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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충주의 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부활절 행사에 참석한 이시종, 윤진식(사진 우측부터)가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지난 23일 충주의 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부활절 행사에 참석한 이시종, 윤진식(사진 우측부터)가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 이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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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개최된 새터민과 함께하는 한마음 척사대회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유권자들에게 다가가 총선에 대해 묻자 "내 마음을 어떻게 보여줘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지난 22일 개최된 새터민과 함께하는 한마음 척사대회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유권자들에게 다가가 총선에 대해 묻자 "내 마음을 어떻게 보여줘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 이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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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말 못하지…. 정치얘기 함부로 하면 안돼. 평소에 맘에 두고있던 사람 있지만 말못해…. 내 마음을 어찌 보여줘요."

충북 충주 지역 유권자의 마음은 알 수 없다. 이 곳에서 출마하는 후보자들은 충주처럼 정세분석 하기가 힘든 지역이 없다고 어려움을 호소한다.

실제로 기자가 만났던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최대한 말을 아꼈다. 18대 총선이나 대운하와 관련된 말을 꺼내놓기 무섭게 손사래를 쳐가며 자리를 뜨거나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런 정치색은 역사성과도 무관치 않다.

충주는 국토의 중심에 위치해 삼국시대에 고구려·백제·신라가 번갈아가며 점령했다. 그러다보니 뚜렷하게 정치색을 드러내거나 마음을 보이길 꺼리게 됐다는 것이 이 지역 향토사학자들의 설명이다. 

알 수 없는 유권자 마음, 그 속엔 운하가

"땅 가진 사람들만 좋지. 우리 같은 서민들은 복잡하고 불편하기만 하지…. 환경파괴 되고." (송주리(42). 충주시 목행동)
"개발되면 마무래도 지역경제가 나아지지 않을까? 관광객도 많이 올 테고. 난 찬성이야." (정진용(55). 충주시 문화동)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충주시민의 반응이다. 이 지역은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건설의 중심에 서있다. 대운하 건설이 시민들의 생활과 직결되는 만큼 이번 선거의 최대 쟁점이다. 대운하 건설 예정지 땅값이 들썩인 것은 오래됐다.

이번 18대 총선에 모두 5명의 후보가 출마해 2강3약의 구도다. 2강인 이시종 후보와 윤진식 후보는 지역 토박이로 고등학교 동기동창, 행정고시 출신, 정통관료 등 걸어온 길이 비슷하고, 공통점이 많은 40년 친구다.

지난 25일 <조선일보>-SBS가 공동으로 진행한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시종 후보 50.9%, 윤진식 후보 25.2%로 이 후보가 2배 이상 앞서는 것으로 조사 됐다. 그러나 통합민주당과 한나라당 모두 우세지역으로 꼽고 있다.

통합민주당 이시종 후보는 3선 충주시장 출신으로 이번이 재선 도전이다. 한나라당 윤진식 후보는 산업자원부 장관 출신으로 대운하 공약을 등에 업고 전략 공천됐다. 대운하와 관련해선 이 후보가 신중론을, 윤 후보는 적극 찬성 입장이다.

[통합민주당 이시종] "남한강의 기적, 서울 가는 전철 완성하겠습니다"

지난 22일 이시종 후보가 한 유권자와 포옹하며 지지를 당부하고 있다.
 지난 22일 이시종 후보가 한 유권자와 포옹하며 지지를 당부하고 있다.
ⓒ 이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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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이시종 후보가 유권자들에게 "서울가는 전철 완성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지난 22일 이시종 후보가 유권자들에게 "서울가는 전철 완성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 이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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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종(60) 후보는 3선시장과 한번의 국회의원을 지낸 관록에 걸맞게 탄탄한 지지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일부 유권자들은 '시종불패'라거나 '호남 김대중=충주 이시종'이라고 말할 정도다. 지난 4번의 선거에서 유효투표수 중 평균 53%의 표를 휩쓸며 당선된 것은 이를 뒷받침한다.   

이 후보는 서울대 정치학과, 행정고시(10회), 청와대와 내무부 근무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지난 국회에서 '일 잘하는 국회의원' '거짓말 안하는 정치인' '베스트 국정감사위원'으로 선정되는 등 왕성한 의정활동을 펼쳤다.

지난 17대 총선에서 충주시장이던 이 후보의 출마를 권유한 사람이 역설적으로 윤진식 후보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은 맞짱을 뜨는 사이가 됐다.

