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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정부의 '거짓말' 논란에 이어 국정원과 경찰 등 사정기관의 대대적인 '학원 사찰'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10여일 앞둔 총선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경찰과 국가정보원은 사실상 '한반도대운하'를 반대하는 전국의 교수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성향 조사에 착수했다. 최근 한나라당은 운하 공약을 총선 공약에서 제외했고, 정부는 그간 운하와 관련한 '스케줄이 없다'고 밝혀왔으나 국토해양부가 작성한 구체적인 '운하 계획' 내부 문건이 최근 폭로됐다.

 

정부 '거짓말' 이어, 대대적 '학원 사찰' 파문

 

따라서 정부의 '거짓말'에 이은 사정기관을 통한 대대적인 정치 사찰 문제가 총선 정국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사정기관의 이같은 움직임은 전국적으로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 정부 내 핵심 수뇌부의 지시 여부를 둘러싼 논란도 예상된다.

 

지난 26일 서울 관악경찰서 정보과 형사 3명은 '한반도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서울대 교수모임' 공동대표를 찾아가 교수 모임의 출범 배경과 참여 교수들의 정치 성향, 특정 정치 세력과의 연루 문제 등에 대해 캐물었다.

 

이에 대해 관악서 경찰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교수와 형사가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여서 차 한 잔 하면서 대화를 나눈 것이 와전됐다"고 해명했으나, 운하를 반대하는 교수들에 대한 경찰의 사실상의 '정치사찰'은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115개 대학 2500여명의 교수로 구성된 '한반도대운하 반대 전국교수모임'(이하 운하반대 전국교수모임)에 따르면 관악경찰서 형사과 경찰이 서울대 교수모임의 공동대표인 A교수에게 접근했던 지난 26일, 대전 한남대학교의 한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 참여 교수에게도 경찰 정보과 형사가 전화를 해서 참여 교수들의 성향 등에 대해 캐물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부천 가톨릭대의 교수협의회에도 관할 경찰이 전화를 걸어와 "어떤 조직인가" 등을 물은 것으로 확인됐고, 충남대학교의 운하반대 교수모임 참가자에게도 비슷한 내용의 경찰 조사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접촉 교수, 지금까지 3명 확인돼

 

게다가 국가정보원도 나서서 해당 교수들에게 전화한 사실이 드러나 1980년대 당시 국가안전기획부(국정원의 전신)에서 자행했던 주요 민주인사에 대한 '공안사찰'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충남 지역에서 운하반대 교수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목원대학교의 B교수는 "20일경에 국정원 관계자가 전화를 걸어와 '운하반대 모임과 관련해 물어볼 수 있는가, 찾아뵙겠다'고 말했다"면서 "하지만 나는 '이미 정치적인 목적으로 출범한 조직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혔다', '찾아올 것도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같은 날 서부경찰서의 정보과 형사가 나를 찾아와 '모임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 등에 대해 물어봤다"면서 "이미 자료는 공개됐기 때문에 '정치적인 모임도 아니다'라고 말한 뒤 돌려보냈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구시대적 학원사찰이 전국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고발했다.

 

B교수는 "최근 확인해보니, 서울대학교의 한 교수에게도 안기부에서 전화를 걸어와 이것저것을 물어보았다고 한다"면서 "또다른 서울대 교수에게도 안기부에서 전화를 걸어왔으며, 경찰은 직접 찾아봐 운하반대 교수들의 성향 등을 물어봤다"고 말했다.

 

결국 전국교수모임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현재까지 국정원이 접촉한 교수모임 인사는 3명인 셈이다.

