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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국가인권위 배움터에서는 '삼성 피해자 증언 공청회'가 열렸다. 7인의 증언자들은 삼성의 부당해고, 불공정거래, 책임 회피 등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13일 국가인권위 배움터에서는 '삼성 피해자 증언 공청회'가 열렸다. 7인의 증언자들은 삼성의 부당해고, 불공정거래, 책임 회피 등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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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삼성 피해자들'이 13일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오후 2시부터 국가인권위 배움터에서 열린 '삼성 피해자 증언 공청회'에는 삼성에 의해 일터를 잃었거나, 백혈병을 얻은 딸을 떠나 보냈거나, 삼성 때문에 학교에서 쫓겨난 이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구체적인 증언을 통해 합법으로 가장한 '삼성왕국'의 부당해고, 불공정거래, 사회적 책임 회피 등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 위에 이건희 회장 있다"

첫 번째 증언자는 천막농성 680일째를 맞고 있는 안형우씨. 안씨는 지난 2005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명예철학박사 학위 수여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가했다가 고려대로부터 출교당한 학생이다.

안씨는 "시위에 참여한 7명을 출교할 때까지만 해도 학교측은 출교와 이건희 명예박사 학위 수여 반대 시위의 연관성을 부인했다"며 "하지만 학교측은 1년 8개월 만에 항소 이유서에서 박사학위 수여 반대시위를 주도한 점을 출교 이유로 꼽았다"고 말했다..

결국 이건희 회장을 건드렸다는 이유로 7명의 학생들을 출교했다는 점을 대학측도 인정한 셈이다. 안씨는 "이건희라는 거대권력이 얼마나 당당하길래 학교가 학생들을 내칠 수 있느냐?"며 "삼성의 암적 영향력을 알게 된 이상 이 싸움을 그만둘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계열사인 거대 유통기업의 횡포에 시달리다 분신자살한 차병국씨의 형이 증언자로 나섰다. 차씨는 2001년부터 신세계 이마트에 고등어, 굴비 등 수산물 가공상품을 납품해왔지만, 일방적 매장 철수, 판촉사원 채용 강요, 사업아이템 가로채기 등 이마트측의 횡포에 항의하는 뜻으로 지난 1월 21일 분신자살했다.

차씨의 형인 병호씨는 "동생은 2000만불 수출탑을 받을 정도로 수산물가공업계에서 나름대로 이름을 날린 중소기업인"이라며 "하지만 이마트와 거래하면서 겪어야 했던 많은 고충을 나에게 얘기하곤 했다"고 전했다.

그는 "중소기업으로부터 정직하게 납품받아서 스스로 직원을 고용해 정확한 가격에 판매해야 하는데 지금 대형할인점에서는 납품업체가 직원을 고용해 물건을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러한 대형할인점의 횡포를 정확하게 짚어서 앞으로 동생 같은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세 번째 증언자는 삼성중공업의 비정규직으로 근무했던 서종진씨. 그는 삼성중공업 사내하청기업에서 일하던 중에 허리를 다쳐 산재처리를 요구하다 해고를 당했다. 회사가 사실상 산재를 은폐하기 위해 그의 산재처리 요구를 거부한 것이다.

서씨는 "삼성의 비정규직 사이에서는 '비정규직 위에 정규직이 있고, 정규직 위에 공무원과 사법부가 있고, 공무원과 사법부 위에 정부가 있고, 정부 위에는 이건희 회장이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는 말로 삼성내 비정규직의 처지를 표현했다.

특히 서씨는 "(삼성이 작성한)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어 동종업계에는 취직을 할 수 없다"고 말한 뒤 "내가 국가테러범도 아닌데 왜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어야 하느냐"며 "이 악질적이고 야만적인 고리를 노동자들이 끊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3일 오후 1시 삼성 본관 앞에서 열린 '삼성 피해자 합동기자회견'에는 하이비트 여성 노동자와 고려대 출교생 등이 참석했다.
 13일 오후 1시 삼성 본관 앞에서 열린 '삼성 피해자 합동기자회견'에는 하이비트 여성 노동자와 고려대 출교생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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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기업이 아니라 왕국" 

서씨에 이어 또다른 삼성 해고노동자가 네 번째 증언자로 나섰다. 삼성SDI 사내하청업체 하이비트에서 일하다 해고된 현화정씨. LCD 핸드폰 액정을 만들었던 그는 하루 12시간 맞교대, 한달 520시간 노동 등 살인적인 노동조건에서 일했지만 지난해 4월 문자 메시지 한통으로 해고됐다.

