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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1년 전인 지난해 2월 <오마이뉴스>는 '이론과 현장이 만나는 생태지평연구소'와 공동기획으로 독일과 네덜란드를 방문해 운하를 현지조사한 뒤 10여 차례에 걸쳐 기획보도한 바 있다. 당시 이명박 대선 후보는 '제1 공약' 경부운하를 내세워 물류혁명을 이루겠다고 주장했으나, 현지 취재 결과 그 허구성이 드러났다. 하지만 이명박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도 그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그간 경부운하의 허실을 집중적으로 취재해온 김병기 기자를 미국 현지에 파견, '생태지평' 전문가와 함께 미국 주요 운하들의 현재 상황을 조명해보는 2차 해외탐사보도 '미국운하를 가다'를 기획했다. [편집자말]
 유람선 톰소여 호
 유람선 톰소여 호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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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아앙~~~.

뱃고동 소리가 귀청을 찢었다. 멀리서 들을 때는 낭만적이지만, 바로 옆에서 들으니 온몸이 뒤흔들릴 정도로 굉음에 가까웠다.

거칠게 흐르는 흙탕물. 나뭇가지 무더기들이 여기저기 흩어져서 떠내려왔다. 유람선은 세인트루이스의 상징인 게이트웨이 아치(Gateway Arch) 앞쪽 선착장에서 미시시피강을 따라 서서히 거슬러 오르기 시작했다. 

주말에 타 본 텅빈 유람선

 유람선 선착장 입구.
 유람선 선착장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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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람선의 뱃전.
 유람선의 뱃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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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찾은 날은 지난 8일 토요일 정오. 선착장은 한적했다. '톰소여'라는 이름의 유람선 승선비는 어른 12달러(어린이 6달러). 한강의 유람선(어른 13000원, 어린이 6000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강에서 유람선 한번 타보지 않았던 나는 이날 박진섭 생태지평 부소장과 함께 취재차, 1시간짜리 세인트루이스의 유람선 관광에 나섰다.

유람선은 거의 텅 비어 있었다. 주말같지 않았다. 1층 객실을 둘러보니, 피아노 한 대만 덩그러히 놓여있다. 화장실에 잠시 들렀다가 나오니 2명의 아이를 포함해 한 가족으로 보이는 5명의 승객이 부산스럽게 자리를 잡고 있다. 2층 객실에는 아예 인적이 없다.

뱃전에 가니 2명씩 짝을 이룬 승객 4명이 있었다. 각각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온 관광객이라고 했다. 우리 일행과 함께 승선한 통역인 최문성씨를 합치면 총 12명. 유람선에서 내릴 때 입구에서 표를 받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관광객이 총 15명이란다. 그러니까 1시간동안 168달러를 받고 유람선을 띄운 것이다. 

이와는 상반된 경부운하의 장밋빛 조감도가 떠올랐다. 대형 크루즈선이 떠다니고, 화려한 폭죽이 터지는 환상적인 그림 말이다. '물류 혁명' 운운하다가 경부운하를 통한 물류 효과가 별반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70~80%가 관광효과라고 말을 바꾼 운하 찬성론자들의 얼굴도 그려졌다. 대체 어느 세월에 수십조에 달하는 경부운하 투자금을 관광수입으로 회수하겠다는 것일까?

선착장 바로 옆에는 거대한 유람선이 정박해 있었다. 선체가 온통 은빛으로 칠해진 화려한 배다. 그런데 '프레지던트 카지노'(President Casino)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유람선을 탄 채 카지노를 즐길 수 있다는 말일까?  

크루즈선이 카지노가 된 까닭

 카지노로 사용되는 크루즈선.
 카지노로 사용되는 크루즈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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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람선 선장.
 유람선 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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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정박해 있는 카지노(프레지던트 카지노)는 원래 크루즈선이었습니다. 1906년에 만들어졌습니다. 스팀보트입니다. 안전기준에 미달돼 지금은 카지노로만 사용되고 있습니다."

방향타를 잡은 유람선 선장의 말이다. 강변에만 정박해 있는 또다른 유람선도 있었다. 배 중간에 위치한 커다란 원형 모양의 간판에는 '카지노 퀸'(Casino Queen)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이번에도 선장이 한 마디 했다.  

