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맛있는 햄버거의 무서운 이야기> 겉그림
 <맛있는 햄버거의 무서운 이야기> 겉그림
ⓒ 모멘토

관련사진보기


토머스 로버트슨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 온 가슴의 통증 때문에 병원에 실려 갔다. 심장발작을 진단한 의사들은 놀랐다. 이제 겨우 18살, 키 162cm, 체중 98kg의 그는 소년의 몸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병들어있었기 때문. 평소 패스트푸드점의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즐긴 덕분이었다. 10세 비만아의 심장이 10년 담배를 피운 45세 남자처럼 위험한 경우도 패스트푸드 제국 미국에서는 흔한 사례다.

<맛있는 햄버거의 무서운 이야기>의 두 저자에 의하면, 5000만에 가까운 미국인이 비만이요, 병적 비만자들이 600~700만 가량 더 있단다. 이 병적 비만자들에게는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한다. 앞으로 살아가려면 '바이패스 수술'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뚱뚱해 죽은' 해외토픽의 주인공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바이패스 수술'은 미국에서 병적인 비만자들에게 권하는 외과적 요법중의 하나로, 봉합 등을 통해 '위'의 극히 일부분만을 기능하도록 만들고 장과 바로 연결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미식 축구공 크기의 위를 골프공 크기 정도로 줄이는 것인데, 2004년에 미국에서 15만명이 이 수술을 받았다. 미국에서는 그다지 낯선 용어가 아니다.

이 수술 후엔 작은창자에서 흡수되는 음식의 양이 제한돼 몸무게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지만, 수술 전에 즐겨 먹던 '빅맥'을 먹으려면 15시간에 걸쳐 조금씩 나눠 먹어야 한다. 하루 식사를 6차례 나누어 먹어야 하는 불편도 감수해야 하며 껌 같은 것을 씹으면 안 된다. 자칫 삼키기라도 하면 꺼내는 수술을 해야 할 만큼, 위는 이미 기능을 거의 상실한 수준이니까.

자칫 죽을 수도 있는 이 수술을 해야 하는, 삶의 가장 힘든 결정을 앞둔 책 속 '샘'의 경우, 아주 어렸을 때는 주변 사람들이 '콩나물'이라고 부를 만큼 말랐었다. 이런 샘이 살이 찌기 시작한 것은 10살쯤. 샘의 부모가 맥도날드에 자주 데리고 가는 등 패스트푸드를 즐기면서부터다. 샘의 어머니와 샘과 쌍둥이인 찰리도 몸무게가 130kg에 육박한 2003년에 이미 이 수술을 받았다. 

똥 무더기 속에서 살다가 도축되는 비육장의 소들

맥도날드 햄버거, 혹은 패스트푸드의 폐해는 일부 사람들의 이와 같은 문제로만 그치지 않는다. 책의 제6부 '소와 닭과 인간들'편은 햄버거나 맥너깃의 재료인 목장과 양계장, 사료, 도축장, 도계장 등의 현장 실태를 파헤친 부분인데, 이 부분을 읽다보면 불결함, 동물들에 대한 잔인함, 혐오감, 분노, 수치심 등의 생각이 복잡하게 엉켜드는 것을 어쩔 수 없다. 

햄버거에 쓰일 소들은 도살되기 전 3개월 동안 도축장 부근의 비육장에 수만 마리씩 수용돼 단시간에 최대한 살찌우는 것만이 목적인 특수 곡물을 먹는다. 이것으로도 모자라 더욱더 살찌우기 위해 피부 아래에 성장호르몬을 주사한다. 이들의 배설물이 모인 구덩이는 넓이가 8만제곱미터이고 깊이가 4.5m에 이른다. 그야말로 오물의 호수다. 오염도 심각하다.

비육장의 소들은 똥 무더기 속에서 살다가 도축된다. 도축장에서 오염 가능성이 가장 큰 작업은 가죽과 내장을 제거하는 일인데, '내장 작업대'의 노동자 하나가 시간당 60마리의 내장을 떼어낸다. 그러자니 세균으로 가득 찬 '위'의 내용물이 고기 위로 쏟아지기 일쑤다. 이런 고기를 갈 때 오염과 감염 위험은 더 커진다. 하지만 특별한 조치는 없다. 

