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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어도 떨어지지 않아요.
▲ 금정산, 흔들바위 흔들어도 떨어지지 않아요.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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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나그네 길, 그 길을 가다보면, 우연하게도 한 번 본 듯한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잊혀진 첫사랑이나 까맣게 수첩에서 지워버린 미운 사람도 만난다.

물 속의 숲을 지나다
▲ 물 속의 산 물 속의 숲을 지나다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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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길도 인생 길의 연장선이다. 똑같은 산길인데도 처음 만나는 나무와 바위와 숲을 만나고 그 산행길에서 아는 사람도 약속한 듯이 만난다. 8일은 정말 재수가 좋은 날이다. 늘 좋은 사람으로 기억했던 벗도 만나고, 바위의 옷을 입는 '거북이'도 만났다. 그리고 설악산 흔들바위처럼 아무리 흔들어도 떨어지지 않는 금정산 흔들바위도 만났다.

거북이가 토끼 이긴 이야기는 전설이 아니었다
▲ 토끼 이긴 거북이 만나다 거북이가 토끼 이긴 이야기는 전설이 아니었다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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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 놓아라

금정산을 수십 번 넘게 올라와도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거북이 바위를 미륵봉 가는 길에 만났다. 어쩜 이렇게 바위가 거북이를 닮았나, 거북이가 바위가 되었나. 그럼… 토끼 바위는 어디 있을까 둘레 둘레 살피다가, 작은 물 속에 구름도 만나고 물 속의 산도 만난다.

거북이는 동물 중에 가장 수명이 길고, 수륙 양생의 신성한 동물로 여긴다.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 놓아라. 내 놓지 않으면 구워 먹으리라" 이렇게 우리의 '구지가'에서 거북은 신성한 군주의 출현을 촉구하는 백성의 뜻을 신에게 전달하는 매개자 역할을 한다. 거북은 또 앞날의 일을 미리 점쳐서 알려주는(豫兆)의 동물을 상징한다.

불가에서는, 눈 먼 거북이 한 마리가 백년마다 한 번 수면으로  고개를 내밀다가 다시 자신의 안신처인 바다로 내려갔다가 다시 떠올라서, 그 바다까지 떠내려 온 멍에(염주)를 운 좋게 목에 걸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는 사람의 찰나와 같은 생애로서는 좋은 기회가 아무리 많이 와도, 눈 먼 거북이처럼 이를 깨닫고 바로 실천을 하기 어렵다는 뜻이라 한다.  

마음이 가는 길로 가다
▲ 이정표 마음이 가는 길로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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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福)바위, 원(願)바위들, 만가지 소원처럼 생겼다

금정산 복덩이, 금덩이처럼 생긴 광장 같은 바위에서 산아래를 내려다 보니, 금정산 속에 만물상이 숨어 있다. 아니 금정산 속에다 산신들이 아무도 모르는 사이 금강산 만물상을 옮겨 놓은 것 같다. 코끼리 바위, 황소 바위, 선녀 바위, 나무꾼 바위, 머슴 부처 바위, 미륵불 바위, 거북이 바위, 곰 바위, 아기 바위, 할매 바위….

사냥꾼이 쫓아와서 바위 틈에 숨어서 이리 저리 귀를 쫑긋 하는 노루 바위, 사슴 바위… 금정산의 만물상 바위, 오늘에야 만나다니. 여태껏 내가 만난 금정산은 잊어버리고, 만나지 못한 금정산을 찾아서 만나야 할 것 같다.

넓은 바위,
▲ 광장보다 더 넓은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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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실패를 등산으로 이긴 벗아, 고맙다 

'쾌활한 동반자는 거리를 단축한다'는 영국 속담처럼, 좋은 벗을 오랜만에 해후해서 함께 올라가는 발걸음은 토끼보다 가볍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며 무얼 하고 살았는지, 소원했던 안부를 주고 받다 보니 그 즐거운 발걸음이 정상 위에 올라와 탄성을 질러댄다.

좋은 일도 슬픈 일도 함께 나누자고 바위처럼 맹세했던 우리의 우정이 새록새록 솟아나고, 사업 실패로 힘들게 살아온 벗의 가시밭길 인생 이야기 듣는다. 항상 바위처럼 굿굿해 보였던 벗, 등산으로 그 절망을 다 이겨 냈다는 벗에게 마음 속으로 말했다.

"그래 우리 바위로 살자, 두 눈 두 귀 닫아두고… 바위처럼 말없이 살자…."

바위 속의 숨쉬는 산
▲ 산 속의 바다 바위 속의 숨쉬는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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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쉬지 않는다
▲ 길 위의 나그네는 길에서 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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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만물상'을 옮겨 놓은 것 같습니다.
▲ 금정산의 비경 금강산 '만물상'을 옮겨 놓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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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귀 닫고 살리라
▲ 나 바위처럼 눈 귀 닫고 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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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에게 절망을 이기게 해 준 산아 고맙다
▲ 고당봉 벗에게 절망을 이기게 해 준 산아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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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왔을 때 계단 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장군봉 쪽과 북문 쪽 모두 계단 공사가 완료되어 있다. 벗과 함께 계단으로 고당봉 올랐다. 헉헉 대며 자꾸 뒤처지는 나를 돌아보는 벗…. 그러면서 손 흔들어 주는 벗을 보며 생각했다.

아, 오늘 내가 만난 거북이는 바위가 아니구나. 인생도 거북이와 토끼와의 경쟁과 같다는 것. 벗은 정상에서 벌써 만세를 외쳤다. 아니 그는 세상의 정상을 정복한 것이다.


태그:#거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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