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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비자금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검팀이 삼성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수사를 하고 있다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특검 수사가 삼성의 주장에 따라 춤추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소극적인 수사도 도마 위에 올랐다.

 

[소극적 수사] <한겨레>는 25일 특검팀 관계자의 말을 빌어 "지난 1월 10일 특검 수사가 시작되자마자 안양 베네스트 골프장을 압수수색하자는 내부 의견이 있었지만 조 특검이 '비자금 수사를 먼저하고, 로비 수사는 나중에 직접 챙기겠다'며 압수수색 의견을 묵살했다"고 보도했다.

 

안양 베네스트 골프장은 삼성 에버랜드가 소유한 골프장으로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의 로비가 주로 이뤄진 곳이라 지목한 곳이다. 특검팀은 안양 베네스트 골프장을 압수수색 하는 대신 그곳에서 임채진 검찰총장과 골프를 친 것으로 지목된 장충기 전략기획실 부사장을 두 차례 소환해 조사했다. 이를 두고, 압수수색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수사에 임하는 것이 아니라 핵심 관련자의 진술에만 의존하는 등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윤정석 특검보는 25일 오전 "삼성그룹이 운영하는 골프장이 거기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냐"며 "압수수색을 할 필요가 있었다면 그 전에 했겠지만 압수수색을 통해 예상되는 효과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만으로 면죄부 수사 의혹이 가신 것은 아니다. 특검팀의 최근 행보를 살펴볼 때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검 "최대한 사실관계 확인하는 작업중"... 그러나

 

 

[정체된 수사] 일견 특검팀이 지금까지 밝혀낸 성과들은 많아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다르다.

 

우선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의 경우 특검팀은 김용철 변호사가 제출한 로비 담당 삼성 임원들을 줄소환하며 속도를 내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진전은 전혀 없다. 뇌물수수 사건의 경우 대개 뇌물을 건넨 이의 진술이 결정적 증거로 역할하는데 소환된 임원들은 하나 같이 해당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윤 특검보도 "김 변호사의 주장도 누가 어느 부분을 담당했다는 것인데 획기적인 진전은 없다"며 로비 의혹 수사가 벽에 부딪혔음을 시인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특검팀이 김성호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와 임채진 검찰총장을 공소시효나 증거불충분을 근거로 무혐의로 판단했다는 전망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비자금 의혹 수사도 마찬가지다. 특검팀은 삼성화재가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돈을 빼돌려 10억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을 확인했지만 여전히 전략기획실 개입 여부를 놓고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전·현직 임원의 명의로 삼성증권에 개설된 차명계좌와 관련해서는 수사가 중단된 상태나 다름 없다. 수사 중반까지는 이와 관련해 상당한 양의 자료들이 파쇄되어 나오는 것이 기자들에게 쉽게 눈에 띄었지만 지금은 볼 수 없다.

 

[면죄부 수사] 지금 수사력을 모으고 있는 삼성생명 차명주식과 관련해서도 고 이병철 회장의 상속재산이라는 삼성 쪽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경우 이건희 회장 등에게 양도소득세나 증여세 등을 물릴 수는 있지만 사법처리 가능성은 낮다.

 

또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의 최대 쟁점 사건인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발행 사건과 관련해서도 김인주 사장을 수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삼성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학수 부회장은 지난 20일 조사에서 "지난 96년 유석렬 당시 구조본 재무팀장이 전환사채 발행 기획안을 만들었고 자신이 승인했다"고 진술했다. 특검팀 관계자도 지난 24일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당시 김인주 사장이 구조본 소속이 아니라 비서실 소속이라는 이유로 "김인주 사장은 검찰 수사 때부터 수사대상이 아니었다"고 밝혀 면죄부 수사 의혹을 더욱 증폭시켰다.

 

그러나 윤 특검보는 "에버랜드 사건은 회장 비서실의 지시가 있었는지 재무팀 임원들이 무슨 역할을 했는지가 수사 포인트"라며 "우리는 최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작업 과정에 있다.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하려 했다면 굳이 (전·현직 임원들을) 불러 조사할 필요가 없지 않는가"라고 해명했다.

 

시민사회단체 "특검수사, 삼성 주장에 따라 춤추고 있다"

 

[비판 여론 확산] 특검팀의 해명에도 시민사회단체들은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특검팀의 수사가 검찰의 대선자금사건, X파일 사건 수사 때처럼 별 성과 없이 마무리 될 가능성에 대비해 조치들을 강구하고 있는 중이다.

 

우선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 등 50여개 시민 사회단체로 구성된 '삼성 이건희 불법규명 국민운동'(이하 국민운동)이 먼저 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이날 오전 서울 한남동 특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검의 수사는 삼성의 주장에 따라 춤추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국민운동은 특검팀이 ▲이건희 회장 소환을 주저하고 있는 점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로 e-삼성 사건을 불기소 처분한 것 ▲김용철 변호사가 증언한 삼성 불법 로비 사건에 대한 수사를 전혀 진행하지 않는 점 ▲삼성생명 차명주식,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발행, 미술품 등 삼성 측의 해명을 적극 수용하고 있는 점 등 모두 4가지의 특검 수사 불신 근거를 제시하고 "남은 수사기간 내에 우리 고발인들이 제기한 문제들이 시정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특검 수사를 결코 인정할 수도, 승복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국민운동은 애초 특검 측에 이런 우려를 전달하기 위해 지난 24일 면담을 신청했지만 "수사가 바빠서 나중에 하도록 하자"며 완곡히 거절당한 상태다.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검찰 결론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결론이 날 경우 향후 추가 소송과 국민운동 등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백승헌 민변 회장은 "특검이 출발할 당시부터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지만 점차 우려는 높아지고 기대는 낮아지고 있다"며 "이런 우려를 특검 측에 전달하고 각성을 요구해야 할 상황까지 온 것은 정말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 등 재벌들의 불법 비리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오고 있는 경제개혁연대도 적극적으로 특검 수사 방향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나섰다.

 

경제개혁연대는 논평을 통해 "삼성과 물밑협상이라도 벌이고 있는 듯한 작금의 특검의 수사행태와 삼성의 기만적 대응은, 삼성의 미래에 한치의 희망이라도 남아있는 것인지 회의와 우려를 갖게 한다"며 "25일 오후 삼성에버랜드 및 삼성SDS 등 이재용씨로의 경영권 불법승계 사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였으나 피고발인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김인주 사장 등 핵심 관련자들을 특검에 추가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태그:#삼성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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