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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도로 공사 예정 1구간 울타리에 주민들이 붙여놓은 글쪽. 오솔길 너머로 인천제철, 현대제철, 동국제강 같은 중화학공장이 몰려 있습니다.
▲ 공사장 울타리에 붙은 글쪽 산업도로 공사 예정 1구간 울타리에 주민들이 붙여놓은 글쪽. 오솔길 너머로 인천제철, 현대제철, 동국제강 같은 중화학공장이 몰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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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개발 삽날 막는 주민들

인천시 종합건설본부는 ‘배다리 산업도로 공사(중구 신광초등학교부터 동구 송림초등학교를 지나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 밑을 꿰뚫어서 동국제강까지 이어지는 길이 2.51km 너비 50∼70미터)’를 다시금 강행하도록 현장사무소에 지시를 내려서 파행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인천시에 요구하고 있으나, 인천시에서는 이를 거부, 그대로 공사강행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26일 아침 7시 50분, 시공사(현대산업개발)에서는 고가도로 기둥 작업을 하려고 현장에 들어왔고, 이를 본 주민들은 공사장 울타리에 있는 개구멍으로 한 사람씩 들어가면서 일꾼들이 콘크리트 작업을 하지 못하도록 온몸으로 가로막으면서 실랑이를 벌였습니다. 이때 주민들이 공사장에 들어오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던 시공사 일꾼과 이를 막던 박병석 송림동성당 신부 사이에 몸싸움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십 분 남짓 실랑이가 벌어지면서, 시공사 곽소진 소장은 공사를 더 할 수 없다고 판단, 철수하기로 합니다. 그 뒤, 주민들은 현장사무소로 몰려가서 감리부장과 현장소장이 나와서 주민들 요구를 인천시에 알려줄 것을 요구하면서 구호를 외칩니다.

공사강행을 막는 주민들을 보고는 사진을 찍는 공사업체 일꾼한테 항의하는 송림동성당 주임신부. 시공업체에서는 주민들을 민형사상 고소고발하여 손해배상을 물리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어서, 주민들 얼굴은 지웠습니다.
▲ 공사강행 막기 몸싸움 공사강행을 막는 주민들을 보고는 사진을 찍는 공사업체 일꾼한테 항의하는 송림동성당 주임신부. 시공업체에서는 주민들을 민형사상 고소고발하여 손해배상을 물리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어서, 주민들 얼굴은 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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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남짓 현장사무소 안쪽에 틀어박혀 있던 곽소진 소장은 오전 8시 53분에 모습을 나타내고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저는 시에서 지시를 받고 공사를 맡은 사람입니다. 시에서는 이 도로가 필요하다고 판단을 내려서 저희한테 공사강행 지시를 내렸기 때문에 공사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대안이 있는가 하는 종합적 검토는 그렇게 하시고, 우리가 공사를 할 수 있도록 양해해 주십시오.”

이에 주민들은 "우리 주민들은 여기에 이 길이 나는 것을 바라지 않는데 왜 자꾸 공사를 하려고 합니까?"라며 "주민들이 이렇게 공사를 방해해서 못한다고 시장님(안상수 인천시장)께 전달해 주세요"라고 말합니다.

다른 주민 한 사람은 "종합건설본부나 시에서 시키니까 하신다고 하는데, 현대산업개발은 공기업도 아니고 공사수주를 따내어 이익을 남겨야 하는 회사잖습니까"라며 "그런데 이 공사가 정당한가 문제가 있는가를 살피지 않고 오로지 이익이 있다고만 판단해서 이렇게 공사를 강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것은, 일말의 반성도 하지 않는 행동이 아닙니까?"라고 항의를 합니다.

또다른 주민은 "(고가도로 다리 지으려고 철근으로 세운 뼈대에) 거푸집까지 다 지으면 (산업도로 공사 반대는) 물 건너 갑니다"라면서 "(이대로 하면 앞으로도) 그냥 다 지어야 해요. 뭐, 비가 오니까 누리아파트 안전이 문제가 되어서 그리해야 한다고 하는 그런 안이한 생각으로 하면 설득력이 없어요"라고 덧붙입니다.

종합건설본부 공무원이 한 사람 현장에 와 있었으나, 주민들한테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습니다. 오늘 하루 공사강행은 막았지만, 시공사에서는 내일 또다시 공사강행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며, 주민들은 시공사와 인천시 앞으로 세 가지 요구사항을 말하고 자리를 정리했습니다.

