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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 장면
 행사장 장면
ⓒ 이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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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생명의 기운으로 가득한 봄이다. 논과 밭에서는 퇴비를 뿌리고 흙을 갈아엎는 쟁기질이 한창이다. 땅에 영양분을 보충하고 산소를 통하게 하여 미생물의 활동을 왕성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이렇게 기름지게 만든 땅에는 씨앗이 뿌려지고 오곡백과의 풍성한 결실이 열게 될 것이다.

2008년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들려온 첫 소식 중 하나가 국제원유가 100달러 돌파이다. 석유가의 고공행진으로 기름값 뿐만이 아니라 철강과 같은 원자재 가격 역시 껑충껑충 뛰고 있다.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정부의 기후변화 대책... 뒷걸음질

게다가 2013년부터는 교토의정서에 따른 온실가스 의무감축 대상국에 포함될 것이 확실시되어 이에 대한 준비가 무엇보다 시급한 때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대책이랍시고 고작 2012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005년 수준으로 동결하겠다는 것을 발표하였다.

선진국들이 1990년 대비 5.2%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대책이라고 내놓기조차 부끄러울 따름이다. 아니면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13년은 책임 밖이라는 뜻인가? 그때 가서 준비하든가, 말든가 알아서 해라? 1990년부터 2005년까지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거의 100% 증가하였다. 단연 세계 최고의 증가율이다.

에너지를 둘러싸고 이렇듯 어수선한 때, 3월 26일 일산의 KINTEX에서 ‘태양광발전분야 신규 가격 용역 결과 발표회’가 열렸다. 2005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태양광 발전 사업의 가격 조정을 위해 지식경제부가 한국전력연구원에 용역을 맡긴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새벽부터 준비하여 첫차를 타고 올라가, 서울에 들러 점심식사를 하고 행사장에 빠듯하게 도착하였다. 이미 대부분의 자리는 만원사례여서 겨우 비집고 들어가 맨바닥에 앉아 용역결과를 들을 수 있었다.

태양광발전사업에는 크게 두 가지로 참여할 수 있다. 많이 알려진 것이 ‘태양광주택 10만호 보급사업’과 같은 정부보조사업에 참여하는 것으로, 설치비의 60%를 정부가 지원하는 제도이다. 다른 방법은 상업발전이다. 간단히 말하면 전기사업자가 되는 것으로, 자본금을 투자하여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고, 생산된 전기를 전력시장에 판매하는 것이다.

정부는 발전차액지원제도를 통하여 30kW 미만 711.25원, 이상 677.38원의 기준가격으로 전량 구매함으로써 재생가능 에너지(Renewable energy)의 경제성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는 태양광 발전의 경우 100MW의 용량까지를 한도로 정하여 가격을 지원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고, 그 달성 시점을 2011년경으로 예상하였다. 이러한 제도를 근거로 우리나라는 2004년 태양광상업발전을 시작한 이후 현재 약 60MW가 세워졌고, 예상보다 빠른 올 상반기 중으로 남은 용량이 찰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급격한 성장이 가능한 데에는 발전차액 지원 제도를 통한 기준가격 의무 구매 제도가 기여한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태양광 발전, 싹마저 짓밟는다

행사장에서 시위하는 환경단체들.
 행사장에서 시위하는 환경단체들.
ⓒ 이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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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발표회는 이러한 상업 발전에 대한 가격조정안을 발표하는 자리로, 2006년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되는 것이다. 이미 지난 1월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태양광 발전 가격의 대폭적인 인하 방침이 흘러나와 환경단체와 발전사업자들을 긴장하게 하고 있었다.

한국전력연구원의 용역 결과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날로 성장하고 있는 태양광 산업을 더욱 육성하고 재생가능에너지 보급을 촉진하기 위하여 태양광 발전차액 지원 제도를 100MW까지로 제한하였던 총 설치용량 제한을 폐지한다.

2) 태양광발전사업의 kW당 880만원인 설비단가가 700만원으로 인하하였고 설비이용율이 상승하였으므로, 발전단가를 현행 30kW 기준 미만 711.25원/ 이하 677.38원에서 1MW이하 기준가 524.94원으로 22% 이상 인하한다.

굳이 덧붙여 기준가격보장기간을 15년에서 20년으로 5년 연장하기 때문에 실질하락율은 13% 남짓이라고 하지만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이것은 총액의 하향조정을 은폐하려는 현대판 조삼모사에 다름 아니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속에서 뜨거운 것이 울컥 치밀어 오른다. 아예 작정을 하고 태양광 발전의 싹을 짓밟으려는 짓이다.

기준가격의 인하요인이 도대체 어디에서 발생하고 있는가? 태양전지판을 포함한 시스템 가격은 공급을 초과하는 수요 증가로 앞으로도 상당 기간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게다가 철근을 포함한 원자재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며 수직 상승하고 있지 않은가? 설비단가가 인하된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짐작하건대 이는 지식경제부와 한국전기연구원이 가격을 미리 정하고 끼워 맞추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태양광을 포함한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선행조건의 하나가 ‘믿을 수 있는 정부의 정책 추진’이다. 이는 일관되고 예상 가능한 정책의 추진을 의미한다. 장담하건대 이번 용역결과에서 발표한 기준안과 기준가격 요금 체계로는 태양광 발전 산업의 참여를 유인할 수 없다.

태양광발전산업은 특히 초기 설치비가 많이 든다. 이에 반하여 투자비 회수는 현재로서도 15년에 걸쳐 진행된다. 부동산 등 물가가 안정적인 독일, 프랑스의 20년을 근거로 회수기간 연장을 운운하지 마라!

답답한 정부야

눈앞에 부안성당과 원불교 교당의 부안시민햇빛발전소가 스친다. 문규현 신부님께서 돌아가신 어머님의 유품을 정리하시고 세우신 태양광발전소이다. 김인경 교무님께서 부안교당의 신축 당시 설계 변경까지 감내하시면서 세우신 곳이다.

부안 핵폐기장 반대 투쟁 이후 ‘햇님과 바람이 함께 일하는 공동체’를 위해 십시일반으로 동참하고 있는 주민들의 정성으로 가동되고 있는 시민발전소이다. 무엇 때문에 선뜻 동참하셨을까? 넉넉지 않은 살림에도 불구하고 선뜻 앞장서서 마중물이 되어주신 이 뜻을 생각하니 참으로 갑갑할 따름이다.

우리나라의 태양광 발전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하는 수준이다. 정부는 두 손을 마주 잡고 한 발 한 발 내딛는 발에 격려하고 정성을 쏟아 주어야 한다. 그래야 튼튼한 두 발을 가진 미래의 박지성이도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제대로 걷지 못한다고 채근할 때가 아니란 말이다! 이 답답한 정부야!

덧붙이는 글 | 이현민 기자는 부안시민발전소 소장입니다.



태그:#태양광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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