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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승격을 추진하고 있는 당진군 주도로 대규모 위장전입이 이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당진읍은 지난 8월 3만8000명선이던 인구가 11월 들어 5만명을 넘어섰다. 불과 석달 만에 1만2000명 넘게 급증한 것. 당진군 내부 공무원들도 '최소 1만명 이상이 위장전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진군은 2006년 시 승격을 위한 당진읍 인구 5만 목표를 정한 바 있다. 의문은 2년 동안 수만명이 위장전입하는 불법이 왜 드러나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다.

 

정치인은 치적 쌓기, 공무원은 자체 승진

 

여기에는 중층적인 공모사슬이 존재한다는 게 지역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우선 당진군수와 지방의원 등 정치인들은 '시 승격 달성'이라는 치적쌓기로 이를 독려했다. 향후 정치적으로 유리한 행보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시 승격은 현 민종기 군수의 공약이기도 하다.

 

소속 공무원들은 시 승격을 만연된 인사적체 해소의 해결책으로 보고 있다. 시 승격시 국·실·과는 물론 공무원수가 늘어나 자체 승진 요인이 발생하는 것. 지역민들은 공무원을 동원한 대규모 위장전입이 가능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고 있다.

 

위장전입에 나설 수밖에 없는 갖가지 압박과 기상천외한 방법이 동원되기도 했다. 주변 공무원들은 "처음에는 불법행위라 반발이 있었지만, 위장전입 자체가 애향심의 표현으로 평가되면서 죄의식이 사라졌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 당진군은 매주 월요일 과장급 회의를 통해 전입 실적을 보고하게 하고 실적이 낮은 경우 이를 질책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회의 장면을 청내 내부유선망을 통해 생중계했다.

 

당진읍에 사는 A씨는 "당진군청 공무원이 할당량을 채워야 한다며 부탁해와 할 수 없이 면 단위에 사는 시어머니 주소지를 함께 사는 것처럼 이전했다"며 "이전을 하면서도 군청에서 너무 심한 요구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역민에게는 '교부금 증가' 홍보... "엇나간 지역사랑"

 

이 때문에 군청직원 집 한 곳에 83명까지 등재하고 상품권까지 주며 대학 기숙사생을 전출시켜 문예회관 등에 무더기 전입시키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게 된 것.

 

당진군은 또 당진읍 인구 5만 목표를 달성하자 추경예산 3000만원을 반영해 전 부서에 회식비를 돌리는 등 포상했다.

 

다른 한편 지역주민들에게는 시 승격시 교부금 수백억원이 늘어나고, 사회복지 및 SOC 확충으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당진주민들은 무리한 위장전입으로 지난 대선에서 투표권까지 제약받았음에도 항의조차 하지 못했다.

 

지역사회 전체가 집단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에 항의할 경우 오히려 애향심이 부족한 사람으로 지목돼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진참여연대 관계자는 "최근 몇 년동안 지역사회 전체가 시승격이라는 자기함정에 빠져 불법마저도 합리화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며 "엇나간 지역사랑이 빚어낸 촌극"이라고  말했다.

 

당진군수 "자체조사해 시정조치 하겠다"

 

이와 관련 민종기 군수는 1일 보도해명자료를 통해 "전입운동은 당진에 내려와 기업을 하고 있으면서도 전입을 꺼리는 기업체 임직원과 대학생 등 '거주 비전입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며 "일부 타읍면에서 당진읍으로 전입한 사례가 있으나 본인의 의사를 무시한 전입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지나친 과열경쟁이 유발된 것도 사실"이라며 "자체 조사를 통해 비거주자의 전입 등 법적인 문제 소지가 있는 부분은 주민등록을 원상복구하는 등 즉시 시정토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은 당진군의 무더기 주민등록 이전에 대한 수사에 나섰으며 행정안전부와 충남도도 감사를 벌일 예정이다.


태그:#당진군, #위장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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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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