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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전벽해처럼 변해 버린 그 집(해운대 중일동 소재) 앞 지날 때마다 학창시절 내가 좋아했던 "오가며 그 집 앞을 지나노라면/ 그리워 나도 몰래 발이 머물고/오히려 눈에 띌까 다시 걸어도 /되오면 그 자리에 서졌습니다"라는, 현제명의 노래를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된다.
 
도시의 바다 한가운데 섬처럼 남아 있는 이 작은 집에는, 아주 오래 전 한 이웃이었던 인연으로 알게 된, 눈이 어두운 할머니가 혼자 사셨다. 지금도 창문에 커튼이 쳐져 있는, 이 집의 주인은 그 사이 몇 번 바뀌었을까. 현재는 정말 누가 살까 호기심이 이는, 이 집 앞을 지날 때마다 가끔 아이처럼 초인종을 세게 눌러 놓고 달아나곤 하는 것이다. 
 
봄이면 하얀 목련 한 그루와 가을이면 불 붙듯이 빨간 단풍나무가 있던 이웃집과 아이비 덩쿨이 푸르던 그 2층 음식점과 낡은 슬레이트 집 몇 채가 뜯겨 나가고, 이제는 주차장이 된 이 집 앞을 지날 때마다, 내 까마득한 기억속에 파묻혀 버린 그 할머니가 더듬더듬 지팡이 짚고 대문을 열어주시며 반겨주시던 그 모습이 그리워지곤 한다.
 

"집은 육체이며 영혼이자 인간의 존재의 최초의 세계이며, 또한 정녕 하나의 우주이다. 집은 인간의 사랑과 추억과 꿈을 통합하는 가장 큰 힘이다"라고 가스통 바슐라르는 말했다.

 

집이란 그 누구도 쫓아낼 수 없는, 완전한 내 소유의 집을 장만했다고 생각했을 때, 바슐라르의 말처럼, 진정한 인간의 육체이며 영혼이자 인간의 최초의 세계이자, 우주가 되는 내 집이 되는 것은 아닐까.

 

주차장 가운데 섬처럼 남은 이 집의 현재 주인은 이 집을 꼭 이곳에 지켜야 할 어떤 사연이 있는 듯 보여진다. 클랙슨과 시끄러운 차 소음과 주위의 산만한 건설공사 등에도 이 집은 꼭 대문이 닫혀 있다. 그리고 주변 골목길 안에도 몇 채의 슬레이트 집들이 그리운 옛 풍경처럼 남아 있다. 점점 낡고 허름한 집들이 보기 어려워지고, 하늘을 찌를 듯한 아파트 숲이 많아지고 있다.
 
'강아지도 자기 울에선 사자다'는 격언처럼, '집은 왕이 들어갈 수 없는 성이다'는 말처럼, 이 집의 주인은 이 모든 것을 지키려는 항변처럼 혹은 이 집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는 집에 대한 굳은 애정처럼 보여진다. 어둑어둑 어둠이 내리는 그 집 앞을 오가며 서성이다가, 모처럼 용기 있게 초인종 세게 눌러 놓고 한참 기다린 이 집 주인을 만나지 못하고 발길을 아쉽게 되돌린다…. 이제는 잊어버려야 그리운 그대가 사는 집처럼.
 
그 집은 마치 누가 인사할지 안할지도 잘 모르겠어.
무안스럽게 기다리고 있는 옛날 친했던 사람처럼 그곳에 서 있다.
-'키스트너'

태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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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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