"…1982년 수십 명의 아이들이 오라건주와 미시건주의 맥도널드 식당에서 파는 오염된 햄버거를 먹고 탈이 났다. 맥도날드사는 조용히 정부 조사에 협조해 O-157균에 감염된 간 쇠고기 샘플을 제공했다. 문제의 세균을 심각한 질병과 연관시킨 최초의 샘플이었다. 그러나 대중에겐 자기네의 햄버거가 병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부인했다. 미국에서는 음식으로 인해 매일 20만 명이 탈이 나고, 900명이 입원하며 14명이 죽는다. 해마다 미국 인구의 4분의 1이 식중독을 겪는 것이다." -책속에서

아주 고통스럽게 죽음을 맞이하는 닭들

책속에는 미국의 또 다른 패스트푸드 체인인 잭인더박스 매장에서 햄버거를 먹고 식중독에 감염된 1천여명의 아이들과 죽음에까지 이른 4명의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에 의하면 대형화되지 않아 문제되지 못하고 묻히는 사고는 비일비재 하단다. 특히 맥도날드처럼 미국 본사에서 재료를 전 세계에 공수하는 경우를 두곤 '식중독의 세계화'라고 말 할 수 있을 정도다.

1983년에 탄생한 맥도날드의 맥너깃에 쓰이는 닭의 사육, 도계 현실은 또 어떤가. 책에서는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 다른 농부들처럼 미국 거대 정육 회사인 타이슨에 공급할 닭을 기르는 노라 스미스의 예를 들어 설명한다. 노라의 닭들이 가는 곳은 맥너깃을 만드는 맥도날드와 크리스피 스트립을 만드는 KFC, 혹은 또 다른 패스트푸드 체인점에 들어갈 닭을 도축하는 필그림스 프라이드다.

"닭들은 생후 19일이 됐다. 이제 18일만 더 살면 된다. 삶의 첫날과 마지막 날을 빼고 한 번도 밖에 나가지 않는다. 닭들은 묵은 프레첼과 쿠키를 섞고 지방을 덮은 회색빛 모이를 먹는다. 닭 사료는 무엇이든 싼값에 살 수 있는 것으로 만든다. 때로는 소도축장애서 나온 찌꺼기가 사료에 섞인다. 닭을 잡는 도계장에서 나온 부스러기 살, 지방, 피와 뼈가 섞이기도 해 닭이 닭을 먹게 만들기도 한다. 목표는 가능한 빨리, 싸게 닭들을 살찌우게 하는 것이다."-책속에서

이 닭은 맥도널드의 주문을 받은 타이슨사가 개발한 전혀 새로운 품종으로 가슴이 유난히 커서 살을 최대한 많이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패스트푸드를 위해 탄생한 이 닭들의 최후는 끔찍하다. 살아있는 채로 이리저리 부려지고 쓸리다 전기가 흐르는 물에 던져져 전기쇼크를 먹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어쩌다 살아나게 되는 경우에는 훨씬 더 고통스럽게 죽는다. 너무 많은 닭이 몰려드는 날에 도계장 일용직들은 닭을 벽에 던지거나 닭 위에서 뛰거나 짓밟으며 즐겁게 말하기도 한다.

"펑펑 소리가 나는 게 재미있어요!"

기업들의 계획된 중독, 경계하자

패스트푸드점의 주요 메뉴인 햄버거와 치킨 너깃에 쓰이는 재료를 손질하는 도계장과 도축장의 잔인함과 비위생은 소개한 것들보다 훨씬 잔인하고 끔찍하다. 책속에는 좀 더 많은 사례들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맥도날드에서 아이에게 해피밀세트를 사줌으로써 단 한순간이라도 기뻤던 부모들이라면, 내 아이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 지금이라도 반드시 이 사실들을 알아야 한다.

1885년 미시건주의 한 지역 축제에서 미트볼을 팔던 소년, 50살이 넘을 때까지 햄버거를 팔던 찰리는 자신이 미트볼을 팔다가 생각해 낸 햄버거가 일부 사람들의 돈벌이를 위해 전 세계인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상품이 되어, 이처럼 무서운 결과를 만들어 내리라고는 전혀 생각 못했을 것이다.

