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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봄기운이 점점 내려앉아 땅을 감싸 안으면 겨우내 얼었던 땅에도 봄이 찾아온다. 봄과 함께 땅위에 모락모락 김이 오르면 농부들은 밭을 갈고 씨앗을 뿌린다. 농부들은 씨를 뿌리며 한해의 시작을 알리고 겨울잠을 잤던 동물들도 깨어난다. 그래서 봄은 온갖 동식물들이 꿈틀대며 잉태하는 시기다. 그러나 아직도 시름에 잠겨 있는 사람들이 있다. 기름유출사고로 인해 피해를 입은 서해안 어민들이다.

 

어민들은 바다에서 생명을 얻는다. 하지만 서해안 주민들은 너무 많은 피해를 입었다. '과연 그들에게도 봄은 올까?'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그들에게 희망이 함께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곳을 찾았다.

 

 

매년 이맘 때쯤이면 꼭 한 번 먹고 싶은 음식이 있다. 충남 홍성군 남당리 바닷가 근처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새조개샤브샤브다. 새조개는 천수만에서 잡히는 어패류로써 육질이 야들야들해 입안에서 살살 녹기 때문에 그 맛에 한번 빠지게 되면 그 유혹을 물리칠 수 없다.

 

새조개는 언제든지 먹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이 시기를 놓치면 '둘이 먹다 하나가 사라져도 모를' 새조개를 내년 이맘 때가 돼야 맛볼 수 있다. 천수만 일대는 기름과 아무 상관이 없는데도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해서 홍보를 해도, 관광객들이 찾지 않아 상인들이 입는 타격이 크다.

 

해마다 새조개 축제 철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북적대던 곳이었는데 기름유출사고이후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단다. 지난 1월18일부터 시작된 새조개 축제는 오는 5월31일까지 계속된다. 하지만, 찾는 사람이 드물다. 내가 갔던 날은 주말이라 그래도 간간이 찾아오는 사람들이 보였다.

 

난 이곳에 올 때마다 찾는 단골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사장님을 만나, 최근 상황이 어떤지 물어봤다.

 

"이번 기름유출 때문에 타격은 없으신지요?"

"뭔 말씀이래유. 찾아오시는 손님들이 평상시의 5분의1도 안되유 오늘은 주말인디두 사람들이 별루 없자너유~ 작년 이맘 때 같으면 앉을 자리가 없었슈. 그래서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었는디유."

 

 

사장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새조개에 대한 기사를 쓰겠다고 사장님에게 양해를 구했다. 그랬더니 사장님은 흔쾌히 승낙을 하며 "어떻게든 우리가 먹고 살기 위해서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할 지경"이라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그리고는 비싼 새조개를 양손으로 살짝 돌려 까더니 새조개의 모습을 보여 주신다. "잘 찍어서 홍보 좀 많이 해주세요!"라는 말과 함께. "새의 부리를 닮아 새조개라는 이름이 붙었다"며 새의 부리 모양을 잘 볼 수 있도록 연출까지 해줬다. 조개의 모습이 정말로 새의 부리처럼 생겼다.

 

 

 

 

 

 

일단 새조개 맛을 보기위해 새조개샤브샤브를 주문했다. 새조개를 손질하는 동안 서해안에서 많이 잡히는 주꾸미를 먼저 익혀 먹으라며 건넨다. 육수와 갖은 야채가 펄펄 끓는 냄비에 주꾸미를 살짝 데쳐 먹었다. 맛이 일품이다.

 

잠시 후에 키조개와 가리비 등이 나온다. 이어서 오늘의 메인인 새조개가 나온다. 새조개 역시 야채가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다음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야들야들하면서 부드러운 육질이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뭐라 표현하기가 어려울 만큼 그 맛이 일품이다.

 

둘이 먹다가 하나가 사라져도 모를 지경이다. 아찔한 이 맛에 푹 빠져 이맘때면 꼭 한번 먹어야 한다는 유혹을 물리칠 수 없다. 새조개샤브샤브를 다 먹고 나면 칼국수를 넣어 팔팔 끓인다.

 

국물이 주꾸미 먹물 때문에 조금 거무스름하지만 그 국물에 끓이는 칼국수 역시 입안에 착착 감겨 또다른 맛을 느끼게 해준다. 음식을 다 먹고나선 든든해진 배를 소화도 시킬 겸 음식점 바로 옆에 있는 바닷가를 산책하는 것도 좋다. 살랑살랑 부는 바닷바람을 맞으면 기분까지 상쾌해진다.

 

사실 나 역시 '혹시나 문제는 없을까?'하는 생각에 선뜻 내키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의구심을 버리고 찾아왔다. 그것이 나의 잘못된 생각이었음을 실감한다. 방제작업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해안에서 나는 갖가지 어류들을 많이 사다 먹는 것도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덧붙이는 글 | 찾아가는길 : 홍성IC로 빠져 나가 안면도 방향으로 달리다보면 남당리 이정표가 나온다. 길 안내 표시가 자세히 나오기 때문에 찾아가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다.


태그:#새조개, #새조개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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