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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은 스스로를 비추지 않는다
 
촛불을 밝히는 마음은 아름답다. 정성들여 촛불을 켜는 밤은 먼 곳의 길도 밝아 온다. 촛불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듯하다. 신석정 시인은, '촛불은 전기나 석유불처럼 죽은 불이 아니다. 가벼운 바람이 방안을 스칠 때마다 촛불은 예민하게도 흔들 줄을 안다'고 표현한다. 촛불은 제의, 결혼식, 생일 등에도 반드시 필요하다.
 
<폭풍의 언덕>의 저자, 에밀리 브론테는 대낮에도 검은 커튼을 치고 촛불을 밝혀 글을 썼다고 한다. 돌아가신 김춘수 시인 역시 촛불을 좋아하셨을까. 촛불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바다의 수심 같다. 고요하다. 너무 고요할 따름이다'고, <어둠>에서 말한다.
 
집안에 냄새를 태우고 촛불 속에 향이 있어 촛불을 태우면 향기가 피어나서 머리도 밝다고 한다. 그러나 촛불도 불이라 위험하다. 나는 유달리 촛불을 좋아하는데 이 촛불로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던 것이다. '혹시 촛불을 끄지 않고 그냥 나온 것은 아닌가?' 이런 의구심이 들면, 외출해서도 안절부절해서 일도 보지 못하고 돌아온다.
 
그 스트레스가 편집증세를 보여서, 지하철을 타고 있다가도 집에 다시 돌아와서 촛불이 꺼져 있는가 확인할 정도였다. 
 
그래서 촛대 대신 물 속에 촛불을 밝혀 보았다. 촛불 속에 담긴 초들이 녹아내리면서, 기대하지 않았던 촛농이 예쁜 연꽃을 만들었다.
 
빨간 초는 빨간 연꽃을 노란 초는 노란 연꽃을 하얀 초는 하얀 연꽃을 피운다. 불과 물은 상극이지만, 바슐라르의 말처럼, '꽃들, 모든 꽃들은 불꽃 -빛이 되기를 바라고 있는 불꽃이다' 물을 만나서 꽃을 피우니 말이다.
 
내 마음은 촛불이요,
그대 저 문을 닫아주오,
나는 그대의 비단 옷자락에 떨며,
고요히 최후의 한 방울도 남김없이 타오리라.
'내마음'-'김동명' 

태그:#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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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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