이 후보에게 이번 선거가 정치생명의 최대 분수령인 만큼 수면시간을 줄여가면서 총력전을 펴고 있다. 이 후보는 "벌써 3㎏ 다이어트 효과를 봤다"며 "완전 그로기 상태"라고 엄살을 피웠다. 

지난 22일, 자유총연맹 충주시 연수동지도위원회가 주관한 '새터민과 함께하는 한마음 척사대회'장에서 이 후보를 만났다.  바쁜 일정 때문에 그의 승용차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 지난 총선에서 윤 후보의 천거로 출마했다는데 지금은 경쟁자가 됐다.
"노무현 대통령하고 가까운 사이였던 윤진식 후보가 장관할 때 천거했다. (내가) 시장할 때 서울 가는 전철을 충주에서 추진했는데 시장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국회에 들어가기로 마음먹고 고민 끝에 당을 선택해 그 쪽(열린우리당)으로 갔다."

- 40년지기 친구 윤 후보는 어떤 사람인가.
"한마디로 훌륭하고 아낄만한 친구고 지금도 존경한다. 하지만 (18대 총선) 이번 정치적 행보에 대해선 이해 안가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친구이기 때문에 우정에 금 안가는 선에서 내가 윤 후보 모시고 선거 잘 치르겠다. 만나면 '건강 챙겨라, 밥은 먹고 다니냐'고 묻고 서로 어깨 두들기고 그런다."

- 이 후보께서 지난 1월 독일 MD 운하를 방문했다. 충주에도 가능하겠나?
"해야 한다 안된다는 차원 아니라 충주에 운하가 만들어진다면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해야 할 일이 뭐가 있을까라는 생각에 찾았던 거였다. 당위성보다 준비해야할 게 뭔지, 예방할 게 뭔가를 미리 보기 위해 독일과 벨기에의 홍수·식수·농업용수·공업용수·생태계 등의 대책을 살펴 보러 갔다."

통합민주당 이시종 후보를 대변해주고 있는 명함.
 통합민주당 이시종 후보를 대변해주고 있는 명함.
ⓒ 이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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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총선 슬로건이 '이시종 뽑으면 전철타고 서울 갑니다'였다. 아직 못가고 있다. 얼마나 추진됐고, 건설되면 어떤 효과가 있나.
"10여년전 시장할 때 고속도로 착공시키고 그 다음 할 일이 서울 가는 전철을 건설하는 일이라고 판단했다. 백지상태에서 추진했고 기획예산처에서 타당성 없다고 했지만 4차 국가계획에 반영했다. 엄청난 노력의 결과다. 2010년이나 11년이면 착공된다. 전철이 개통되면 충주시는 서울의 위성도시가 된다. 생활권이 충청북도 충주시가 아니라 서울특별시 충주시가 된다. 서울로 출퇴근이 가능하고 학생들은 통학이 가능하다. 기업과 관광객이 몰려와 남한강의 기적을 이룰 것이다."

- 충주지역 유권자들께 바라는 점이 있다면.
"지난 12년 동안 지역발전의 기틀을 만들었다. 21만 시민과 1300여 시공무원들이 힘을 합쳐서 충주100년 번영의 기틀이 거의 완성 단계다. 이를 부정하면 12년 노력을 모독하는 행위다. 열차가 목적지에 도착단계인데 열차를 멈추고 기관사를 바꾸면 되겠나. 도착할 때 까지 이시종을 기관사로 선택해 주시길 바란다."

[한나라당 윤진식] "대운하의 중심, 충주는 항구다"

지난 23일 충주의 한 교회를 찾은 윤진식 후보가 유권자와 악수하고 있다.
 지난 23일 충주의 한 교회를 찾은 윤진식 후보가 유권자와 악수하고 있다.
ⓒ 이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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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부활절 행사에 참가한 윤진식 후보가 박수를 치고 있다.
 지난 23일 부활절 행사에 참가한 윤진식 후보가 박수를 치고 있다.
ⓒ 이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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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식(62)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지난해 7월 한나라당 대선캠프에 합류한 뒤 경제살리기 특위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국가경쟁력강화 특위 부위원장과 투자유치TF팀장도 지냈다.

현 정부가 출범하고 국무총리와 대통령실장, 장관 등 중용이 유력시 됐던 인물이다. 그만큼 확고한 정치적 입지와 인맥을 자랑한다.

