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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하루를 보내셨냐고? 한숨만 나온다. 대학 3학년인 난 드디어 1천만원에 육박하는 빚을 지게 되었다.
 즐거운 하루를 보내셨냐고? 한숨만 나온다. 대학 3학년인 난 드디어 1천만원에 육박하는 빚을 지게 되었다.
ⓒ 인터넷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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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아, 니 학자금 대출 받은 거 있제. 그거 이달부터 원리금 상환해야한다고 은행에서 연락 왔더라."

부산에서 걸려온 엄마의 전화. 2004년 대학에 입학할 때 받았던 학자금 대출이 4년간의 거치기간이 끝나 이번 달부터 7년 동안 원리금을 상환해야 한단다. 전화선을 타고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도, 듣고 있는 내 마음도 무거워진다.

입학할 때를 포함하여 난 총 세 번의 학자금 대출을 받았고 그 금액은 천만원에 다다른다. 이게 다가 아니다. 졸업할 때까지  나는 두 번의 등록금을 더 내야 한다.

4년 만에 100만원 오른 등록금... 장학금 받으면 되지 않냐고?

서울의 한 사립대 재학생인 나, 재수 그리고 1년 반의 휴학 덕분에 스물다섯의 나이에 3학년 2학기를 다니고 있다. 4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입학금 포함 340만원이었던 등록금은 입학금을 포함하지 않고도 340만 원이 되었다. 입학금이 100만 원 정도 된다고 보았을 때, 등록금은 4년 만에 100만 원 정도가 오른 것이다. 가히 살인적이라 할 만하다.

매년 아니 매학기 마다 오르는 등록금, 어차피 불평해봤자 달라질 것도 없는데 그냥 공부 열심히 해서 장학금이나 받으라고?

아직은 새내기였던 1학년 2학기, 한 학기동안 나는 '오직 장학금만이 살길이다'라는 각오로 공부했다. 그 때까지 나는 두 번의 학자금 대출을 받았는데, 그 번거롭고 복잡했던 절차, 그리고 '이게 내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빚이구나'라는 생각은 나를 학점에 매달리게 했다. 내 손으로 100만 원도 벌어본 적이 없던 21살, 600만원 가까이 되는 학자금 대출은 내게 너무도 큰 부담이었다. 

다행히 나는 5학기 동안 평균 4.04의 학점을 받아, 총 세 번의 장학금을 받았다. 두 번은 성적우수 장학금(70%), 한 번은 성적과 집안사정을 함께 고려한 장학금(30%). 물론, 장학금 을 받기란 결코 쉽지 않다. 지난 학기, 우리 과에서는 총 11명이 성적우수 장학금을 받았는데 그 커트라인이 4.5만점에 4.3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턴가 나는 장학금에 대한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열심히 하면 무조건 받는 것도 아니고, 학점이 높다고 해서 취업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남들은 적당히 학점관리하면서 자기계발하는데, 학점에만 신경 쓰다간 나 혼자만 뒤쳐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스물한 살의 나처럼 앞뒤 재지 않고 학점에만 매달리는 건 어리석다는 결론을 내렸다.     

위:2004년 등록금, 아래:2008년 등록금
 위:2004년 등록금, 아래:2008년 등록금
ⓒ 학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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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점, 생활비, 인턴기자... 나는 '원더우먼'이 되어야 했다

요즘 대학생들은 '취업 5종세트'라 불리는 학점, 토익, 해외연수, 인턴십, 공모전 입상을 완비하기 위해 학과공부 이외에도 토익과 자격증 시험 준비 그리고 각종 대외활동을 해야 한다. 언론인을 꿈꾸고 있는 나 역시 작년 1학기 모 음악 사이트에서 기자단 활동을 했었다. 하지만 6개월의 활동기간 동안 내가 취재를 나간 건 단 한번. 그 이유는 아르바이트 때문이었다.

지방유학생인 나는 자취방 월세(25만원)는 집에서 내준다고 해도 생활비정도는 내 손으로 벌고 싶었다. 철없던 1·2학년 때야 하숙비 40만원, 생활비 30만원을 집에서 꼬박꼬박 받아썼지만 말이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학원 영어강사. 하루 4시간씩 주3회 수업으로 나는 한 달에 60만원을 받았다. 학원까지는 왕복 3시간,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녹초가 되었지만 과제나 시험이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밤을 새야했다. 돈 버느라 학점 못 받았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부하랴, 일 하랴... 대외활동은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렇게 8개월을 일했다.

더 이상 이렇게 살아선 안 되겠다고 생각한 나는 2학기부터는 영어 과외를 했다. 두 명의 학생을 각각 주1회, 하루 2시간씩 가르쳐 받는 돈은 월 40만원. 그러나 과외구하기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고등학교 졸업생의 80%가 대학생이 되는 시대, 과외 구하려는 대학생들은 차고 넘친다. 나는 과외중개업체에 첫 달 80%의 수수료를 지급하고 과외 두 개를 구했다. 이렇게 시작한 과외는 지난겨울 <오마이뉴스> 인턴기자 활동을 했던 6주 동안에도 계속됐다.