요구사항은 ▲첫째, 인천시는 주민과 대화할 협의기구를 만들어라 ▲둘째, 배다리 산업도로과 관련된 정보공개 약속을 하루빨리 지켜라 ▲셋째, 대안 찾는 대화를 하는 동안에는 공사를 중단하라 입니다.

시공사 일꾼이 안에 들어가서 일하는 모습을 본 뒤, 안으로 들어갈 길을 찾아서 움직이는 주민들. 중화학공장들이 바로 코앞에 있습니다.
▲ 공사강행 반대 시공사 일꾼이 안에 들어가서 일하는 모습을 본 뒤, 안으로 들어갈 길을 찾아서 움직이는 주민들. 중화학공장들이 바로 코앞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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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 산업도로'란 무엇인가?

먼저 ‘배다리 산업도로(인천 중구 신광초등학교부터 동국제강까지 이으려고 하는 길이 2.51km, 너비 50∼70미터짜리 길)’란 무엇인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인천시에서는 지난 1998년부터 ‘신흥동 삼익아파트∼동국제강 간 도로개설 공사’를 한다고 하여, 동구 창영동과 금곡동에 있던 주민들한테 ‘도로개발에 따른 토지수용’을 하고, 송림동 지역은 재개발을 목적으로 철거를 하고 주공아파트를 새로 짓는 가운데, 수도국산 중턱에 굴(터널)을 두 곳 뚫습니다.

굴파기는 재개발 철거를 한 뒤 아파트 공사를 할 때 막아 놓고 했기 때문에 주민들은 여기에서 무엇을 하는 줄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또한, 주민들한테 이와 같은 굴을 파는 일을 알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차근차근 길닦기를 하려고 했으나, 창영동과 금곡동 주민 두 사람이 이 길이 흔히 내는 찻길이 아니라, 송도와 청라 사이를 이으며 수출입 물동량을 실어나르려는 산업도로임을 깨닫게 되어 민원을 제기하고 반대하는 뜻을 밝혔습니다.

이러는 동안 공사가 수상쩍다고 몸으로 느끼던 주민들이 한 사람 두 사람 늘어났고, 조용한 동네 한복판에 이처럼 끔찍한 ‘화물차 전용도로’를 낸다는 인천시 정책이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인천시에서 밝히는 2020년 도시계획에 따르면, 중구와 동구는 ‘낙후된 도심’이기 때문에 재개발과 재생사업 들을 해서 아파트와 쇼핑센터 들을 이곳에 유치해, 첨단산업과 물류가 넘치는 명품도시로 다시 짜야 한다고 합니다. 또한, 인천은 동과 서를 잇는 길은 많으나 남과 북을 잇는 길이 없다면서, 남과 북을 잇는 대표가 되는 길로 이곳 배다리(중구 유동과 도원동, 동구 창영동과 금곡동과 송림동과 송현동)를 가로지르는 길을 놓으면, 지도로 볼 때 ‘1’자로 이어지며 교통흐름을 원활하게 해 준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인천시가 밝히는 자료에 따르면, 지금 배다리를 가로지르려고 하는 길은 ‘일반 승용차’가 다니도록 하는 길이 아닙니다. 컨테이너, 원목, 철근, 수출입 화물 들을 싣는 수십 톤짜리 대형화물차가 다니는 길입니다. 지금도 인천 중ㆍ동구 옛도심(이른바 동인천역 둘레)에는 대형화물차가 뻔질나게 드나들고 있습니다. 이곳은 경찰들이 ‘대형화물차 통행금지 구역’이라는 걸개천을 곳곳에 내걸고 ‘대형화물차 불법통행이 근절될 때까지 무기한 단속’을 한다고까지 밝히고 있습니다만, 걸개천이 걸린 앞으로도 날마다 수백 대에 이르는 대형화물차가 그대로 지나다니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 대형화물차가 동네 한복판으로 다닐 수 있도록 하려는 산업도로를 내려고 하는데, 예전에 놓여진 길은 바닷가를 끼고 조금 돌아가야 한다는(종합건설본부에서 정확한 통계를 대지 않았으나, 지도를 펼쳐놓고 헤아린다면 3분 안팎) 어려움 때문에라도 이 길을 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동네 한복판을 100터에 가까운 너비로 파헤쳐 놓아(길너비를 최대 70미터로 잡고 있기에 여분까지 해서 길게 파헤쳐 놓았습니다)서, 높은 건물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폭탄에 맞은 듯 깊게 파여 있습니다. 이런 길을 동네에 놓으면 어느 주민이 살아갈 수 있을까요.
▲ 산업도로 공사 예정터 동네 한복판을 100터에 가까운 너비로 파헤쳐 놓아(길너비를 최대 70미터로 잡고 있기에 여분까지 해서 길게 파헤쳐 놓았습니다)서, 높은 건물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폭탄에 맞은 듯 깊게 파여 있습니다. 이런 길을 동네에 놓으면 어느 주민이 살아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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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길을 참말로 내야 한다면, 왜 동네 한복판을 가로지르도록 내야 하는가를 따져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인천시에서 계획하고 있는 이 ‘배다리 산업도로’ 예정구간을 보면, 길이는 2.51km로 짧은 편이지만, 첫 자리부터 신광초등학교가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그동안 대형화물차가 드나드는 예전 산업도로 구간에는 신광초등학교가 큰길가에 그대로 있어서 지난 수십 해 동안 이 문제가 끊임없이 지적되어 왔습니다.

