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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싹 말랐던 집 근처 작은 텃밭이 오랜만에 물기를 머금고 있습니다. 봄비가 와 주셔서 긴 갈증을 풀고 싹 틔울 채비를 합니다.

바람이 좀 차다 싶지만, 봄바람은 역시 봄바람인지라 한두 시간 바깥에서 산책하고 돌아와도 볼과 손만 좀 쌀쌀한 느낌이지, 겨울처럼 어깨를 움츠리게 되지는 않습니다. 날씨를 소재로 한 그림책 가운데 단연 비 오는 날이 주인공인 그림책이 많은데요, 그 가운데서도 눈에 띄는 비 그램책 몇 권을 소개합니다.

수묵화의 즐거운 외출, 동양화로 엮은 비 그림책.
 수묵화의 즐거운 외출, 동양화로 엮은 비 그림책.
ⓒ 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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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물 그림으로 그린 비

글이 먼저 있고, 그 글에 맞춰 그림을 새로 그린 듯 내용과 그림이 잘 어우러지는 <즐거운 비>는 사실 동양화가 서세옥 화백의 그림 중에서 글에 맞는 것을 골라 묶은 것입니다.

쿠하가 아주 어릴 때(100일 이전) 때때로 미술 책에서 수묵화를 보여주거나, 할아버지가 연습용으로 써둔 화선지 위의 검은 글씨들을 보여주곤 했습니다.

아기에게 흑과 백이 주는 형태감이 인지 발달에 좋다는 책을 읽고 기하학적 문양의 인지 발달 책을 사줄까 하다가, 그런 단순한 무늬는 인터넷에서 찾아서 흑백 프린트로 인쇄해서 몇 번 보여주고는 말았지요. 얘기가 삼천포로 빠졌는데요^^; 쓱싹 붓이 지나간 자리에 하늘에서 내리는 빗방울, 웅덩이, 비를 맞으며 즐거워하는 사람이 생겨납니다. 수묵화가 얼마나 멋진 그림책이 되는지 알게 하는 좋은 그림책 입니다. 

귀여운 일러스트가 돋보이는 <비오는 날은 정말 좋아>

쿠하에게 노란 비옷과 장화를 사주고 싶게 한 그림책
 쿠하에게 노란 비옷과 장화를 사주고 싶게 한 그림책
ⓒ 삼성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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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제 힘으로 작은 우산을 들 수 있는 개월 수가 되면 도트무늬가 그려진 장화를 한 켤레 사주고 싶었습니다. 거기에 구할 수 있다면 노란 비옷도 한 벌 더해 완벽한 비 나들이 차림을 갖춰주고 싶은데요, 워낙 비 내리는 날을 좋아하는 엄마이기도 하지만, 비 오는 날 옷 버린다고 밖에 나가지 못하게 하던 제 어머니와는 다르게 아이를 키우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입니다.

너무 거창한 핑계라 이렇게 글로 쓰기 민망하지만, 이뀨의 선시처럼 '비 오면 비 맞고, 바람 불면 바람 맞으면서' 다른 동물들처럼 그렇게 자연 속에서 자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책에는 작은 글씨로 비 오는 날 일어나는 자연현상에 대해 엄마가 설명해 줄 수 있도록 자세한 힌트가 적혀 있어 아무 준비 없이 그림책을 펴도 비나 천둥, 번개에 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습니다. 구름빵 작가 백희나의 그림도 귀여워서 날씨가 좋은 날에도 기우제 하듯 쿠하와 자주 읽는 책입니다.

귀여운 일러스트가 돋보이는 이 책에는 비 오는 날에 볼 수 있는 자연현상을 작은 글씨로 설명해두고 있어 엄마들에게 좋은 힌트를 줍니다.
 귀여운 일러스트가 돋보이는 이 책에는 비 오는 날에 볼 수 있는 자연현상을 작은 글씨로 설명해두고 있어 엄마들에게 좋은 힌트를 줍니다.
ⓒ 백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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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요같은 우리말 글밥이 고마운 <야, 비 온다>

비 그림책은 날씨를 소재로 아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비 그림책은 날씨를 소재로 아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 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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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눈높이에 딱 맞는 비 그림책을 하나 꼽으라면 주저 없이 글밥이 동요처럼 예쁜 <야, 비 온다>와 아예 글이 없는 <노란우산>을 고를 것 같습니다.

"토독 토독 톡토독."
비일까?
맞아, 비야.

단이는 우산을 펴 들고
밖으로 달려 나갔어.

작고 동그란 우산에
작고 동그란 빗방울이
조롱조롱 매달렸어.
비는 그치지 않고 보슬보슬.

단이는 보이는 것마다 모두 우산을 쓰게 하고 싶었어.
"민들레야, 우산을 쓰렴." (이 책 7쪽 - 14쪽)

비에 대한 그림책은 많지만 이렇게 생생하면서도 예쁜 빗소리와 아이의 마음을 모두 담은 책은 드뭅니다. 이 책처럼 우리말의 맛과 멋을 잘 살린 아기 책을 보면 괜히 반가워 점수를 두둑이 주게 됩니다.

아이들의 상상력을 마구마구 자극해 주는 예쁜 그림과 동요처럼 귀에 쏙 박히는 글밥.
 아이들의 상상력을 마구마구 자극해 주는 예쁜 그림과 동요처럼 귀에 쏙 박히는 글밥.
ⓒ 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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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소리에 맞춰 책장을 넘기는 <노란 우산>

글자 없이 피아노 소리와 함께 책장을 넘기는 <노란 우산>
 글자 없이 피아노 소리와 함께 책장을 넘기는 <노란 우산>
ⓒ 류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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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우산>은 글자 없는 그림책 몇 권을 소개하려고 아껴둔 그림책입니다만, 비 오는 날 잘 어울리는 그림책으로 제일 먼저 떠올리게 되는 수작입니다.

빗소리를 닮은 청명한 피아노곡을 들려주면서 책장을 넘기는 이 책은 잿빛 하늘과 환한 색감의 우산들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모습이 마음을 푸근하게 만듭니다.

아주 어린 아기들에게 색깔 인지 책으로도, 음악과 함께 보여주는 정서 발달 책으로도 더없이 훌륭한 이 책은 비 내리는 날 아이에게 우산이 많이 지나가는 장면을 위층에서 보여주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책에 등장했던 인상적인 그림을 직접 눈앞에서 확인해 보는 경험도 아이들에게는 신나는 일일 테니까요.

봄비 내리고 나면 아직 움츠렸던 꽃나무 가지들에 저마다 색색의 새 꽃을 틔워 내겠지요. 아이와 함께 비 그림책으로 봄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작고 예쁜 우산 하나 선물하고 싶은 봄날입니다. 옷 젖을까 염려 놓아두고 비 고인 웅덩이에 장화 신고 찰박찰박 물놀이 하고 싶은 날들입니다.


즐거운 비

서세옥 그림, 김향수 글, 한솔수북(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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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봄비, #우산 , #그림책, #쿠하, #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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