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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중구는 대전의 전통적인 '정치 1번지'로 통한다. 신도심 개발로 이러한 명성마저도 빼앗길 위기에 처해 있지만, 6개의 대전 선거구 중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빅매치'가 펼쳐지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6선을 노리는 강창희 전 최고위원이 지난 2004년 선거에서 빼앗긴 배지를 되찾기 위해 출사표를 던졌고, 자유선진당에서는 강창희라는 대전의 정치거목을 누르고 당선됐던 권선택 의원이 수성을 노리고 있다.

 

두 후보 모두 자신들의 당락이 대전 전체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중차대한 임무를 부여받고 있다.

 

강 후보는 이번 공천에서 자신을 빼고 대부분 정치신인으로 교체된 5명의 후보들을 이끌고 대전선거를 지휘해야 한다. 권 후보도 역시 심대평 대표가 충남으로 옮기면서 자신에게 남어온 선거 지휘봉을 잡아야 한다.

 

여기에 통합민주당에서는 신인답지 않은 정치신인이 당당하게 도전장을 던졌다. 바로 유배근 후보다. 그는 평화민주당·새정치국민회의·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대통합민주당 등 민주계 정당에서 20년 동안 정당생활을 한 베테랑 정치인이다. 그러나 금배지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전의 핵심고지... 빅2에 '베테랑 신인'까지 

 

유권자들은 대부분 공동화되어 가는 중구의 경기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을 가장 크게 나타내고 있다. 서구나 유성구에 비해 갈수록 인구가 줄고 있고, 재래시장 중심의 상가도 갈수록 쇠락하고 있는 게 중구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권자들의 관심사를 반영하듯, 각 후보 지지자들의 분석은 대조적이다. 우선 강창희 후보를 지지하는 지지자들은 "인물을 키워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문화동에 사는 김아무개(63)씨는 "충청도가 소외받아 온 것은 큰 인물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강창희 후보가 이번에 당선되면 6선 의원로서 국회의장도 할 수 있고, 대전에 예산도 많이 따올 수 있어 지역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권선택 후보 지지자들은 "강창희 후보, 5선 하는 동안 해놓은 게 뭐 있느냐"는 반응이다.

 

보문산 밑에서 작은 가게를 하고 있는 송 아무개(54)씨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지역의 민심을 대변할 수 있는 정당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며 "한나라당은 영남당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민주당은 호남을 기반으로 하고 있듯이, 이번에는 충청을 기반으로 하는 자유선진당 후보가 당선되어야 지역이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빅2'의 경쟁구도 속에서 유배근 후보지지자들은 '참신한 후보' 이미지에 마음을 주고 있다.

 

중촌동에 사는 이아무개(47)씨는 "20년을 국회의원 해 먹어도 지역발전은 나 몰라라 한 후보와 이 당에서 당선되고서 다른 당 후보로 다시 선거에 나서는 후보, 이들 모두의 행보를 주민들은 다 알고 있다"며 "참신하고 새로운 인물이 당선되어야 침체일로에 있는 중구에 새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결과] 강창희 '선두'-권선택 '추격'-유배근 '상승세'

 

지난 21일 <동아일보>가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강창희 후보가 33.8%로 1위를 달리고 있고, 권선택 후보가 27.1%로 바짝 추격하고 있다. 유배근 후보는 13.9%의 지지를 얻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또한 같은 날 <대전일보>가 보도한 여론조사에서는 강창희 후보가 31.9%로 21.6%에 그친 권선택 후보 보다 10.2%p 앞섰다. 유배근 후보는 13.1%를 기록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2~4.4%포인트)

 

그러나 이 같은 결과는 지난 3일 <충청투데이>가 조사해 보도한 결과와는 상당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시 강창희 후보는 35.9%, 권선택 후보는 10.7%, 유배근 후보는 1.7%였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4.4%포인트)

 

따라서 선거가 임박해 오면서 강창희 후보와 권선택 후보의 격차가 좁혀지고 있으며, 바닥에 가깝던 유배근 후보의 지지도도 빠르게 치솟고 있는 양상이다.

 

이를 두고 각 캠프에서는 각기 다른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강창희 캠프는 "공천심사위원으로 지역주민들을 만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21일부터 지역을 돌고 있기 때문에 금세 격차를 벌리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권선택 캠프는 "강 후보 지지도는 이미 정체된 상태다, 권 후보가 금세 추월할 것이다"라고 분석했으며, 유배근 캠프는 "정치신인으로 인지도가 낮아서 지지도가 낮았다, 지금과 같은 가파른 상승세를 계속 유지한다면 마지막 역전도 가능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나라당] 강창희 "지역정당 해봐야 얻은 게 없다... 안정 의석 필요"

 

22일 오후 강창희 후보는 안영동 농협 농수산물센터에서 유권자들을 만나고 있었다. 물건을 고르고 있는 주민들과 농협 직원들을 상대로 "강창희입니다"라며 악수를 청했다.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듯, 자신감 있는 목소리의 인사다.

