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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6일) 신문은 여러 가지로 재미가 있다. 정국을 보는 신문들의 시각 차이가, 혹은 그 의도가 미묘하게 엇갈리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눈 여겨 볼 점은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추가 폭로한 '떡값 명단'과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의 '공천기준' 강행 기사를 어떻게 배치했느냐다.

 

오늘 신문의 1면 기사 배치는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경향신문>과 <서울신문>,<한겨레>는 김성호 국정원장 내정자와 이종찬 청와대 민정수석이 삼성의 떡값을 받아왔다는, 사제단 '삼성 떡값 명단' 추가 폭로 기자회견 소식을 1면 머리기사로 올렸다. 민주당 공천 관련 소식은 그 다음 순으로 다뤘다. 민주당 공천 관련 소식도 기사 가치가 높지만, 새 정부 주요 인사들의 삼성 떡값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반면에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를 비롯해 <국민일보>, <세계일보>, <한국일보> 등은 민주당 공천 소식을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부정·비리 사건을 포함해 금고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사람은 예외없이 공천에서 배제하기로 한 민주당 공심위의 '공천기준' 강행 소식에 대해 '민주당이 저질렀다'고 제목을 뽑기도 했다.

 

'삼성 떡값' 기사, 신문마다 제각각 배치 

 

재미있는 것은 이들 신문들의 사제단 삼성 떡값 명단 추가 폭로 기사의 배치가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국민일보>와 <세계일보>, <한국일보>는 민주당 공천 소식을 1면 머리기사로 싣고, 사제단의 삼성 떡값 명단을 그 다음 비중으로 강조해 보도했다. 기사 가치 판단에서 민주당 공천 소식에 더 비중을 둔 것이긴 하지만, 대체로 균형을 취한 기사 배치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사제단의 폭로 소식을 1면 2단 기사로 상대적으로 작게 취급했다. 1면만 보면 대일 무역적자에 대한 근본대책을 마련할 것을 지시한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 내용을 더 크게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아예 1면에는 이 기사를 배치하지 않았다. 10면 사회면 3단 기사로 다뤘다.

 

<동아일보>는 사제단 삼성 떡값 명단 추가 폭로나 민주당 공천 소식 대신 1면 머리기사에 다음 달 예정돼 있는 한-미 정상회담 장소로 "캠프데이비드가 사실상 확정됐다"는 소식을 다뤄 눈에 띈다. 사제단과 민주당 소식을 1면에 주요 기사로 배치한 점은 <국민일보>나 <세계일보>, <한국일보>와 비슷하다.

 

<경향>·<서울>·<한겨레> "폭로 일리 있다, 철저히 진상 밝혀야'

 

이런 보도태도는 사설에서도 확연히 다른 논조로 나타났다.

 

<경향신문>과 <서울신문>, <한겨레>는 철저한 규명을 촉구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세계일보>는 철저한 진상 규명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도 사제단과 김용철 변호사 역시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 <중앙일보>는 '사제단의 무책임한 폭로'라며 사제단의 폭로 방식 등을 문제 삼았다.

 

신문들의 이러한 논조 차이는 우선 사제단과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 내용의 신빙성 여부에 대한 판단에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한겨레>는 그 근거로 "삼성의 핵심에서 일했던 김용철 변호사와 사제단이 내놓은 여러 의혹들이 이미 특검 수사를 통해 사실로 확인"되고 있는 정황을 들었다. 또 떡값을 받았다고 폭로한 인물들이 하나 같이 "공직 비리를 막거나 처단할 책임을 진 요직"이라는 점에서 철저한 진상 규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뇌물공여자가 공여 사실을 자백하는데 수사기관이 망설일 이유가 없다"고 했다. 사실 뇌물공여자가 뇌물을 주었다는 '증언'보다 확실한 수사 단서는 없다. <경향신문>은 이 때문에 "이번 일은 이명박 정부의 정치윤리를 가늠해볼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서울신문>은 "삼성과 검찰 사이에 일종의 커넥션이 있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통상 금품 수수 사건을 수사할 때 계좌추적은 기본"이라며 "삼성측과 당사자들의 해명만 듣고 어물쩍 넘어가면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조선>·<세계> "진상규명 하되 사제단 폭로 방식은 문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세계일보>는 진상규명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사제단의 폭로 방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일종의 양비론적 논조다. 그 중에서는 <조선일보>가 철저한 수사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데 있어서 그래도 적극적이다.

 

<조선일보>는 "사제단과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을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시할 수만은 없다"고 했다. "삼성은 현금을 책이나 CD 케이스로 위장해 로비 대상과 절친한 사람을 통해 전달했다"는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가 이용철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의 현금 다발 사진 등을 통해서 뒷받침된 것을 그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사제단의 '단계적 폭로'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내놓을 명단이 있으면 모두 내놓아 흑백간에 결판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사제단이 기자회견을 통해 3명이 떡값을 받았다고 구체적으로 거명한 이상 수사로 진실을 밝혀야 한다"면서도 "작년 11월에 1차 거명한 임채진 검찰총장, 이귀남 대검 중앙수사부장, 이종백 국가청렴위원장의 떡값 수수 여부도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없거나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라며 사제단에 특검 수사에 협력할 것을 요구했다.

 

<세계일보> 역시 "폭로를 한다면 폭로한 사람이 구체적인 정황과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사제단과 김용철 변호사에게 증거를 제시할 것을 촉구했다.

 

<중앙일보> "더 이상 이 나라를 혼란으로 몰고 가지 말라"

 

<중앙일보>는 이들 신문 중에서도 사제단에 가장 비판적이었다. "더 이상 이런 식의 폭로에 나라가 휘둘려서는 안된다"고도 했다. "증거 없는 폭로는 더 이상 거론조차 말아야 한다"고도 했다. "사제단과 김 변호사가 떳떳하려면 전체 명단과 확보 중인 증거 모두를 즉각 공개하라"고도 했다. "더 이상 이 나라를 혼란으로 몰고 가지 말라"고도 했다.

 

누가 이 나라를 혼란으로 몰고 가고 있는 것일까? 그 원인 제공자가 누구인지를 새삼 되묻게 하는 <중앙일보>의 사설이다.


태그:#삼성 떡값, #사제단, #김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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