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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체 : 28일 오후 4시 45분]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이 28일 오전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우리금융지주 주주총회에 참석해 삼성그룹의 차명계좌를 개설하는 과정에서 금융실명제를 위반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이 28일 오전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우리금융지주 주주총회에 참석해 삼성그룹의 차명계좌를 개설하는 과정에서 금융실명제를 위반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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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에서 많은 삼성의 차명계좌가 발견됐다. 우리은행이 조직적으로 삼성의 불법 행위에 관여한 거 아니냐."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증거가 없어 조사하지 않았다." (김승규 우리은행 검사실장)

28일 오전 9시 서울 회현동 우리금융지주 본사 5층 회의장에서 열린 우리금융지주 주주총회장. 우리은행에서 삼성 전·현직 임직원의 차명계좌가 발견된 것과 관련,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등이 단단히 벼르고 있던 터라 시작부터 긴장감이 흘렀다.

주총 시작 20여분 전부터 회의장엔 200여명에 이르는 주주, 직원, 취재진으로 가득 찼다. 주총이 시작되자 김 소장과 김영희 변호사(경제개혁연대 부소장) 등이 삼성 비자금 관련 질문을 쏟아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공방은 벌어지지 않았다. 날카로운 질문들은 "증거가 없다, 조사한 적이 없다"는 무책임한 답변 앞에서 허탈감만 남겼다.

김 소장이 얼굴에 핏대를 세우며 "우리 은행은 위기"라고 따져 물었지만, 앵무새처럼 "조사할 수 없다"는 대꾸만이 돌아왔다. 도리어 박병원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질문을 그만 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날 주총에는 김용철 변호사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김 변호사는 주총 내내 한마디도 않고 심각한 표정으로 주총을 지켜봤다. 3시간여 만에 주총이 끝나자, 김 소장과 김 변호사 모두 허탈한 표정으로 주총장을 빠져나왔다.

김상조 교수 "우리은행, 삼성 불법행위 도구로 이용돼"

이날 오전 9시 "어려운 경영 여건 속에서도 2조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는 박병원 회장의 영업실적에 대한 보고로 주총은 시작됐다. 이에 대해 바로 김상조 소장의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주총 시작 15분 만이었다.

김 소장은 "우리금융지주와 그 자회사인 우리은행은 주주들의 자부심에 큰 상처를 입혔다, 삼성그룹의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이 삼성의 불법 행위의 도구로 이용됐다는 사실이 드러난다면 IMF 위기 못지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우리금융의 민영화 방안, 성장 동력 부재 등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말은 받은 박 회장은 "민영화 가장 큰 과제다,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하겠다"면서도 삼성 비자금 관련 의혹에 대해선 애써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주총의 첫 번째 안건은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를 학인하고 배당금을 승인하는 것. 평상시라면 주주들 사이에서 "동의", "제청"이라는 말이 나오면서 10분이면 안건 하나를 처리했겠지만 이날은 무려 2시간이나 걸렸다.

경제개혁연대 쪽에서 우리은행의 삼성 비자금 문제 연루 의혹에 대한 집중적인 추궁을 벌였기 때문이다. 김상조 소장은 먼저 "우리가 위임받은 주식은 모두 9만주로 우리금융 발행 주식의 0.01%가 넘는다, 이사들에게 직접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압박을 가했다.

"삼성 차명계좌 어떻게 된 거냐?"-"조사한 적 없다"

김영희 변호사가 28일 오전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우리금융지주 주주총회에 참석해 삼성그룹의 차명계좌를 개설하는 과정에서 금융실명제를 위반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김영희 변호사가 28일 오전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우리금융지주 주주총회에 참석해 삼성그룹의 차명계좌를 개설하는 과정에서 금융실명제를 위반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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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마이크를 잡은 김영희 변호사는 "김용철 변호사의 차명계좌가 발견된 우리은행 삼성센터 지점에서 금융실명제법을 위반했다"며 "하지만 우리은행 쪽은 차명 계좌의 실체를 규명할 수 있는데도 중요한 증거를 인멸하지 않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김승규 우리은행 검사실장은 "통상적으로 실명 확인을 하는데, 창구 직원이 확인하지 않았을 뿐 증거인멸을 하지 않았다"며 실무자의 단순한 실수로 돌렸다.

