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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곡물값이 치솟고 있다. 우리나라도 적지 않은 타격을 받고 있는데, 특히 밀가루가 문제다. 국내 밀 소비량 중 국내 생산이 차지하는 비율(자급률)이 고작 0.2%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 심각성은 더하다.

 

이런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3일 첫 국무회의에서 "쌀라면을 만들든지 하는 것도 해법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 쌀 소비를 장려하는 문제와 관련 "연간 쌀 보관료가 6000억원 가까이 되는 점을 감안해서 묵은 쌀값을 낮추는 방안을 강구해보라"고도 말했다. 

 

쌀라면, 생소한 제품이 아니다. 이미 십수 년 전 라면업계에서 시도했기 때문이다. 삼양식품은 1989년 '쌀라면'을 출시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했고 결국 2년만에 제품 생산을 중단했다. 이후 6년 전부터 다시 쌀라면을 생산하기 시작했으나, 여전히 소비자 반응은 시원치 않은 상태.

 

'쌀라면'이 치솟는 물가 잡을 수 있을까?

 

앞서 말했듯이, 이명박 대통령의 주장은 국내 쌀 보관비용도 많이 들고 밀가루 값도 올랐으니 대체품으로 쌀라면을 보급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실무자들의 말은 다르다. <이데일리> 3월 6일자 '묵은 쌀 보관료만 6000억원? '옛날 얘긴데…' 기사에 따르면,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2001년 전후에 묵은 쌀이 많이 쌓여 있었으나 현재는 묵은 쌀 보유량이 많지 않고, 연간 보관료 6000억원은 예전 얘기"라며 "대통령이 예전에 들던 보관비용에 대해서 어디선가 듣고 말씀하신 듯하다"고 말했다.

 

이런 소식을 접했는지, 이명박 대통령은 5일 후인 8일 서초구 양재동 하나로마트를 방문한 자리에서 "쌀라면이 비싼 것은 쌀값이 비싸기 때문인데 밀가루와 값 차이가 없도록 수입 쌀을 의무적으로 써야 하지 않느냐"고 이전에 내놨던 아이디어를 수정한다.  

 

쌀식품을 만드는 업계 관계자는 언론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당 밀가루는 700원인데 반해 국산 쌀가루는 1380원, 수입 쌀가루는 1100원"라고 말해, 쌀라면의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바 있다.

 

이쯤 되면 앞뒤도 맞지 않고 목적도 불분명해진다. 국제 밀가루 가격 상승과 국내쌀 재고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불쑥 내뱉은 '쌀라면'이 애물단지가 돼 버릴 수도 있다.

 

 

걱정인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안한 쌀라면이 10일 보도된 기획재정부의 2/4분기 경제운용계획에 들어가 있다는 사실이다. 아무래도 기획재정부는 지난 8일 이 대통령의 발언을 듣지 못했나 보다. 쌀라면 공급계획에 정부양곡을 공급한다고 돼 있다. 주말 발언을 들었다면, 수입쌀을 공급한다고 했겠지.

 

여하튼 쌀라면 보급을 통해 치솟는 물가를 잡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 블로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황희 기자는 통합민주당 예비후보 입니다. 


태그:#쌀라면, #이명박, #수입쌀, #실용주의, #밀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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