실제로 신광초등학교 앞길을 질주하는 대형화물차에 치여 죽은 아이들이 있으며, 언제나 사고위험에 드러나 있습니다. 도로행정과 교육행정이 제대로 서 있다면, 초등학교 앞에 대형화물차가 다니지 못하도록 산업도로를 더 바깥으로 빼든지 해야 하는데, 그런 움직임이 아니라, 또다른 산업도로를 내는 자리(시발점)를 바로 ‘사고위험이 늘 지적되는’ 초등학교 앞부터 잡아 놓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산업도로 예정구간에는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이 길가에 닿아 있습니다. 몇 해 앞서까지는 중구 보건소로 쓰이던 건물입니다. 이런 건물 앞에 산업도로가 지나간다는 것도 상식에 와닿지 않습니다. 보건환경연구원 옆으로는 정보산업고등학교가 길가에 맞닿아 있습니다. 고등학교 환경도 초등학교와 마찬가지로 지켜주어야 합니다. 그런 다음에 동구 창영동을 꿰뚫게 되는데, 이곳에는 2008년 올해로 101년이 되는 창영초등학교가 옆으로 60m 거리로 있고, 그 옆으로 영화초등학교와 영화정보산업고등학교가 있습니다. 창영학교와 영화학교는 개화기 때 지어진 학교 건물이 그대로 남아 있어 교육터전뿐 아니라 지역문화재로도 이름이 높습니다.

창영초등학교 옆으로 지나는 산업도로는 옛 문화극장 옆을 지나면서 수도국산 밑에 뚫어놓은 터널로 들어가게 되는데, 이 구간에서는 송림초등학교가 길가에 닿게 됩니다. 산업도로 구간에서 150m 거리에는 동명초등학교가 있어서, 모두 일곱 군데 학교가 산업도로 영향을 받게 됩니다. 이 학교들에 다니는 학생은 이 동네 아이들이 많아 거의 걸어서 학교를 오갑니다.

학교 둘레로는 스쿨존을 마련하고 통학길이 안전할 수 있도록 한다는 테두리에서 살펴보았을 때에도, 이와 같은 길을 놓으면서 일어나는 갖가지 문제점은 덮어놓고 지나칠 수 없습니다.