"저기 정박해 있는 카지노(카지노퀸)도 여기에서 운행되던 유람선이었습니다. 그런데, 카지노로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바로 위쪽 육지에 카지노가 들어섰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유람선을 팔려고 내놓은 상태입니다."

그러면 이 곳에는 단 한 대의 유람선만 떠다니는 것일까? 마침 유람선에서 내리기 전에 조타실 밖으로 나와 방향타를 잡은 선장에게 다가가 물었다.

"여기서 30~40km정도 떨어진 곳에 세인트 찰스라는 도시가 있는 데 거기에도 유람선 한 대가 운영됐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문을 닫았습니다. 150명이 수용인원이었는 데 그 인원으로는 경제적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로써 내가 세인트루이스에서 목격하거나 전해들은 '문닫은' 유람선만도 3대였다. 경부운하를 통한 관광효과는 이보다 더 나을 수 있을까? 

문닫은 화력발전소와 창문이 뜯겨나간 채 방치되는 공장들

 창문이 뜯겨나간 채 방치된 건물.
 창문이 뜯겨나간 채 방치된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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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닫은 화력발전소
 문닫은 화력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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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닫은 것은 유람선뿐만이 아니었다. 바로 전날 공병단의 배에 탔을 때에는 바지선과 강물, 갑문에 정신이 팔려 다른 모습은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런데 유람선을 타니 주변 경관이 한눈에 들어왔다. 우선 하늘 높이 치솟은 채 연기나지 않는 굴뚝이 눈에 들어왔다. 

"저기 보이는 화력발전소는 환경 기준에 미달되어 문을 닫았습니다."

유람선 선장의 말이다. 그 주변을 살펴보니 문닫은 공장과 창고 투성이다. 창문이 다 뜯겨져나간 채 방치되어 있다. 을씨년스러웠다. 허물어져가는 건물 벽면에 그 뜻을 알 수 없는 낙서도 어지럽게 씌여있는 것을 보니 오랫동안 그 자리에서 방치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3대 내항인 세인트루이스의 번성했던 과거의 모습과 쇠락해가는 현재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는 풍경이다.

물론 주변의 모든 업체들이 문을 닫은 건 아니었다. 세계의 곡물 시장을 주도하는 다국적 기업 '카길' 건물도 보였다. 그 건물에서 강변까지 길다란 관이 설치되어 있는 데 아마도 곡식을 직접 바지선에 담는 컨베이어 벨트 같았다. 인근에 퓨리나 공장도 있었다. 이 두 공장 모두 토요일이기 때문인지 조용했다.

그리고 한시간동안 유람선을 타면서 미시시피강을 떠다니는 단 한척의 바지선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멀리 보이는 철교에는 길다란 기차가 줄을 지어 지나갔다. 다리 위에도 대형 컨테이너 트럭이 쉴새없이 들락거렸다.      

내가 본 게 대체 뭐지? 유람선 투어를 마치고 갑판 위에서 내려오면서 잠시 허망한 생각이 들었다. 강변에 주차된 자동차가 장난감처럼 보일정도로 높게 치솟은 콘크리트 제방과 카지노, 그리고 문닫은 공장들…. 경부운하가 건설된다면 유람선을 탄 관광객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상품을 제공할 수 있을까?

미시시피강 유람선이 파는 것은 관광이 아니다

 다국적 기업인 카길 건물.
 다국적 기업인 카길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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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이 쌓은 미시시피강의 제방.
 높이 쌓은 미시시피강의 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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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루이스의 유람선이 팔고 있는 상품은 이미 현재적 가치를 상실한 채 '죽어가는 운하'였다. 줄어드는 관광객들이 유년시절에 보았던 만화의 기억에 호소하면서 '톰소여'란 이름의 유람선으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유람선에 타기 직전에 들렀던 선물가게의 한쪽 구석에 진열된 '톰소여의 모험' '허클베리핀의 모험' 책자가 그걸 말해주고 있었다.

세인트루이스의 미시시피강 유람선을 타게되면, 관광을 기대하지 말라. '이명박 운하' 찬성론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바지선은 없지만, 다리 위에는 대형 컨테이너 트럭이 오가고, 철교에도 화물을 실은 기차가 지나간다.
 바지선은 없지만, 다리 위에는 대형 컨테이너 트럭이 오가고, 철교에도 화물을 실은 기차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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