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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장면이 봉이냐?'
ⓒ 김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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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비탕·설렁탕·라면·김밥 다 올랐는데, 왜 자장면만 갖고 그러냐."

26일 낮 12시, 서울 마포동의 A 중국음식점 사장인 주명연(52)씨의 목소리에는 불만이 짙게 묻어났다. 조만간 손님이 아닌 물가 단속반을 맞아야 하는 그는 "화가 난다"고 전했다. 그의 근심 뒤엔 올해 초 35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린 수타면이 있다.

25일 정부가 자장면을 포함한 52개 생필품 가격을 특별 관리하겠다고 밝혀 곧 가격을 내리라는 압박을 받을 터였다. 10일마다 가격을 점검하고 합동단속반도 운영한다고 하니 주씨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IMF보다 더 힘든데, 가격 내리라고 압박하면..."

이에 대해 주씨는 "7~8년 만에 처음으로 500원 올렸다, 밀가루 값이 2배로 오르고 다른 식재료 값도 모두 20% 이상 오른 상황에서 어쩔 수 없었다"며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이상 자장면 가격을 내릴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주씨의 하소연이 10분을 넘기는 사이, 식당 안은 자장면을 찾는 손님으로 가득 찼다. 이어 서빙 하는 종업원들의 발걸음으로 분주해지고, 주방 안은 면발을 뽑는 손놀림으로 바빠졌다. 벌써 자장면을 배달된 식탁에는 '후루룩'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주씨의 표정은 밝아지지 않았다. 그는 "지금 IMF 때보다 더 힘들다, 협회에 회비 만원을 못 내는 곳이 수두룩하다, 정부에서 가격을 내리라고 압박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날 오후 서민이 많이 살고 있는 서울 마포동·북아현동 등지의 중국음식점을 찾아 정부의 물가 통제에 대한 의견을 물어봤다. 어떤 이는 격하게 "공무원들이 현장에서 나와서 제대로 봐야 한다"고 외쳤고, 또 누군가는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26일 낮 서울 마포구 한 중국요리집에서 주방장이 직접 손으로 면을 뽑고 있다.
 26일 낮 서울 마포구 한 중국요리집에서 주방장이 직접 손으로 면을 뽑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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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낮 서울 마포구 한 중국요리집에서 손님들이 주문한 자장면이 주방에서 만들어져 나오고 있다.
 26일 낮 서울 마포구 한 중국요리집에서 손님들이 주문한 자장면이 주방에서 만들어져 나오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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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장면 싼 곳도 럭셔리 한 곳도 있다, 자유시장경제 원리도 모르나?"

낮 12시 50분에 찾은 서울 북아현동 북아현길 들머리에 위치한 B 중국음식점. 간판엔 가격표 숫자가 지워져 있었다. 식당 안은 조용했다. 주문이 밀려들어야 할 시간이지만, 홀로 켜진 TV소리만 식당 안에 가득했다. 메뉴판에 적힌 자장면 가격은 다른 곳보다 500원 싼 3500원이었다.

마침 식당 주인인 김준호(49)씨가 배달을 마치고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바로 주방 안으로 갔다. 직접 배달도 요리도 하는 모양이었다. 요리가 나온 후, 김씨에게 "점심시간인데 조용하다"고 묻자, 허탈한 웃음이 돌아왔다.

- 정부가 발표한 가격 관리 52개 품목에 자장면이 포함됐다.
"김밥도 500원씩 올랐는데, 왜 자장면 값만 많이 올랐느냐고 하느냐. 밀가루·기름·식용유·식재료 값 다 올랐다. 밀가루 20㎏만 해도 작년 1만2000원에서 2만6000원으로 2배 이상 올랐다. 어쩔 수 없이 자장면 가격을 올렸다."

- 이번 물가 안정 대책이 잘못됐다고 보나?
"실무자들이 직접 현장에 나와 부딪쳐 보고 유통구조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확실히 알아보고 단속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규제만 하면 잘못된 거다."

- 자장면 가격을 통제할 것이란 얘기가 많다.
"자장면 값이 싼 데도 있고, 럭셔리한 데도 있다. 1500원짜리 김밥을 먹을 사람은 그거 먹고, 2000원짜리·4000원짜리 자장면 먹을 사람은 그거 먹으면 된다. 업소 자율에 맡겨야 한다. 자유시장 경제 원리가 그런 거 아니냐."

- 정부가 실제로 가격 통제에 나서게 될 경우, 어떤 피해가 예상되나?
"정부가 인위적으로 자장면 가격을 통제할 경우, 소규모 식당은 도태될 것이다. IMF 때는 물류비, 인건비라도 쌌는데 지금이 그때보다 더 힘들다. 이미 작년 12월, 올해 3월에 구청에서 2차례에 걸쳐 실태파악을 나왔다."

