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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에 나와 대학 생활을 하는 학생들만 느낄 수 있는 하숙집의 따뜻한 밥과 푸짐한 반찬들. 이러한 풍경들도 점차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개인 사생활 보호가 더 우선시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 대학가의 하숙집들은 점차 서있을 곳을 잃고 자취가 가능한 건물로 구조 변경을 하거나 하숙을 포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필자가 친구들과 함께 타지에서 올라와 학교에 다니는 중앙대 학생 1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72%가 자취, 9%가 하숙, 19%가 하숙형 자취(개인원룸과 공동식당이 공존하는 형태)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숙이 사라져가고 있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만족스러운 방 구하기는 너무 힘들어요"

지난달 27일 오후 3시 흑석동 중앙대학교 앞. 복학을 준비하는 강 아무개(23)씨는 1학년 시절에 자취를 하면서 불규칙하고 고르지 못한 식사 습관에 의해 건강 악화를 경험했기 때문에 하숙집을 구하려고 발품을 팔고 있었다. 강씨가 방을 광고하는 벽면을 보아도 온통 보증금과 월세가 있는 자취방들뿐이라서 하숙집을 구하지 못한 채 3시간 째 방을 구하는 중이었다.

"예전에는 하숙집이 많이 있어서 별 걱정 없이 구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3년 사이에 하숙집은 찾기 힘들거나 찾아도 시설이 아주 좋지 않고 가격은 매우 비싸서 구하기가 힘드네요. 개강이 며칠 남지 않았는데 구할 수 있을지 걱정이네요. 보증금이 부담되고 식비도 아끼기 위해서 하숙집을 구하고 싶은데 뜻대로 안되네요. 등록금도 많이 올랐다는데……."

흑석동 중앙대학교 앞에서 개강을 앞둔 학생이 방을 구하고 있다.
▲ 방구하기 너무 힘들어요. 흑석동 중앙대학교 앞에서 개강을 앞둔 학생이 방을 구하고 있다.
ⓒ 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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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씨는 뒷말을 잇지 못하고 씁쓸한 표정으로 다시 방을 구하러 떠났다.

오래된 건물이 많고 주로 서민들이 살고 있는 흑석동 주변이 최근에 재개발 확정이 되면서 집구하기도 어려워졌을 뿐더러 집값이 많이 올라 보증금과 식사 부담이 없는 하숙집을 찾는 학생들은 다시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점점 줄어드는 하숙집과 비싼 하숙비로 인해 발걸음을 돌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2003년 평균 35~40만원 하던 하숙비는 2008년 현재 45~50만원으로 20퍼센트 가량 상승했다. 최근 5년 사이에 식료품비 증가가 주원인이다.

변화 모색하는 하숙집들

중앙대 앞에서 몇 십 년째 하숙집을 운영하던 이들도 아쉽기는 마찬가지이다. 하숙생과 주인아주머니와의 끈끈한 정 때문에 하숙비를 몇 년째 올리지 않고 있는 한 하숙집의 주인은 "학생들의 하숙기피현상 때문에 운영이 힘들고 재개발 때문에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면서 "건물을 서서히 자취용도로 변경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흑석동 중앙대학교 앞에 위치한 하숙전문 건물이었지만 서서히 원룸 형식으로 바꿔 가고 있다.
▲ 하숙과 원룸을 겸한 건물 흑석동 중앙대학교 앞에 위치한 하숙전문 건물이었지만 서서히 원룸 형식으로 바꿔 가고 있다.
ⓒ 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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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유로 젊은 대학생들의 취향에 맞추기 위하여 새로운 주거 형태들이 생겨나고 있다.

주방이 없는 원룸이 제공되고 별도의 식당이 위치해 있어서 하숙처럼 시간에 맞춰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형태이다. 또 한 개의 층마다 3~4개의 원룸과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동부엌과 거실이 있는 아파트형 건물들도 생겨나고 있다. 하숙과 자취의 장점만 모은 주거형태가 늘어나고 보급되고 있다. 이는 학생들의 취향이 그 만큼 다양해졌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숙집의 밥하는 냄새를 맡으며 옹기종기 모여 담소를 나누고 한 가족처럼 식사를 하는 풍경은 점차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정이 넘치는 하숙 생활을 경험한 이들에게는 큰 아쉬움으로 다가올지 모르겠다.


태그:#하숙 , #자취, #김환, #중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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