101년이나 된 초등학교, 아니 중고등학교와 대학교를 통틀어서, 100년이 넘은 학교가 우리 나라에 몇 군데나 될까요? 이곳 창영초등학교는 인천 지역 문화재임을 넘어서 우리 나라에서 중요한 교육 문화재 노릇을 한다고 할 텐데, 이 학교 옆으로 고작 60미터 거리에 산업도로가 놓이면, 문화재도 문화재고 아이들은 또 아이들대로 어떻게 될는지요.
▲ 101년 역사 초등학교 101년이나 된 초등학교, 아니 중고등학교와 대학교를 통틀어서, 100년이 넘은 학교가 우리 나라에 몇 군데나 될까요? 이곳 창영초등학교는 인천 지역 문화재임을 넘어서 우리 나라에서 중요한 교육 문화재 노릇을 한다고 할 텐데, 이 학교 옆으로 고작 60미터 거리에 산업도로가 놓이면, 문화재도 문화재고 아이들은 또 아이들대로 어떻게 될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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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취재를 하는 가운데 이해할 수 없던 대목은, 이러한 ‘산업도로 공사’를 꾀하고 있었음에도, 주민설명회를 한 번도 열지 않기도 했지만(주민들은 공개토론회와 ‘믿을 만한 제3자 조사기관에서 타당성 검토를 할 것’도 요구했으나 이 또한 들어주지 않습니다), 환경영향평가도 받지 않았다는 것. 환경영향평가는 ‘5km가 넘는 길일 때에만 받는다’고 하는데, 도심지에다가 주택이 잔뜩 모여 있는 곳을 토지수용을 하면서까지 벌이고 있는 이와 같은 공사에서 소음과 분진과 대형화물차에 따른 주민 피해와 교육환경 피해 검토가 없었다는 대목에서는 물음표를 찍을 수밖에 없습니다.

주민들은 ‘산업도로를 내어 우리 삶터 무너뜨리는 일에 반대한다’는 뜻을 또렷이 밝히는 가운데, 인천시에서는 ‘인천시 도시계획에서 이 길은 꼭 놓아야 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인천시가 밝히는 도시계획을 살피면, 지금 꾀하는 ‘배다리 산업도로’ 기능은 ‘수도권 제2외곽순환도로’가 정부계획으로 잡힘에 따라서, 배다리 산업도로에서 수용하려던 기능이 모두 제2외곽순환도로로 편입되게 되었습니다. 인천시는 이 대목을 인정합니다. 그렇지만, 산업도로 기능이 그쪽으로 편입되었더라도 이 길에는 사업비(토지보상 때문에)가 많이 들어갔고, 인천시 도시계획 테두리에서 볼 때 꼭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합니다.

막개발 막공사가 이루어지는 건너편 풀밭에서도 개나리가 꽃망울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사람 삶터는 엉망이어도 자연 삶터는 고이고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 개나리 막개발 막공사가 이루어지는 건너편 풀밭에서도 개나리가 꽃망울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사람 삶터는 엉망이어도 자연 삶터는 고이고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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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강행 지시 뒤, 만남과 이야기

안상수 인천시장은 지난 2월 22일, ‘시가 판단했을 때 이 산업도로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리고, 현장사무소(현대산업개발)에 공사강행 지시(2월 28일부터 공사를 강행하도록 지시)를 내리는 한편, 주민들한테는 2월 27일에 통보를 합니다. 이에 주민들은, 아무런 대화도 면담도 해결책도 없이 공사강행을 하려는 인천시 움직임에 반발을 하면서, 지난 2월 28일 11시에 시청 앞 시위를 합니다.

그리고 이날부터 ‘배다리 산업도로’ 공사 구간 가운데 하나인 3-B 구간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입니다. 현장 공사업체는 주민들 반대농성을 지켜보다가 3월 3일부터 공사를 다시 벌이는데, 주민들은 거친 몸싸움을 마다 않으면서 공사강행을 막습니다.

이러는 가운데 인천시 종합건설본부장(김진영)은 주민대표 몇 사람과 ‘기자출입을 배제한’ 채 면담을 요청했고, 3월 6일과 3월 10일, 두 차례 만납니다. 이 자리에서 김진영 본부장은, ‘이 도로(산업도로)는 반드시 내야 하며, 내는 것을 전제로 해서 토론을 하자고 하면 하겠다. 공사를 막으면 법적 책임을 묻고 공권력을 동원하겠다’고 밝힙니다.

주민대책위(산업도로 무효화를 바라는 주민대책위)는, ‘그렇게 하는 말은 토론과 대안을 마련하자는 자세가 아니다, 그러나 정 그렇다고 한다면, 주민이 한발 물러서서, 길을 내는 조건에서 중ㆍ동구 삶터가 망가지지 않는 쪽에서 대안을 찾아보자’고 하면서 또다른 실마리를 찾아보는 문이 열릴 듯 보였습니다. 인천시 종합건설본부와 인천시 도로과에서도, 배다리 산업도로와 관련된 자료와 도면을 주민대책위에 보내 옵니다.

