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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의 '중2동 파출소'는 정말 아름답다. 벚꽃이 핀 꽃 대궐 속에 자리한 동네 파출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파출소이다. 사건·사고 하나 없는 듯 조용하고 한적한 달맞이 동산에 있는 중2동 파출소에는 주민들의 휴식공간이자 만남의 쉼터가 있다. 파출소 마당에서 올려다보는 봄 하늘 벚꽃들이 아름다운 수를 놓고 있다.
 
 
경찰을 '민중의 지팡이'라 부르지만, 아무 죄도 없으면서 경찰서나 파출소 들락거리는 일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동네 파출소는 용무가 없어도 자주 방문하는 일은 괜찮을 듯하다. 죄가 없는 사람도 경찰서 앞에서 괜히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은 윤동주 시인의 시처럼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다'고 감히 말할 수 없기 때문일까. 시민의 보호와 범죄 예방을 위해 밤낮없이 수고하는 요즘의 경찰 아저씨들은 대부분 친절하다. 무슨 이야기든 나누어 보면 알 수 있다.
 
우리의 '경찰'의 역사는 그 명칭에서 거슬러 볼 수 있겠다. 조선 전기의 '순라군'이 조선 중기에는 '포교'로 불리고 구한말에는 '순검' 일제 암흑기에는 '순사' 해방 이후에는 '순경'으로 불렸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경찰'이란 명칭도 시대 따라 이제 친근감이 느껴지는 이름으로 바뀌어야 할 것 같다.
 
 
대개의 경찰서는 오래된 건물이 많고 분위기가 삭막하고 칙칙한데 '중2동 파출소'는 그림 속의 꽃 대궐처럼 서정적 풍경에 둘러싸인 파출소다. 사건·사고가 하나 없는 하늘 아래 동네에서 제일 평화로운 파출소 같다. 
 
마침 경찰 아저씨가 경찰서 문밖으로 나오기에 "아저씨, 이 동네는 사건 같은 건 없지요?" 하고 물었다. 아저씨는 실소하며 "한 달에 서너 건쯤은 신고가 들어옵니다. 그런데 그건 왜요?"하고 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환한 벚꽃길 속으로 순찰차를 몰고 사라졌다.
 
해운대 중2동 파출소는, 소속 경찰서 지구대에서 파견나온 경찰 아저씨들이 순번식으로 지키고 있었다. 동네 한 바퀴를 순찰하는 사이에 혹시 사건 신고가 있을까 해서 인터폰이 설치되어 있었다.
 
 
죽는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 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 윤동주 '서시'
 
 
우리나라에 경찰에 대한 나쁜 이미지의 시작은 아무래도 일본 순사로부터 파생된 것이다. 1904년 일본 공사의 '하야시 곤스케'가 우리나라 전 영토의 4분의 1이나 되는 황무지 개간 권리를 한국 황실에 강요하자 이에 분개한 국민들이 상소·집회·격문 등으로 일대 저항운동을 시작했고 이를 구실삼아 헌병 및 경찰제를 확립시켰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식민정책을 위한 구실이었다고 한다.
 
 
요한 복음 8장 7절에 '너희 중에 누구든지 죄 없는 사람이 먼저 저 여자를 돌로 쳐라'고 적혀 있는 것처럼, 정말 죄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다'는 말을 선거철에는 자주 듣는다. 아니 평소에도 '나는 정말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어' 하고 망설임 없이 말하는 사람도 본다. 그러나 죄가 있고 없는 것은 사람이 알 수 있는 일은 아닌 듯하다. 오직 티끌 하나 없는 맑은 거울 같은 하늘만이 알고 있을 것 같다.
 
 
죄를 지은 이 몸은 살속까지 당신 진노 앞에 성한데가 없사옵니다. 정녕 내 잘못은 내 머리 훨씬 위에 있어 무거운 짐처럼 모질게 억누릅니다. - 구약성서 시편 38:3-4
 
 
너무나 유명한 성철 스님의 '임종계'처럼 시인 릴케도 자신을 일러 '이 세상에 유배되어 온 죄인이다'고 했다. '죄 있는 자는 다른 사람이 모두 자기를 비방하는 줄 안다'는 영국 속담처럼 죄 없이 한 세상을 산다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그러나 자신이 아무리 죄를 짓지 않으려 해도 '무전 유죄'의 죄인도 있다. 이 거대한 세상의 수레 바퀴를 돌리는 물질 주의 속에서 돈이 있으면, 죄가 있어도 '유전무죄'가 된다.
 
에덴 동산에서 쫓겨난 이후, 인간이면 원죄를 가지고 태어난다. 그러나 죄를 짓지 않는 사람보다는 죄를 짓고 거듭 태어난 '장발쟝'같은 죄인만 있다면 이 땅에 경찰서는 없어도 될 것 같다. 평생 돈에 쪼들려 <죄와 벌>의 저작권을 얼마 되지 않은 금액에 출판업자에게 넘겼다는 '도스토에프스키'의 창작욕이 '돈' 때문인 것처럼 기사화되고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죄'를 생산하는 것은 거의 '돈'이 원인이 아닐까. 작가가 이슬을 먹고 살지 않는 한 작품의 생산은 '돈'과 무관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돈'을 벌기 위해, 예술 작품이 생산되는 것은 아닐 터이다.
 
 
화사한 벚꽃이 만개한 해운대 중2동은 너무 평화롭고 조용하다. 이 세상의 속한 동네지만 벚꽃 속에 파묻혀서 헤매도 찾을 수 없는 '무릉도원'처럼, 그저 푸른 하늘 아래 열꽃 같이 핀 벚꽃들이 전염병처럼 텅 빈 대낮의 동네 골목길로 번져 갈 뿐이다.   
 
사람이 죄를 지었으면 다시는 짓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 일에 마음을 두지 말라. 슬픔은 악행의 쌓임에서 오는 것이니. - 화엄경

태그:#해운대, #중2동, #파출소,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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