윤 후보는 고려대 경영학과, 행정고시(12회), 재정경제부 차관, 산업자원부 장관 등 재무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경제관료다. 업무 추진 면에선 윗사람에게도 소신을 굽히지 않을 만큼 신념이 강해 따르는 후배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는 '대운하의 중심, 충주는 항구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한반도 대운하의 건설로 지역발전 견인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또한 세계적 물류기업 미국 프로로지스 충주 유치를 계기로 충주를 경제자유구역 지정과 충청권 물류허브로 육성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부활절인 지난 23일 충주의 한 교회에서 예배를 보기위해 참석한 윤 후보를 만났다. 나직한 목소리 뒤로 지역발전의 청사진을 꺼낼 땐 자신에 찬 강한 어조로 계획을 펼쳐보였다.

-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입각이 유력했는데. 서운하지 않았나.
"인사권자는 대통령이다. 지금은 한나라당이 안정적 집권기반 마련을 위해 다수의석 확보가 관건이기 때문에 나를 보낸 것이라고 판단한다. 또한 당에서도 출마를 원해 그 뜻에 따랐을 뿐이다."

- 내륙의 중심인 충주를 항구라고 표현했다. 대운하가 가능한가. 국민들의 반대여론이 찬성의 두 배다.
"가능하리라고 본다기보다 하나의 바람이다. 충주의 발전을 위해서는 대운하가 필요하다는 뜻에서 캐치프레이즈를 정했다. 전문가들의 검토를 거쳐 국민들에게 홍보하고 이해시키는 과정이 앞으로 진행된다면 많은 국민들이 찬성할 것이다. 단편적 반대 입장이 언론에 보도됐다. 전문가 집단의 충분한 검토와 토론을 거친다면 찬성하는 입장 상당수 될 것이다."

한나라당 윤진식 후보를 대변해주고 있는 명함.
 한나라당 윤진식 후보를 대변해주고 있는 명함.
ⓒ 이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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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대인 이시종 후보를 평가하면.
"능력도 출중하고 훌륭한 분이다. 3선시장과 국회의원 역임,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이 큰 분이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얘기한다. 친구 간에 각자 정치적 소신 달라 각각 다른 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40년 우정 저버리지 않기 위해 선의의 경쟁할 것이다. 페어플레이 하겠다."

- 물류단지 조성을 위해 대규모(5억불) 투자를 유치했는데 투자협약이 비공개로 진행됐고 후보께선 참석치도 않았다. 총선용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다.
"투자가 유치되도록 중간에서 도왔다. 그 자리에 가지 않은 이유는 오히려 총선용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피하기 위해서였다. 이번 투자유치 건은 대운하와 관계없이 세계 제1의 물류회사가 들어 올 때는 입지조건 보고 물류의 허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서 들어온 것이다. 대운하 건설 된다면 금상첨화다."

- 충주시민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지역발전에 속도를 내려면 중앙지원이 필수고 그러기 위해선 힘 있고, 말이 통하고, 인맥이 있는 사람 적합하다. 이명박 선대위 경제살리기 특위 부위원장과 인수위 국가경쟁력강화 특위 부위원장, 투자유치 TF팀장을 했다. 과거 나라 위해 일했다면 지금부터는 충주 경제 살리기 특위 위원장을 자처하고 나서겠다. 자격 있고 힘을 있는 사람이 돼야 충주발전 앞당길 수 있다. 충주시민들의 현명한 선택 부탁드린다."

민주노동당 김선애(26), 창조한국당의 최영일(38), 평화통일가정당 심길래(42) 후보(사진 왼쪽부터)
 민주노동당 김선애(26), 창조한국당의 최영일(38), 평화통일가정당 심길래(42) 후보(사진 왼쪽부터)
ⓒ 후보 인터넷 카페 or 선거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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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5명의 후보자 중 최연소인 민주노동당 김선애(25) 후보, 창조한국당의 최영일(39) 후보, 평화통일가정당의 심길래(42) 후보가 지역발전의 적임자임을 자처하며 표밭을 누비고 있다.

김선애 민주노동당 후보는 젊은 패기와 참신성을 앞세워 서민, 노동자, 농민의 진정한 대변자임을 부각시키고 있다. 특히 이명박 운하로 삶의 터전이 물에 잠기고 대학을 졸업해도 비정규직의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세상을 바꾸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변호사 출신인 최영일 창조한국당 예비후보는 '대운하는 미친 짓'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윤진식 한나라당 후보가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포기하고, 자신의 핵심 공약인 차이나월드 충주유치, 한중교류중심 조성 등을 채택할 경우 후보를 사퇴하겠다는 입장이다.

25일 5명의 예비후보자 중 가장먼저 등록을 마친 심길래 평화통일가정당 후보는 통일교 조직을 바탕으로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심 후보를 비롯해 3약으로 분류되는 후보들은 낮은 인지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이번 총선에서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이다.


태그:#격전지, #충북 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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