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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자이나교의 나체성자가 기도하는 모습. 자이나교 나체성자들은 40도가 넘는 불볕더위에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는다. 제작진은 이들의 인터뷰를 위해 사흘을 설득했다고 했다.
 인도 자이나교의 나체성자가 기도하는 모습. 자이나교 나체성자들은 40도가 넘는 불볕더위에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는다. 제작진은 이들의 인터뷰를 위해 사흘을 설득했다고 했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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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남부아시아에 위치한 나라다. 한때 아시아의 맹주였던, 크고 강한 나라가 인도다. 최근 브릭스(BRICs)의 성장으로 인도가 주목받고 있지만, 우리에게 인도는 여전히 낯선 곳이다. '오지'로 여겨지는 인도가 아시아에 속한다니, 새삼 의아스럽기도 하다. 전 세계를 '서양'과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정도로 구분하는 이상한 세계인식 때문이다.

편견은 무지를 부르고, 무지는 편견으로 이어진다. 인도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카레와 힌두교, 카스트제도 정도가 전부니 당연하다. 기껏해야 한비야의 책이나 펀드 투자를 통해서나 인도를 조금 더 알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카스트제도와 타지마할 따위의 외양이 아닌 인도의 속살은 어떤 모습일까. 편견을 걷어내고 들여다보니 그곳엔 '어머니의 강' 갠지스가 있었다. 지난 14~16일 방송된 MBC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갠지스>(연출 이우환)는 이 갠지스를 따라 인도를 들여다본 작품이다. 여기엔 "21세기 대한민국의 경제 파트너로서 인도를 제대로 알고 준비해야 한다"는 속내도 깔려 있다.

<갠지스>는 강줄기를 따라 총 3만 킬로미터, 1년간의 대장정을 HD 고화질에 담아냈다. 먼저 화려한 색채가 시선을 압도했다. 인도는 여인들의 옷감만이 아니라 마을과 신전까지 형형색색 아름답게 물든 나라다. 굳이 표현하자면 인도엔 11억 인구만큼의 색이 존재한다.

갠지스강에서 기도하고 있는 성자의 모습
 갠지스강에서 기도하고 있는 성자의 모습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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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인도를 '힌두교의 나라'로만 알고 있지만, 인도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무슬림이 많은 나라이고, 유대인들이 핍박받지 않은 거의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인도인들이 믿는 신만 해도 3억3천. 서로 다른 신을 믿어도 그들은 다 같은 힌두교도이다. 다른 종교들과 달리 힌두교는 어떤 신을 믿든 그것은 믿는 자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종교에 대한 관용은 이념에 대한 관용까지 확장됐다. 인도의 케랄라주에선 세계 최초로 자유선거에 의해 공산당이 집권했다. 또 호치민을 영웅으로 대접하며, 레닌의 동상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 곳 또한 인도다. 모든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조화를 추구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인도를 지배하는 정신이다.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는 16일 방송된 3부 '인도의 부자들' 편이었다. 인도의 재벌 총수나 부자들은 버는 만큼 베풀 줄 아는 이들이다. 그들은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것이 곧 신에게 봉사하는 것이라고 여긴다. 다국적 IT기업인 파트니그룹은 '비폭력, 무소유' 정신을 실천하며 기업 이윤의 10%를 사회에 기부하고, 인도 전통의 타타그룹은 발생한 이윤의 대부분을 사회에 다시 내놓는다.

그들에게 기부란 '사회적 책임'이 아니라 '생활의 방식'이다. 자식에게 기업을 물려주기 위해 온갖 편법과 불법을 동원하는 한국의 부자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우환 PD는 "돈을 모으는 방법과 쓰는 방법을 아는 사람들이 인도의 부자들"이라며 "그들을 통해 우리 스스로를 되새겨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갠지스>는 "나와 다른 이를 인정하고 다른 신들에게도 관용을 베풀도록 가르치는" '어머니 강' 갠지스를 조명하며, 인도와 인도인들이 우리의 경감이 되게끔 했다. 다른 종교와 이념을 배척하는 이들과 자신의 부를 쌓기에만 급급한 부자들에게 말을 건네고 싶었으리라.

물론 인도를 관용과 조화의 나라로만 여길 수는 없을 것이다. 테러와 차별, 박해 또한 끊이지 않는 나라가 인도 아닌가. 하지만 이우환 PD는 "다큐멘터리는 착하고 선해야 한다"며 "다음 프로그램이 다른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만 개그맨 겸 MC 김용만씨의 내레이션은 아쉬움이 남는다. 일부 시청자들이 그의 내레이션을 '옥에 티'로 지적한 것이다. '편하고 친근한' 내레이션도 좋지만, 보다 프로그램에 어울리는 내레이션이 중요하지 않을까. 다큐멘터리 제작진이 좀 더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PD저널'(http://www.pdjournal.com)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태그:#갠지스, #인도, #다큐멘터리, #내레이션, #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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