주민들은, 멀리 안산까지 가서 종합건설본부에서 보내 온 도면을 검토합니다. 되도록 신중하고 꼼꼼히 살펴보려는 마음에 이렇게 인천 문제를 인천 바깥까지 들고 나가서 알아봅니다. 안산시의회 사무실에서.
▲ 도면 검토 주민들은, 멀리 안산까지 가서 종합건설본부에서 보내 온 도면을 검토합니다. 되도록 신중하고 꼼꼼히 살펴보려는 마음에 이렇게 인천 문제를 인천 바깥까지 들고 나가서 알아봅니다. 안산시의회 사무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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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종합건설본부와 도로과에서 보내온 자료와 도면을 보니, 종합건설 본부장이 여러 차례 다짐했던 ‘산업도로가 아닌 간선도로로 하겠다’가 아니라, “항만 발생 교통량의 남북수송체계를 확보하여 인천항을 이용하는 수출입물동량의 원활한 수송체계 구축”이라고 하는 도로목적이 조금도 바뀌지 않은 채 그대로 실렸으며, 도면에 적힌 수치와 기본배치 들이 틀리게 나와 있는 것이 확인이 됩니다.

이에 주민들은 크게 반발을 합니다. 왜냐하면, 인천시에서 주민들한테 건네준 도면에 따르면, 어쩔 수 없이 산업도로를 내야 하고, 또한 솔빛주공아파트와 송현아파트 옆을 길쭉하게 가로지르는 고가도로가 놓일 수밖에 없게 됩니다.

주민들은 이 도면을 ‘엉터리 도면’에다가 ‘주민을 도면도 못 읽는 바보로 규정하고 우롱하는 처사’라고 항의를 하면서, 이와 같은 자료와 도면을 보내 온 까닭을 인천시 담당 공무원한테 묻습니다.

그리고 지난 3월 24일 오후 2시, 주민 대표와 종합건설본부 관련 팀장 및 인천시 도로과 공무원과 기술자와 1구간 공사 담당 업체인 현대산업개발 소장 들이, 경기도 안산시 시의회 회의실에 모여서 ‘기술 검토 회의’를 합니다.

종합건설본부와 인천시 도로과 기술자들은, 배다리 산업도로 구간에서는 ‘속도 80km를 맞추도록 설계를 해야 하며, 기술적으로도 3구간은 지하화할 수 없고 1구간은 반드시 고가도로를 놓아야 한다’고 주장을 합니다.

이에 맞서, 주민대책위에 자문을 하는 이문종 씨(전 안산시 시의원이자 토목건설 전문가)는, ‘종합건설본부에서 준 도면은 수치 및 여러 배치가 잘못되어 있지만, 이 도면대로라 해도 배다리 지역 주민들이 바라는 3구간 지하화와 1구간 평면(고가도로 안 놓는 방안)이 가능하며, 정확한 수치대로 도면을 다시 작성하면 훨씬 나은 대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내가 직접 다시 만들어 줄 테니 캐드 파일을 달라’고 이야기합니다.

또한, 시민단체(배다리 지키는 시민모임) 대표로 함께한 장숙경씨는 "산업도로 예정 구간에 송림초 창영초 영화초 신광초를 비롯해 7개 학교가 모여 있고, 이 가운데 송림초와 신광초 경우에는 도로와 맞닿는 자리에 학교가 있다"면서 "학교 둘레로는 스쿨존을 마련해 아이들 통학을 보호하도록 의무가 되어 있으며, 스쿨존에서는 30km 이상 달리지 못하게 되어 있고 경적도 울리지 말라고 규정되어 있는데, 기본설계부터 80km로 맞춘다고 하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따집니다.

문성진 주민대책위 위원장은 "종합건설본부와 주민이 대화하겠다고 한 것은, 주민 쪽에서 어렵지만 도로를 내는 것을 받아들이면서 몇 가지 전제조건을 걸었는데, 첫째가 이 길은 산업도로여서는 안 된다이고 둘째는 공사와 관련된 모든 정보공개를 해 달라였다"면서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면 종합건설본부에서 약속했던 두 가지 모두 깨지고, 이 길을 산업도로로 밀어붙이겠다는 것에다가, 우리가 요구한 정보공개도 요청시한을 넘기면서까지 공개를 안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어 문 위원장은 "지금 이 자리에서 담당자께서 3구간 설계나 이런 것은 캐드로 보내주신다고 했으니까 보내주시고, 하루빨리 정보공개를 해주는 한편, 책임과 권한이 있는 담당 공무원과 주민이 제대로 된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제안을 합니다.

