대표 공약인 '뉴타운 개발'을 도용해 마음이 아프다. 공정한 경쟁을 통해 페어플레이를 원하는 바다. 평소 잘 접해보지 못해 모르지만, 선거기간 느낀 박 후보는 방송인 출신답게 깔끔한 이미지에 단아한 모습이 보기 좋다. 그러나 정치는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국회의원은 정책과 입법으로 승부해야 하고, 자신만의 정책이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저의 공약을 도용하신 것에 대해 반드시 사과하셔야 할 것이다."

 

한편 고 후보의 공약 도용 주장에 대해 박영선 후보는 이렇게 답했다. 

 

"논할 가치가 없다. 그런 식이라면 고 후보는 2006년 구청장에 출마한 한나라당 양대웅 구청장을 따라한 것이다. 이 지역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현안이라 누가 출마해도 같은 표현을 쓴다. '광역개발'이란 법정표현을 쓰려다 잘 와닿지 않는다고 해서 쓴 표현일 뿐이다."

 

- 작년 구로구청에서 가리봉동 동명 개정을 위해 응모를 벌였다. 당시 많은 응모작 중 '첨단동'을 당선작으로 선정해 논란이 일어난 일이 있다. 적절하다고 보는지?

박 "이름을 바꿔서 이미지를 바꾸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그것보다는 문화를 곁들여야 한다. 가리봉동은 촉진지구로 지정이 돼 개발이 된다. 서울에서 유일하게 미래의 희망이 되는 것이다. 어떻게 개발하느냐에 따라 더 잘 사는 구로가 될 수도 있고, 동양의 실리콘 밸리로 바뀔 수도 있는 곳이다."

 

고 "동명 개정은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도 중대한 문제지만, 구로 전체 구민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구로의 이미지와도 연관성이 깊은 만큼 여론수렴과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 꼭 필요하다면 타당성 검토를 거쳐 구로의 전체 이미지 정책과 연계해 개정해야 한다. 어느 한 곳만 첨단이라고 한다면 다른 동에 미치는 상대적 피해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 구로구에 시급히 정비하거나 고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또, 꼭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가장 필요한 건 숲이다. 숲은 상징적인 단어다. 나무 냄새가 나는 거리가 필요하다. 가로수를 바꾸고 싶다. 운치가 나는 것으로 심고 싶다. 디지털 단지에도 나무 냄새나는 가로수를 조성하고 싶다."

 

"주거환경이다. 앞서 말했듯이 뉴타운식 광역개발로 선진 주거환경을 조성하고 주거에 불편을 주는 여러 요소들을 정책적으로 해결하겠다. 구로1동 철도기지를 신속히 지하화 하고 대체도로를 확보해 교통의 맥을 뚫겠다. 또 준공업지역 규제완화를 통해 공동주택건설을 확대하겠다."

 

- 승리할 자신이 있나? 유권자에게 자신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를 말해달라.

" '한다면 한다.' 이것이 기자생활 뿐 아니라 17대 국회에서 보여준 나의 인상이라 말하고 싶다. 나름대로 추진력을 갖고 있다. 크게 두 가지 목표로 잡았다. 디지털+문화, 생태+경제다. 예를 들어 구로구를 흐르는 안양천을 생태하천이라고 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생태 마라톤 등을 열어 구로에 시선이 모여야 한다. 살기 좋은 곳, 세계인의 시선을 끄는 구로로 만들겠다.

 

반드시 약속은 지킨다. 추진력 있는 박영선을 뽑아 주시면 MBC뉴스를 대한민국 최고의 가치 있는 뉴스로 만들려고 했던 것처럼, 구로에 사는 것이 자긍심이 되도록 저의 열정을 바쳐 노력하겠다."

 

"승리를 자신한다. 구로구민 여러분들은 분명히 현명한 선택을 하시리라 굳게 믿는다. 이번 총선에서 야당이 힘을 얻게 된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제대로 된 정책도 펴보지 못하고 허수아비 대통령으로 전락할 것이다. 국가 주요 정책은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대통령이 경제를 살리기 위해 아무리 애를 써도 야당 국회의원들이 발목을 잡는다면 우리 경제에 희망이 없다.

 

구로 발전을 위해서는 이명박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고, 서울시장의 협조와 구청장의 역할도 막중하다. 나는 한나라당에서 오랫동안 정책을 조정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이명박 대통령, 오세훈 서울시장, 양대웅 구청장 모두 한나라당이다. 같은 바탕 아래 중앙정부-서울시-구로구청의 삼각공조를 반드시 이루어 내겠다."

 

이 두 후보 이외에도 자유선진당 한형교(46), 민주노동당 유선희(41), 친박연대 조평열(60), 평화통일가정당 정호윤(34) 후보가 출마해 지역을 누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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