벌써 망한 중국집도... 2500원 받는 곳도...

김씨의 사정은 소규모 중국음식점이 맞고 있는 어려움을 보여줬다. 모두들 "IMF보다 더 힘들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오후 1시 반 찾아간 서울 북아현동의 C 중국음식점의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벌써 망한 듯, 가게 입구엔 반쯤 떨어진 환영 팻말만이 기자를 맞았다.

인근 D 중국음식점 앞엔 배달 오토바이 세대가 놓여있었다. 예상과 다르게 배달이 없는 모양이었다. 식당 건물에는 '홀에선 자장면이 2500원'이라는 플래카드가 붙였다. 2층에 위치한 식당으로 들어서니 16.529㎡(5평) 남짓한 식당 안에서 3명의 손님이 보였다.

자장면에 대한 정부의 가격 점검 이전에 중국음식점들은 이미 살아남기 위해 가격을 쥐어짜고 있었다. 식당 주인 김성민(36)씨에게 그 이유를 묻자 마치 인터뷰를 기다렸다는 듯이 "(식당을) 때려치우지 못해, 식재료라도 벌려고 2500원 받고 있다"며 열을 냈다.

그는 이날 주문 현황을 보이며 "점심 땐 원래 60집 배달하는데 30집밖에 못했다"고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 그는 한참 속사정을 털어놓은 후 식당 바깥에서 "속 타서 하루 2갑 피운다, 이 가게에 12명의 식구가 달려 있다"며 진한 담배 연기를 한숨 쉬듯 길게 내뿜었다.

 26일 오후에 찾아간 서울 북아현동의 E 중국음식점 사장인 이은주(42)씨가 정부의 물가 안정 대책을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26일 오후에 찾아간 서울 북아현동의 E 중국음식점 사장인 이은주(42)씨가 정부의 물가 안정 대책을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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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위한 물가 대책? 서민인 우리가 죽는다"

"쌀국수를 만들겠다고? 웃기지 않나? 밀은 오르고 쌀은 안 올랐나? 쌀을 밀가루처럼 가공하면 더 비쌀 수밖에 없지 않나? 그런 것도 모르나, 황당하더라."

이어 찾아간 E 중국음식점 사장인 이은주(42)씨의 말에는 거침이 없었다. 정부와 언론 모두 싸잡아 비판했다. 이씨는 정부의 물가 안정 대책을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어제 여고 애들 15명이 왔는데 5만5000원 나왔다, 자장면 한 그릇 씩 배불리 먹고 군만두 서비스까지 줬다, 다른 거 외식하면 몇십만원 나온다, 겨우 500원 올린 것 가지고 그러느냐"며 정부 정책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언론에도 할 말이 많은 것 같았다.

"밀가루 값이 오른 것에 비해 자장면 값 많이 올랐다는 기사 보고 전화하려 했다. 도대체 어디서 조사하나? 밀가루 값 2배 올랐다. 또 자장면은 밀가루로만 만드나. 식용유 18ℓ도 작년 1만7000원에서 요즘엔 3만원이 넘어간다. 기름도 18ℓ도 1만3000원 하던 게 2만4000원으로 올랐다."

이씨에겐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거래처에선 "돼지고기 가격이 많이 오를 것"이고 귀띔했단다. 정부가 자장면 값을 통제하면 더 큰 문제다.

"20년 동안 피자 가게·식당을 많이 했는데, 이렇게 어려운 적은 처음이다. 물가 통제가 서민을 위해서라고 하는데, 서민인 우리가 죽게 생겼다. 모든 게 값이 오르는데, 이제 와서 자장면 값을 특별 관리한다니 어떻게 하나."

 26일 오후 서울 북아현동의 중국음식점 모습들. 한 중국음식점 입구에 적힌 가격표에는 숫자가 지워져 있다. 또 다른 중국음식점 앞엔 배달 나가지 않은 배달 오토바이 세 대가 식당 앞에 서 있고, '홀 한해서 자장면 2500원'이라는 플래카드가 눈에 띈다.
 26일 오후 서울 북아현동의 중국음식점 모습들. 한 중국음식점 입구에 적힌 가격표에는 숫자가 지워져 있다. 또 다른 중국음식점 앞엔 배달 나가지 않은 배달 오토바이 세 대가 식당 앞에 서 있고, '홀 한해서 자장면 2500원'이라는 플래카드가 눈에 띈다.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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