주민대책위 문성진 위원장이, 현장소장한테 공사강행을 항의합니다.
▲ 공사 항의 주민대책위 문성진 위원장이, 현장소장한테 공사강행을 항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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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이법은 있는가?

인천시 주민과 인천시 공무원은 서로 만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뿌리를 살펴보면, 인천시 주민은 당신 부모들부터 살았고 당신들도 뿌리내리며 살아온 고향인 이곳에서 앞으로도 조용히 살고 싶은 마음입니다. 인천시 공무원은 새로운 실적을 올리면서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사업을 자꾸자꾸 만들어야 한다는 마음입니다.

예부터 살아온 주민으로서는 지금 인천 구석구석에 수없이 많은 갖가지 공장들 때문에라도 숨이 막혀서 죽을 판입니다. 이런 가운데 산업도로를 또 뚫는다고 하면 반발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천시 토목과 공무원은 자신이 토목과 건설을 맡는 지역이 ‘같은 인천’이라고 하지만 그 ‘공사현장이 될 인천’에 살지 않습니다. 공사현장에서 일꾼들이나 현장소장과 이야기를 해보면, ‘우리도 이런 환경이라면 살 수 없다’고 털어놓습니다.

생각해 보면 문제풀이는 어려운 먼 하늘에 있지 않습니다. 가까운 자리에 있습니다. ‘대체 산업도로’가 없다고 하는 지금에도 교통분담률에는 이상이 없고 교통흐름에도 막힘이 없습니다. 또한 지금 같은 상황에서 앞으로 제2외곽순환도로가 주거지역 바깥으로 놓이기 때문에, 교통량이 늘어난다고 해도 새로운 길에서 수용이 됩니다. 이는 시에서도 인정했습니다.

수도국산 중턱에 뚫어놓은 터널. 이 터널은 무척 넓고 깊습니다. 대형화물차가 컨테이너를 싣고 달릴 것을 헤아리며 지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 자리를 아이들 인라인 놀이터라든지, 노상박물관이나 전시관으로도 꾸밀 수 있을 터이니, 슬기를 모으기 따름입니다.
▲ 쌍굴터널 수도국산 중턱에 뚫어놓은 터널. 이 터널은 무척 넓고 깊습니다. 대형화물차가 컨테이너를 싣고 달릴 것을 헤아리며 지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 자리를 아이들 인라인 놀이터라든지, 노상박물관이나 전시관으로도 꾸밀 수 있을 터이니, 슬기를 모으기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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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동구 송림동을 재개발하고 솔빛주공아파트를 지을 때 주민 동의를 받지 않고 수도국산 중턱에 뚫어놓은 쌍굴(터널)입니다. 시에서는 ‘이미 뚫어놓은 터널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면 터널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은 ‘시가 처음 기획했던 산업도로를 강행하는 일’ 하나밖에 없을까요?

동네에는 사람이 살아야 합니다. 차 없는 사람도 살고, 자전거 타는 사람도 살아야 합니다. 오로지 자동차만 다니도록 하는 길을 자꾸만 뚫으려고 하면, 아이들이나 어르신들, 게다가 젊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는지요.
▲ 동네에는 사람이 살아야 동네에는 사람이 살아야 합니다. 차 없는 사람도 살고, 자전거 타는 사람도 살아야 합니다. 오로지 자동차만 다니도록 하는 길을 자꾸만 뚫으려고 하면, 아이들이나 어르신들, 게다가 젊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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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굴은 둘로 나뉘어 뚫려 있고, 편도 길이가 410미터입니다. 굴 너비 따로따로 20미터쯤 됩니다. 높이도 제법 높아서 10미터가 넘습니다. 이러한 굴이라 하면, 한쪽 굴은 아이들이 안전하게 인라인을 즐길 수 있는 놀이터로 꾸밀 수 있고, 다른 한쪽 굴은 미술전시관이나 노상박물관을 꾸밀 수 있습니다.