"52억이라는 거액인데, 윗선이 모를 수가 있느냐"고 김 변호사가 재차 묻자 김 실장은 "경영진은 그것을 알 수 없다"고 짧게 답했다. 계속되는 무성의한 답변에 김 변호사의 목소리 톤은 높아졌다.

"무교동 지점에서 3000개의 차명계좌가 발견됐다"고 김 변호사가 몰아붙이자, 김 실장은 "부정확한 언론보도다, 그 근거를 확인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삼성 비자금 관련 질의가 1시간을 넘어서자 주주들 사이에서는 "그만해라", "너무 지연된다"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경제개혁연대 쪽은 더욱 고삐를 죄었다. 이번엔 김상조 소장 차례였다. 성의 없는 우리은행 쪽의 답변에 흥분을 했는지 얼굴이 붉어졌고, 핏대를 세워가며 소리를 높였다.

"특검에서 사실상 삼성이 미지급 보험금을 갖고 우리은행 지점을 통해 비자금 조성 관리했다고 확인했다. 제 정신을 가진 경영자는 그렇게 못한다. 그런데 이를 조사하지 않았다는 건 우리은행이 (삼성그룹의 불법행위에) 연루됐다는 거 아니냐."

이에 대해 박 회장은 "수사권이 없어 확인하기 어렵다, 추가적인 조치에 대해 다시 한 번 체크해보겠다"고 또 다시 피해갔다.

이어 자신을 최경자라고 밝힌 한 주주가 벌언권을 요청 한 뒤, "김 소장과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이 자기 돈 넣다 뺐다 한 거 가지고 왈가왈부해서 경제를 흔들고 있다, 삼성을 너그럽게 용서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씨 바로 앞에 앉은 김 변호사의 표정엔 변함이 없었다.

경제개혁연대는 2시간이 넘도록, 우리은행의 삼성 비자금 조성 관여 의혹에 대해 질의했지만 우리은행은 "조사하지 않았다"며 공방을 회피했다. 이후 주주총회는 낮 12시가 넘어서 끝을 맺었다.

김용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이 28일 오전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우리금융지주 주주총회에 참석해 김영희 변호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용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이 28일 오전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우리금융지주 주주총회에 참석해 김영희 변호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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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철 변호사 "우리은행 답변 이해 못해"

주주총회가 끝나고 김용철 변호사에게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그는 "보안계좌는 본인이 가야하는 건데, 다른 사람이 내 주민증을 훔쳤거나 옛날 주민증을 가져갔다"면서 "이는 금융실명제법 위반의 극단이다, 공신력이 없으면 은행이 고리대금업이랑 다를 게 뭐냐"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이날 주총에 대해 "(우리은행의 답변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조금이라도 믿을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경자씨가 김 변호사에게 다가가 "삼성이 도둑질이라도 했느냐"고 하자 김 변호사는 "삼성은 단군 이래 최고로 도둑질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상조 소장도 이날 주총에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는 "추가 조사를 할 계획도 없다는 데, 대단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내부 통제 장치가 마련될 수 있도록 이명박 시대에 소액주주운동을 잘 펼쳐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김용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과 김영희 변호사가 28일 오전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우리금융지주 주주총회에 참석해 삼성그룹의 차명계좌를 개설하는 과정에서 금융실명제를 위반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총회를 마친뒤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김용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과 김영희 변호사가 28일 오전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우리금융지주 주주총회에 참석해 삼성그룹의 차명계좌를 개설하는 과정에서 금융실명제를 위반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총회를 마친뒤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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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소액주주운동, #우리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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