 

운하반대 전국교수모임 상임집행위원장인 박경 교수는 이와 관련해 "지난 십수년간 교수들의 사회적 발언에 대해 경찰과 관련 기관이 전화를 하거나 확인하는 사례는 없었다"면서 "전국교수모임 등 관련 단체들은 이를 학원사찰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운하반대 전국교수모임 성명, "정치공작 중단하라"

 

30일 운하반대 전국교수모임은 '운하반대 교수에 대한 경찰과 국정원의 성향조사 즉시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1980년대 공안정국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면서 "지난 3월 25일 '한반도대운하를 반대하는 전국교수모임'(이하 운하반대교수모임) 출범을 전후하여 각 경찰 정보과와 국가정보원에서는 운하반대교수모임 공동대표를 비롯하여 대학별로 참여교수들을 면담하고 성향조사를 하고 있다"고 고발했다.

 

이들은 이어 "운하반대교수모임에서 확인한 바에 의하면 이미 서울대, 충남대, 가톨릭대, 한남대, 목원대, 안동대, 한국해양대 등 많은 대학에서 운하반대 교수모임에 참여하는 교수들의 성향조사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면서 "전국에 걸쳐 운하반대 교수모임 참여교수들에 대해 조직적으로 조사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볼 때 상부의 지시와 결정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운하반대 교수모임은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이같은 경찰과 국정원의 조사를 '정치공작'이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지난 25일 출범기자회견에서 발표한 창립취지문에서는 '오늘 서명에 참여한 우리 교수모임 일동은 한반도 대운하 사업의 추진 여부 결정과 타당성 평가에 있어 어떠한 정치적인 의도나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가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천명'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하반대교수모임에 참여한 교수들의 성향을 조사하겠다는 것은 한반도대운하에 대한 학자적인 양심의 소리를 사전에 막아내려는 정치공작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번 경찰과 국정원의 성향조사는 국가 권력을 통해 우리 대학 교수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소신 있는 행동을 제약하겠다는 반민주적이고 강압적인 행태의 전형"이라면서 "강압과 협박으로 반대 목소리를 억누를 것이 아니라 개방되고 공개된 연구와 토론의 장으로 나와서 국민들의 평가를 받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운하반대 전국교수모임의 성명서 전문이다.  

 

운하반대 교수에 대한 경찰과 국정원의 성향조사 즉각 중단하라!

- 이명박 정부는 교수들의 학문과 표현, 그리고 양심의 자유를 억압하려 하는가?

 

지금 우리사회에서는 80년대 공안정국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지난 3월 25일 ‘한반도대운하를 반대하는 전국교수모임’(이하 운하반대교수모임) 출범을 전후하여 각 경찰 정보과와 국가정보원에서는 운하반대교수모임 공동대표를 비롯하여 대학별로 참여교수들을 면담하고 성향조사를 하고 있다. 운하반대교수모임에서 확인한 바에 의하면 이미 서울대, 충남대, 가톨릭대, 한남대, 목원대, 안동대, 한국해양대 등 많은 대학에서 운하반대교수모임에 참여하는 교수들의 성향조사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 전국에 걸쳐 운하반대교수모임 참여교수들에 대해 조직적으로 조사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볼 때 상부의 지시와 결정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운하반대교수모임은 이번 참여교수들에 대한 성향조사는 80년대 당시 국가안전기획부에서 자행하였던 주요 민주인사에 대한 공안 사찰과 본질에 있어 다르지 않다고 규정한다. 이에 운하반대교수모임에 참여한 전국의 2,500명 이상의 교수들은 이번 성향조사를 강력히 규탄하며 이를 지시하고 기획한 주체를 밝히고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

 

운하반대교수모임은 분야별 전문성과 학자적인 양심에 기반하여 한반도대운하의 경제적, 환경적, 공학적 문제점을 함께 인식하고, 이를 조사하고 연구하며 졸속적인 사업추진을 지적하기 위해 모인 순수한 교수들의 모임이다. 우리 교수모임은 정치적인 의도도 특정집단의 이해관계도 배제하고 객관적인 연구 활동을 할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지난 25일 출범기자회견에서 발표한 창립취지문에서는 “오늘 서명에 참여한 우리 교수모임 일동은 한반도 대운하 사업의 추진 여부 결정과 타당성 평가에 있어 어떠한 정치적인 의도나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가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천명합니다.