설계와 시공이 밀실에서 이루어지면서 잘못된 길로만 나아가는 ‘배다리 산업도로’ 문제이지만, 주민 삶을 좀더 맑고 싱그럽게 가꾸는 대안을 찾는다면, 이밖에도 여러 가지 슬기를 모을 수 있으리라 봅니다.

실제로 시민단체(배다리를 지키는 인천시민모임)에서도 여러 차례에 걸쳐서 ‘대안 찾기 토론회와 세미나’를 열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러한 대안 찾기는 인천시에서도 적극 생각해야 마련할 수 있습니다.

정 길을 놓아야 한다고 할 때에도, 주민들이 자문을 얻은 건축토목 전문가 이문종씨는 "인천시에서 산업도로가 아닌 승용차만 다니는 길로 하겠다는 뜻을 제대로 확정해 놓고 생각하면 3구간에서는 지하로 파들어가면서 3구간 터널을 잇되 고가도로를 내지 않으면서 동국제강 앞으로 길을 낼 수 있고, 또한 터널 밑으로 더 파고들어가도 이 공사는 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이와 같은 여러 가지 대안들은 모두 주민들이 내놓았습니다. 정작 인천시 정책 담당자나 토목 부서나 종합건설본부에서는 아무런 대안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1998년에 처음 계획했던 그대로 산업도로 공사를 강행해야 한다’는 의견만 붙잡고 있습니다.

지난 두 해에 걸쳐서 주민대표와 종합건설본부장 및 토목부장 들이 만난 자리에서 나눈 녹음파일과 대화록을 취재기자가 모두 샅샅이 살펴본 바로는, 또 그동안 종합건설본부에서 내놓은 이야기와 초기 계획안을 본 바로는, 인천시 행정은 주민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시에서 잡아 놓은 규정’ 하나에만 매인 채, ‘시가 벌이는 사업이 자꾸 늦추어져서 차질이 빚어지고 있으니 주민이 협조를 해 주어야 한다’는 목소리만 내고 있습니다.

현대산업개발 현장사무소 한켠 풀밭에도 봄풀이 자랍니다. 이곳뿐 아니라 우리 동네 어느 곳에서나 봄풀이 싱그럽게 피어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봄풀 현대산업개발 현장사무소 한켠 풀밭에도 봄풀이 자랍니다. 이곳뿐 아니라 우리 동네 어느 곳에서나 봄풀이 싱그럽게 피어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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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는, 인천시가 공장굴뚝과 산업도로만 수없이 널려 있는 잿빛 시멘트땅이 아니라, 푸나무가 자라고 주민들이 웃으면서 어우러질 수 있는 쪽으로 마음과 눈길을 돌려야 비로소 ‘주민-공무원’ 갈등이 풀립니다. 산업도로를 낸다면서 토지수용을 한 넓은 자리에는 ‘도심 생태 공원’을 꾸며서 도심지에 푸른 숨결이 넘실거리도록 이끌 수 있습니다.

우리가 꾸리찌바에서 배운다고 한다면, 짜임새 있게 갖춘 교통행정만이 아닙니다. 도시에 사는 주민 스스로 제 손으로 땅을 일구는 생태농업도 있습니다.

여기에다가 한켠에는 ‘지역 도서관’을 마련해 본다면, 학교가 몰려 있는 옛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산업도로 닦는 데에 주어진 예산을 이렇게 쓴다면 훨씬 적은 돈이 들어가니 시 재정도 한결 넉넉해지고, 이러한 공사를 할 때에는 시공사도 일감이 넉넉히 있는 한편, 주민뿐 아니라 담당 정책부서에서도 나라 안팎에 두루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예부터 길은 차만 다니라고 놓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다니려고 놓은 길입니다.

덧붙이는 글 | - 취재기자는, "배다리 산업도로" 이야기를 알아보고자, 지난 2월 28일부터 주민들이 벌이고 있는 천막농성터에서 함께 지내면서 이야기를 듣고 있으며, 그동안 나왔던 자료와 대화록과 녹취록 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앞으로도 천막농성터에서 함께 지내고 주민들과 함께 움직이면서, 후속보도를 이어나가려고 합니다.

- 배다리 산업도로 공사와 얽힌 좀더 많은 이야기는, 인터넷방 <배다리를 지키는 인천시민모임 http://cafe.naver.com/vaedari>으로 들어가 보시면 여러 가지를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태그:#산업도로, #인천, #안상수, #배다리, #골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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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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