동료들과 노조를 만들어 복직투쟁을 하고 있는 현씨는 "정당한 집회를 하는 것도 면담 신청 요구를 하는 것도 삼성SDI는 업무방해라며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법원은 이것을 받아들인 반면 우리가 회사 앞에 가면 10만원의 벌금을 내라고 한다"며 "법위에 삼성이 있고 삼성 안에 우리나라가 존재하는 것 같다"고 분노를 쏟아냈다.

'삼성은 기업이 아니라 왕국'이라고 주장하는 현씨는 "노동부 근로감독관은 우리에게 사직서를 쓰는 게 맞다고 하고 노동위원회 위원들은 부당해고, 불법파견이 맞다며 재심을 하고도 증거 불충분으로 기각시켰다"며 "공권력도 검사도 노동부도 삼성왕국에 충성을 다한다"고 꼬집었다.

현씨는 "노조가 있었더라면 해고의 서러움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고 최저임금도 받지 않았을 것이고 비자금도 조성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삼성에 반드시 민주노조의 깃발을 꽂겠다"고 '무노조 신화' 해체 의지를 드러냈다. 

다섯 번째 증언자는 태안 앞바다에서 김양식장 등을 운영했던 이충희씨. 현재 태안유류피해주민대책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씨는 기름유출사고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삼성중공업을 성토했다.  

이씨는 "소변에서 기준치의 7배가 넘는 발암물질이 검출된 사람도 있고 시력이 떨어져 앞을 못보는 할머니도 있다"며 "방제작업을 하다 쓰러져 입원하고 손톱이 빠지고 콧끝이 짓물러지는 등 태안이 아비규환의 지옥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씨는 "최대 피해액이 6조원까지 추산되는 상황에서 삼성중공업이 1000억원 내놓았다"며 "코끼리 비스킷밖에 안되는 돈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막으려 한다"고 삼성측의 책임회피를 맹비난했다. 

백혈병사건, 삼성반도체의 그늘을 드러내다

이어 성명애 노무사가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사건'을 증언했다. 이것은 지난해 3월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근무했던 황유미씨가 2년간 백혈병과 싸우다 사망하면서 노동계의 뜨거운 현안으로 부각된 사건이다.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규명 대책위'(http://cafe.daum.net/samsunglabor)에서 활동하고 있는 성 노무사는 "현재까지 대책위는 삼성반도체 노동자 중 총 12명의 백혈병 발생자가 있음을 확인했다"며 "그러나 지난 20여년간 이 공장을 거쳐간 수만명의 노동자들 중에 얼마나 많은 백혈병 환자가 발생했을지 아무도 모른다"고 사건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특히 성 노무사는 "반도체를 만드는 화학물질들은 대부분 공개되지 않고 있다"며 "현장에서 사용되는 방진복도 인체를 보호한다기보다 반도체를 보호하는 수단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사건'는 노동자의 건강권을 침해하고 있는 첨단 반도체산업의 그늘을 처음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 증언자는 98년 삼성생명의 구조조정 당시 해고된 윤병목씨. 그는 삼성생명의 대량 해고가 삼성자동차의 부실처리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윤씨는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에서 구조조정 인원을 확정해 각 계열사로 내려 보냈다"며  "당시 삼성자동차의 부실이 커지면서 이건희 회장이 위기에 처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삼성생명에서 구조조정을 실시한 이후 삼성자동차 직원들이 삼성생명에 취직했다"며 "결국 삼성자동차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치밀하게 작전을 짠 것"이라고 주장했다.

증언 공청회에서 앞서 삼성 피해자들은 삼성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의 불법행위가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증언 공청회에서 앞서 삼성 피해자들은 삼성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의 불법행위가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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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불법행위 근절시키는 행동에 동참하겠다"

증언 공청회에 앞서 이들은 삼성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권력 앞에 빼앗긴 우리의 기본권을 되찾고 삼성의 불법부당행위를 근절시키기 위한 행동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온갖 위법·불법행위로 구축한 삼성의 거대한 권력은 불법비자금과 불법로비, 불법승계, 서해기름유출사고 책임회피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라며 "삼성과 관계된 전 영역의 사업과 활동에서 태연하게 위법·불법행위가 저질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삼성이 저지른 온갖 위법·탈법행위는 당사자들의 삶을 철저하게 파괴하고 모든 초보적 권리를 짓밟아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을 만큼 커다른 고통을 안겨준다"며 "삼성의 불법행위를 중단시키는 것은 우리 사회의 기본적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태그:#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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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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