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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이 없는 도심의 비둘기
▲ 비둘기 겁이 없는 도심의 비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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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유발, 걱정부터 앞선다.
▲ 위협적인 비둘기 교통사고 유발, 걱정부터 앞선다.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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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지나다니는 해운대 좌동 도로 주변에 비둘기들이 노닐고 있다. 추우나 비가 오나, 먹이를 찾아 뒤뚱뒤뚱 걷다가, 교통 차량이 빈번한 도로 한가운데까지, 간 크게 침입해서 먹이를 주워 먹기 여념이 없다. 쌩쌩 달리던 차량들이 급정거를 하거나, 도리어 피해서 지나간다. 어떤 날은 창자가 터진 죽은 비둘기를 목격하고 나면 괜히 마음이 언짢다.

세태따라 비둘기들도 변하는지, 비둘기다운 양순한 구석을 찾기 힘들다. 가까이 사람이 걸어가도 전혀 피하지 않는다. 도리어 사람들이, 도로 한가운데서 먹이를 쪼아먹는 천연덕 스러운 비둘기 보고, ' 어머, 어머 저를 어째' 하고 발을 동동 구른다. 더러 미처 비둘기를 피하지 못해, 비둘기가 목측에서 급사하기도 한다. 

사랑의 상징
▲ 비둘기 사랑의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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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서의 비둘기는 크리스트교의 영향으로 하늘을 자유롭게 날 수 있는 능력과 순수한 성질 때문에 신성을 상징한다. 특히 비둘기의 날개는 '성령'을 상징한다. 비둘기 날개의 상징성은 크리스트교 사도들과 신비주의자들에 의해 끊임없이 사용되어 왔다. 비둘기는 신의 전지 전능과 불변성 및 평화와 사랑의 새이며, '노아의 방주'에 태워져서, 인간과 함께 구원을 받은 신의 선택을 받은 새이다.
그때부터 비둘기들은 진정한 평화를 상실했다.
▲ 인간들이 비둘기를 평화의 상징으로 내세우게 된 그때부터 비둘기들은 진정한 평화를 상실했다.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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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의 거리를 떠도는 깃털에 때가 더럽게 묻은 비둘기들은, 더 이상 신령을 느낄 수 없는, 날개가 추락한 새이다. 사람에 비하면 '거렁뱅이'나 다름없다. 단단한 보도블록에 무슨 먹이가 있을까 의아스러운데, 부리가 닳도록 무언가를 쪼아 먹는 것이 단단히 허기진 새들이다. 허기가 져서 눈에 보이는 것이 없어 보이기까지 한다.

어릴적 고향, '성북구'에는 '성북동 비둘기' 시처럼 비둘기들이 정말 많았다. 우리 집 지붕 위에 아버지가 비둘기들을 위해 예쁜 비둘기 집을 만들어, 아침 저녁으로 비둘기 모이를 주어 길렀다. 우리 집뿐만 아니라 동네 이웃들이 비둘기를 많이 길렀다. 요즘은 정말 눈 비비고 찾아봐도, 예쁜 그림 같은 비둘기 집 찾기 힘들다. 자연과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한결 같은 것 같으나, 비둘기에 관한한 지나치도록 무관심하다.    

둥지 그리운 도시의 비둘기
▲ 깊은 산 바위 틈 둥지 그리운 도시의 비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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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가는 차량
▲ 비둘기를 칠까봐 피해가는 차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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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리크 쥐스킨드'의 '비둘기' 작품을 읽어보면 비둘기가 얼마나 위협적인 존재인가 놀라게 된다. 주인공, '조나단'은, 비둘기가 침입해서, 자신의 공간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리는, 피해 망상에 사로잡혀서, 나중에는 자살까지 꿈꾼다.

실제적으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데도 말이다. 만물의 영장이 하잘 것 없는 비둘기로 인해, 엄청난 정신적 피해를 겪게 되는 과정을 그린 '비둘기'처럼, 도로 한복판에서 겁도 없이 먹이를 쪼아 먹는 비둘기를 피하려다가, 만에 하나 예기치 못한 교통사고를 당하는 사람이 있어서는 정말 안 되는 일이다.  

풍문에는 도심을 떠도는 비둘기들은 대부분 예전에 무슨무슨 체육대회나 축제를 위해 사육해서 공중에 날려보냈던, 비둘기들이거나, 그 후예라는 설이다. 회귀본능이 뛰어난 것이 새들인데, 그 귀소본능을 상실하고 날개는 있으나, 날지 못하는 장애를 입게 된 기형의 새가 되었다고 한다.

사람들의 즐거움을 위해 자연을 이용했다면, 이에 따른 여러가지 대안을 생각했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도시의 미관 등 자연보호 차원에서도, 비둘기 집과 먹이 등 비둘기들이 생존할 수 있는 최소한의 관심의 환기가 필요하다 하겠다.

구구구 비둘기야,
▲ 비둘기야, 너도 사랑보다는...사는 것이 문제구나 구구구 비둘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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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는 새 중에 가장 금슬이 좋다고 한다. 노래처럼 '비둘기처럼 다정한 사람이길'꿈꾸고, '비둘기 집 같은 그런 집'에 살길 바란다. 비둘기처럼 정말 다정한 사람들이라면, 둥지 없이 떠도는 주변의 불쌍한 비둘기를 위해 올 봄은 아이들과 함께 비둘기 집 지어주는 그런 다정한 사람이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연분홍, 연보라, 연초록 빛깔의 그림보다 아름다운 비둘기 집이 지붕 위에 옥상 위에 많은 그런 동네를 꿈꾸는 일은 너무 어려운 것일까.   

비둘기처럼 다정한 사람들이라면
장미꽃 넝쿨 우거진 그런 집을 지어요
메아리 소리 해맑은 오솔길을 따라
산새들 노래 즐거운 옹달샘 터에
비둘기처럼 다정한 사람들이라면
포근한 사랑 엮어갈 그런 집을 지어요
비둘기처럼 다정한 사람들이라면
장미꽃 넝쿨 우거진 그런 집을 지어요
포근한 사랑 엮어갈 그런 집을 지어요
<비둘기집>-'전우'


태그:#비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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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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