 

그는 한나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점퍼 차림으로 시음 코너에서는 시음도 하고, 물가가 올랐다는 주민들 걱정거리도 들어주며 너털웃음으로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주민들 반응을 묻자 "'왜 이제 왔나, 그 동안 뭐했느냐'는 분들이 많다"며 "공천심사 하느라 지역구를 돌아보지 못했던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이제 지역을 돌면서 인사를 드리면 저에게 더 많은 지지를 보내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유선진당 바람이 일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충청권이 그 동안 홀대받아왔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그런 면에서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정당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다"며 "그러나 자민련과 JP라는 지역기반 정치세력을 통해 얻은 것이 무엇이냐"고 되물었다.

 

이어 "지역정당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지역감정에 호소해 표를 얻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 필승전략에 대해서는 "경제·안정·인물, 아니겠느냐"며 "경제를 살려달라고 선택한 이명박 정부가 국민들이 가장 원하고 있는 경제 살리기를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의석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이러한 면은 이미 국민들도 다 알고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대전지역 한나라당 후보들은 저를 빼고는 모두 정치신인들이다, 참신하고 능력 있는 인물들"이라며 "대전 시민들이 이 분들의 진가를 알아준다면, 이번 선거에서 대전에서는 파란색 물결이 일어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자유선진당] 권선택 "강창희는 20년 동안 뭐했나? 선진당 바람 분다"

 

권선택 후보를 만난 것은 보문산 자락이다. 봄나들이를 마치고 내려오는 등산객들과 주변지역 상인들을 만나, 명함을 건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었다.

 

당의 정책위 의장이면서 대전시당 위원장으로 지역구 관리가 쉽지 않은 듯, 이날도 홍성에서의 회의를 마치고 부리나케 달려오는 길이다. 때문에 양복차림에 구두를 신고 있었다.

 

권 후보는 이번 총선의 의미를 "대전 중구발전을 위한 적임자를 뽑는 선거"라고 규정했다. "과거 대전의 중심지로 부흥했던 중구가 지금은 침체된 상태다, 이를 다시 일으켜 세우려면 중구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 행정의 경험이 있는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시 부시장과 청와대 인사비서관, 국회의원 등을 지낸 자신의 경력을 내세우는 발언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강창희 후보를 겨냥 "과거 군사정권 시절부터 자리만 차지하고 있던 세력, 시대에 맞지 않는 낡은 리더십을 가진 세력은 이제 물러나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20년 한 분이 4년 더 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겠느냐"며 "오히려 지난 20년 동안 한 일이 무엇이냐는 주민들의 따가운 질책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중구는 보문산을 친환경적인 시민휴식 공간으로 개발하고, 곧 이전하는 충남도청 부지와 인근 상권을 문화와 예술, 유통이 어우러지는 테마형 공간으로 개발하면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면서 "행정경험과 정치경험을 모두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바닥에서 자유선진당 바람이 일고 있다"면서 "변화의 추세가 중요하다, 상승세를 타고 있는 선진당 바람을 타고 역전을 이루어 내겠다"고 승리를 장담했다.

 

[통합민주당] 유배근 "중구에서 이변이 일어날 것... 두 보수정당 심판해야"

 

유배근 후보는 문창시장을 훑고 있었다. 상인들의 젖은 손을 맞잡으며 서민후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나라당의 오만과 자유선진당의 지역주의를 심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여전히 그에게는 '낮은 인지도'가 관건이다. 명함을 건네받는 시민들은 생소한 이름에 한 번 더 그를 쳐다본다.

 

하지만 그는 "중구에서 이변이 일어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2주 만에 1.4%에서 15%를 넘어섰다"며 "민주당 공천이 늦어져서 이름과 얼굴 알릴 시간이 부족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공천에 대해서 시민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반면 이명박 정부 인수위의 정책혼선이나 장관인선, 한나라당 공천 갈등을 보는 유권자들의 실망이 매우 크다"며 "한나라당의 독주, 독선, 독재를 막기 위해 민주당에게 지지를 보내겠다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자유선진당 바람에 대해서는 "대전은 별로 없는 것 같다"고 일축하고 "한나라당이나 자유선진당이나 크게 차이가 없는 보수정당이다, 또 그 두 당에서 내세운 분들이 그 동안 중구 발전을 위해 해 놓은 게 없다"며 "유권자들은 변화를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 후보는 공약과 관련, "유치에 실패한 안영동 경륜장 부지에 파주식 영어마을을 유치하고, 유등천 천변고속화도로를 산성동까지 연장하며, 보문산 고도제한을 풀어 주변이 재개발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유권자들을 향해 "세 후보 중 누가 더 서민적인지, 누가 더 서민들의 애환을 잘 알고 있는지, 누가 서민의 편에 설 것인지를 현명하게 판단해 달라"며 "소신과 믿음으로 오직 한길만 걸어온 유배근을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태그:#격전지, #강창희, #권선택, #유배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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