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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물굿 화가, 동도서기를 화폭에 담아내는 문창수. 그는 끝까지 풍물굿만 그린다. 그 문창수 화백이 서울 송화갤러리 초청으로 지난 3월 11일부터 오는 3월 21일까지 초대전을 열고 있다.

 

이 초대전을 기획한 의도는 문창수 화백의 역사를 담아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풍물굿 그림뿐 아니라 문 화백 초기의 그림들을 함께 소개하고 있다. 초기엔 다른 이들처럼 풍경화와 누드를 그렸다. 그 가운데 누드 '소녀'는 오랜 시간 작업을 했던 그림인데 소녀의 살결 위엔 자연스럽게 균열이 가 있다. 그 아름다운 살결에 보이는 균열은 무엇일까? 독자의 상상을 요구한다.

 

그런데 그 '소녀'를 그릴 때 그는 풍물굿을 접하고 막 새로운 그림을 시작하려던 순간이었지만 그 누드모델과의 돈에 얽힌 악연 때문에 그는 누드를 완전히 접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지금에서 돌아보면 그 모델 덕분에 자신만의 그림 풍물굿을 그리게 되었는지 모른다며, 그녀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고 고백했다.

 

전시된 풍경화와 누드도 역시 그의 정감이 짙게 묻어난다. 그리고 독특한 무엇이 담겨있다. 물론 지금의 차별화된 풍물굿도 그런 풍경화와 누드의 바탕에서 이루어진 것일 게다.

 

 

또 하나의 그림 '업보'를 보자. 화폭엔 한 여인이 도자기를 다리 사이에 끼고 애지중지한다. 도자기는 분명히 업보인데도 말이다. 그는 몇 가지 그림을 그려 보이며 인간의 삶 속에는 늘 업보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데 사람들은 업보를 머리 위에 들고 있거나 등에 짊어지거나 심지어는 그 업보에 깔려 죽기까지 하지만 그 업보를 놓을 수 없고 심지어 애지중지하기까지 하는 것이 인간일 것이라고 말한다.

 

전시된 그림엔 '독도'도 보인다. 우리가 흔히 보는 독도가 아니다. 검붉은 색깔의 독도. 바윗덩어리가 아니라 생명, 열정, 기가 담긴 존재로 독도 주변 군데군데엔 한민족의 DNA라고 주장하는 흰빛의 띠들도 들어 있다.

 

 

예전 그의 어렸을 적 고향 서울 용산구 신계동 그림이 보인다. 눈 쌓인 언덕처럼 하얀 언덕과 잿빛 하늘은 어울릴 수 없게 어울렸다. 다닥다닥 판잣집이 빼곡히 들어 있고, 몇 그루의 앙상한 나무들이 황량함을 더하는데 사람은 없다. 그리고 사람은 없다.

 

그는 그림을 그리게 된 저간의 생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기억의 순간들'에선 위아래로 두 개의 화폭을 비교 전시한다. 가까운 곳이 아닌 좀 떨어져 눈을 가늘게 뜨고 위 그림을 보자 그림 속엔 원래 있던 것이 아닌 또 다른 공간이 드러난다. 또 다른 공간! 우리의 삶은 늘 그런 것이 아닐까? 그는 이 그림에 스냅기법을 썼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전통, 관념을 벗어나 신선하면서도 순간, 부분, 감각을 새롭게 드러내려고 했다나.

 

 

풍물굿 그림 '사각형' 그 속엔 왼쪽 위로 넓은 사각형의 공간이 있다. 그런데 두 사람의 풍물꾼은 하얀 사각형의 공간 안에 떠오르지만 또 한 사람의 풍물꾼은 그 사각형 뒤로 빨려 들어간다. 분명히 다른 공간이 있고, 그 다른 공간을 다르게 분할하며 들어가고 나오는 사람들, 삶들. 이 그림 역시 저 '기억의 순간들'에 또 다른 화폭이 아닐까?

 

또 다른 그림 '한마당'엔 상모 돌리는 풍물꾼들의 한마당 흐드러짐이 있다. 풍물굿 아니 우리 문화의 모습이 아닐까? 나는 나도 모르게 그 안에 빨려 들어간다. 빨려 들어간다.

 

화랑 공간은 좀 좁다. 한결 넓은 자리에 펼쳐졌더라면 그의 작품은 우리 가슴 속을 심하게 후비고 후빌지 모른다. 그는 그저 한 화가가 아닌 모양이다. 자신의 철학과 감성으로 다른 이의 감각을 들춰내는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친근한 우리의 이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문창수, #초대전, #송화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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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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