 

따라서 우리 교수모임 일동은 우리의 모임의 취지나 연구 결과가 정치적인 목적으로 활용되거나 왜곡되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다만 운하 사업의 타당성 여부가 객관적인 근거를 토대로 평가되는 데에만 활용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고 확인하였고, 기자회견문에도 분명히 기재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하반대교수모임에 참여한 교수들의 성향을 조사하겠다는 것은 한반도대운하에 대한 학자적인 양심의 소리를 사전에 막아내려는 정치공작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정부가 국민대다수의 반대여론과 수천명 교수들의 반대목소리에도 불구하고 ‘한반도대운하추진기획단’을 구성하고 내년 4월 착공을 위해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운하사업 추진을 전제로 홍보대책을 마련하여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하고 반대논리에 대해서는 전문가 지원단까지 구성하여 체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계획까지 밝혀지고 있다. 이번 경찰과 국정원의 성향조사는 우리 대학교수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과 소신 있는 행동을 제약함으로써 반대여론의 확산을 막으려는 의도적인 기획에서 비롯된 조직적인 활동이라고 본다.

 

 이번 경찰과 국정원의 성향조사는 국가 권력을 통해 우리 대학 교수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소신 있는 행동을 제약하겠다는 반민주적이고 강압적인 행태의 전형이다. 민주주의 사회는 누구나 자유롭게 의사표현을 할 수 있으며, 그것이 공론화 과정을 거쳐 여론을 형성함으로써 정책과 정치로 구체화되는 사회다. 이처럼 우리 국민은 성숙한 민주 사회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데, 현 정부는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시대와 사회에 역행하는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진정 우리 국토와 경제를 근본적으로 개편할 대운하사업을 추진할 의도가 있다면 운하사업의 명확한 구상과 추진내용을 밝히고 공개적으로 연구하고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국토는 위정자의 것이 아니며 우리의 강은 곡학아세를 일삼는 전문가들을 위해서 흐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국민 모두의 것일 뿐만 아니라 우리 후손들이 영원히 활용해야 할 소중한 땅이고 물이다. 그러기에 강압과 협박으로 반대목소리를 억누를 것이 아니라 개방되고 공개된 연구와 토론의 장으로 나와서 국민들의 평가를 받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

 

우리는 100여명의 전문가가 10년 이상을 연구하였다는 한반도 대운하 구상이 매번 사업내용이 바뀌고 비용이 늘어가는 것을 잘 지켜보고 있다. 물류운하에서 관광운하, 환경운하까지 운하건설의 목적이 달라지고 재원조달방식도 매번 달라지고 있다. 또한 운행하는 배의 속도가 달라지고 다니는 배의 규모가 줄어들더니 개축해야 하는 교량의 숫자에 대해서도 말을 바꾸고 있다. 객관적인 사실을 함께 규명하자는 전국 교수들의 목소리는 외면하면서 뒤로는 사찰하고 추진구상을 만들고 있는 정부의 태도를 우리 교수들은 도저히 수용할 수가 없다.

 

운하반대교수모임은 민주주의를 무시한 채 진행하고 있는 이번 성향조사가 우리 대학교수들의 학문과 표현 그리고 양심의 자유를 제약하고 있다고 판단하여 이를 즉각 중단할 것을 정부에 강력히 요구한다. 물론 우리 교수들은 이 같은 권력의 부당한 행위에 결코 위축되지 않을 것이다. 보다 정확한 정보와 자료에 기초하여 운하의 타당성 여부에 대한 심층적인 검증 작업을 계속할 것이다.

 

운하반대교수모임은 정부에 대해 다시 한 번 참여교수에 대한 성향조사를 즉각 중단할 것과, 책임 있는 당국자의 공식적인 사과를 준엄하게 요구한다. 또한 공안정국으로의 회귀는 온 국민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임을 인식하기 바란다.

 

2008년 3월 30일

한반도대운하를 반대하는 전국교수모임 일동


태그:#경부운하, #이명박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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