내가 과외를 그만둘 수 없었던 건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기도 했지만, 더 큰 이유는 '지금 그만두면 어디서 어떻게 또 과외를 구하나'라는 막막함 때문이었다. 인턴은 방학 중 6주지만, 과외는 학기 중에도 쭉 계속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평일에는 출근하고 주말에는 주말취재하고, 과외하고… 그렇게 나는 '원더우먼'이 되어갔다.

등록금 부담, 부모님 잘못도 내 잘못도 아니다  

우리 집이 소위 말하는 '빈곤층'이라 내가 이렇게 아등바등 산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집 월평균 소득은 아빠, 엄마가 버는 돈을 다 합치면, '전국가구 기준 월평균 소득' 이라는 322만4843원 정도는 된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평균은 된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대학생 자녀 2명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돈이다.

나와 세 살 터울인 동생은 수도권의 한 국립대 공대에 진학했다. 사립대에 다니고 있는 나보다는 학비가 싼 편이지만, 동생도 나와 마찬가지로 지방유학생이기 때문에 생활비의 부담이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 동생과 내가 동시에 대학에 다닌 적은 없다. 동생이 대학에 입학하던 해, 나는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고 내가 호주에서 돌아와 복학하자 동생은 군 입대를 했다.

오는 12월에 동생이 제대하면, 내년 1학기에는 동생과 내가 함께 대학에 다녀야한다. 그리고 나는 졸업을 하게 된다. 부모님은 앞으로 동생의 학비와 생활비는 또 어떻게 마련해야 할 지 벌써부터 걱정이시다.  

등록금을 낼 때마다, 아빠, 엄마는 내게 미안해한다. 학자금 대출을 받아야 했을 때도, 내가 장학금을 받았을 때도, 늘 미안하다고 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가끔씩은 부산대 갈 껄 괜히 서울까지 와서 비싼 학비에, 생활비 부담까지 부모님에게 주는 건 아닌가 해서 말이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우리가 왜 서로에게 미안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한 학기 350만 원 정도의 등록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내 줄 수 없는 부모여서?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고 싶어 했던 딸이어서?

졸업까지 1년 반, '이 모든 빚을 떠안고' 나는 잘 할 수 있을까?

대학=채무자 양성기업? 등록금 때문에 거리로 나온 대학생들.
 대학=채무자 양성기업? 등록금 때문에 거리로 나온 대학생들.
ⓒ 송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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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1년 반 안에 취직을 해야 하는 나는 요즘 고민이 많다. 기자가 되려면 '언론고시'라 불리는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아 과외까지 할 시간이 없을 것 같다. 그런데 과외를 그만두면 당장 생활비는 어떻게 해야 할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무리한다면 돈도 벌고, 공부도 할 수 있겠지만 취직까지는 내게만 시간을 투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남은 두 번의 등록금도 걱정이다.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내년에는 등록금이 얼마나 오를지 모르겠다. 장학금을 받는다면야 좋겠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는 쉬운 일이 아니며 학과공부에만 매달려서 될 일도 아니다.

이미 대출받은 학자금 역시 문제다. 부모님이 내가 취직하기 전까지는 원리금 상환을 해주겠다고 했지만, 만약에 또 다시 학자금 대출을 받게 된다면 그 많은 돈을 내가 어떻게 갚아야 할 지 눈앞이 캄캄하다.

무엇보다도 진로가 걱정이다. <오마이뉴스> 인턴기자 활동을 하면서 진보언론매체에 들어가야겠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지만, <조선>·<중앙>·<동아>과 같은 보수매체와 비교했을 때 너무도 낮은 급여를 무시할 수 없다. 더욱이 얼마가 될지도 모를 빚을 떠안고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한다면 말이다.

물론, 나보다 더 힘든 상황에 처한 친구들도 많다. 학비 때문에 한 학기 휴학해서 다음 학기 등록금을 마련하면서 사는 친구도 있고, 등록금을 벌기 위해서 일주일 내내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정작 학과공부는 제대로 하지 못하는 친구도 있다.

하지만 4년간 100만원이나 오른 등록금이 정작 우리에게 해준 건 무엇일까. '학교발전'을 위해서 라고는 하지만, 그것이 '나의 발전'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그 실체조차 알 수 없는 '발전'을 위해 나는 그리고 나의 부모님은 언제까지 힘들어야 하는 것일까. 도대체 얼마나 많은 '나'와 '나의 부모님'이 생겨야 이 살인적인 등록금 인상이 멈출까. 나는 남은 1년 반 동안 잘 버틸 수 있을까. 


태그:#등록금, #학자금, #학자금 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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