<맛있는 햄버거의 무서운 이야기>는 햄버거의 탄생부터 햄버거로부터 시작된 패스트푸드의 기업화와 전략, 폐해 등을 알리는 책이다. 패스트푸드의 대명사인 햄버거, 햄버거의 위기에 개발된 맥너깃을 비롯해 패스트푸드점의 주요 메뉴인 감자튀김, 청량음료 등의 진실을 파헤쳤다. 패스트푸드를 자꾸 먹게 만드는 기업들의 계획된 중독, 그 비밀도 반드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책의 저자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순위에 2년째 올라있었으며 20개국에 번역 출간되어 패스트푸드의 위험성을 알린 <패스트푸드의 제국>의 저자인 에릭 슐로서이다. 이 책은 청소년 눈높이에 맞춰 다시 풀어 쓴 책으로 국내에서는 일부 단체와 학교에서 청소년 필독서로 선정하였다. 이 책을 읽는 청소년들이 많아져 '샘'이나 '토머스 로버트슨', 책속 사례처럼 불행한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맥월드'의 화려한 다운타운 '한국'

1957년 일반 햄버거에 들어간 고기의 양은 28g 정도였다. 하지만 오늘날엔 170g의 고기가 들어간단다. 두둑한 덤 인양 강조하면서 저마다 자기네 햄버거가 더 크다고 자랑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내게는 그들의 이런 상술적인 자랑이 사기와 조롱으로 들린다. 한때, 패스트푸드점에서 생일파티를 해주기도 했던 대한민국의 평범한 이 엄마, 이제라도 이 책을 읽어 그나마 다행이다.

120개국에 1만 8000개의 매장을 가진 맥도날드사의 맥도날드 햄버거 대학의 수업은 20개 언어로 진행된다. 이 곳에선 미국 패스트푸드 업계의 가치와 미각, 마케팅 전략을 부각시키는데, 이런 것들이 획일적인 '맥월드'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대학 앞 상가가 패스트푸드 일색이요, 햄버거가 군부대의 식단에도 진출했다는, 초·중·등 학생의 비만율이 11.62%인 우리나라도 '맥월드'의 화려한 다운타운 중 한 곳이란다.

요즘 아이들의 좋아진 체구는 사료 속 성장호르몬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햄버거나 패스트푸드가 여전히 인기메뉴인 우리의 실정에 언제 토머스 로버트슨처럼 심장발작을 일으키는 아이가 나타날지 모른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햄버거의 커진 고기만큼 샘처럼 잘라내야만 하는 위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항생제와 식품첨가물, 트랜스지방이 우리 몸속에 그만큼 많이 쌓이고 있다는 것을 깊이 자각해야만 하지 않을까?

패스트푸드를 먹기 전에 잠깐!
▲O-157균에 감염된 한 마리의 소가 햄버거에 들어가는 쇠고기 15톤을 오염시킬 수 있다.
▲패스트푸드 햄버거 고기 한 덩어리에는 여러 지방에서 온 수백 마리 소의 고기가 섞여 있을지도 모른다.
▲ 감자튀김, 프라이드치킨, 치킨 너깃이나 도넛, 쿠키엔 지방 중에서도 가장 나쁜 트랜스지방이 듬뿍 들어 있다.
▲ 청량음료 캔 하나에는 설탕 10 티스푼에 해당하는 당분이 들어 있다.
▲ 패스트푸드에 쓰는 닭의 사료에는 도축장에서 나온 쇠고기 찌꺼기, 심지어 다른 닭의 살 부스러기나 지방, 피와 뼈가 섞이기도 한다.
▲양계장의 닭들은 움직이기조차 어렵다. 마리당 공간이 A4 용지만 하다.
▲ 패스트푸드점의 딸기 셰이크에는 딸기가 없다. ‘예쁘고 맛있는’ 화학약품들이 딸기의 색과 맛과 향을 대신한다.
▲ 향료 첨가제는 다양한 화학물질을 조금씩 섞어서 만든다. 수많은 첨가제가 혼합되어 있는 음식을 끼니마다 먹을 경우의 안전성은 알려지지 않았다.
▲ 13살에 비만 상태라면 30대 중반에 과체중일 확률이 90%나 된다.
▲10살 아이가 비만해서 당뇨병이 생기면 건강한 아이보다 평균 17년에서 26년 수명이 짧아진다.

덧붙이는 글 | <맛있는 햄버거의 무서운 이야기> 저자 에릭 슐로서, 찰스 윌슨 / 모멘토 출판사 / 2007년 11월 /1만원



맛있는 햄버거의 무서운 이야기 - 패스트푸드에 관해 알고 싶지 않은 모든 것

에릭 슐로서.찰스 윌슨 지음, 노순옥 옮김, 모멘토(2007)


태그:#햄버거, #패스트푸드, #맥도널드, #감자튀김, #비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