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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남아 용두산 공원에 오르다

용두산 공원 전망대: 앞에 이순신 장군 동상이 보인다.
 용두산 공원 전망대: 앞에 이순신 장군 동상이 보인다.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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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노세키로 떠나는 배는 저녁 8시에 떠나고 출국 수속은 오후 5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부산 현지에 도착하니 4시 밖에 되지를 않았다. 1시간 정도 여유가 있어 용두산 공원에 오른다. 용두산 공원에 내가 가본 적이 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산이라고 해야 바닷가 산이니 해발이 49m 밖에는 되지 않는다. 그래도 전망이 아주 좋다. 우리들은 더 좋은 조망을 위해 전망대에 오른다.

전망대 꼭대기까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순식간에 오른다. 그곳에는 사방으로 유리창이 막혀 있고 그 밖으로 부산 시내가 한 눈에 굽어보인다. 북쪽으로는 수정산과 그 앞으로 중앙 공원이 보인다. 서쪽으로는 부산 남항 쪽으로 들락거리는 어선들도 보인다. 동쪽으로 눈을 돌리니 연안 여객터미널과 국제 여객터미널이 아주 가까이 보인다. 국제 여객터미널에는 우리가 타고 갈 성희호가 대기하고 있다.

전망대에서 바라 본 여객터미널 부두
 전망대에서 바라 본 여객터미널 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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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는 영도대교와 부산대교를 건너 영도가 내려다보인다.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애환이 많은 그 영도다리 말이다. 현인이 부른 '굳세어라 금순아'의 가사 역시 영도다리를 노래하고 있다. '영도다리 난간위에 초생달만 외로이 떴다' 국사를 가르치는 김양규 선생이 옆에서 영도라는 이름이 절영도(絶影島)에서 나왔다고 말해 준다. 절영도, 그림자도 끊어진 섬 정도로 이해할 수 있겠다. 절영도에서 절자가 떨어져 나가 현재의 영도가 되었다는 것이다.

영도 남쪽으로는 그 유명한 오륙도가 있는데 안개가 약간 끼어 확인이 어렵다. 다시 남항대교를 지나 서쪽에서 동쪽으로 다시 한 번 앞바다를 쳐다보고는 전망대를 내려온다. 내려와서는 공원을 한 바퀴 돈다. 우선 동백나무와 야자나무가 눈에 띈다. 동백은 벌써 자주색 꽃을 피웠지만, 야자나무는 아직 줄기에 두른 보온용 덮개를 벗지 못했다.

용두산 공원의 상징인 용
 용두산 공원의 상징인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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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이름에 걸맞게 용 조각이 있는데 정말 사실적이고 생동감이 있다. 용조각 아래로는 이은상 선생이 짓고 김충현 선생이 쓴 부산탑가가 있다. 이은상과 김충현은 60·70년대에 만들어진 대한민국 곳곳의 표지석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또 눈에 띄는 동상은 이순신 장군과 백산 안희제 선생이다. 안희제 선생은 일제시대 교육사업과 언론사업, 무역업을 하면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애쓴 대표적인 애국자이다.   

대한해협과 현해탄에서 보낸 하룻밤

오후 5시에 용두산 공원을 내려와 국제 여객터미널에 도착하니 5시10분이다. 가이드의 도움으로 수속을 마치고 배에 오르니 6시 반이다. 저녁식사가 7시에 준비된다는 안내를 받고 객실에 짐을 푼다. 6시 55분에 식당으로 가 저녁을 먹는다. 육개장인데 얼큰하고 시원한 게 내 취향에 맞는다. 배를 타고 하는 해외여행은 처음인데, 생각보다 편하고 여유가 있어 좋다. 우선 공간이 넓고 음식이 푸근한 편이다. 또 함께 여행할 사람들이 같은 방을 쓰니 친목을 도모한다는 점에서도 괜찮다.

부산 야경
 부산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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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하고 우리들은 갑판으로 나가 부산의 야경을 구경한다. 육지 쪽을 보니 증권선물거래소와 부산타워가 눈에 들어온다. 서쪽으로는 남항대교의 가로등이 화려한 야경을 선보인다. 배는 예정시간인 8시보다 늦은 9시에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제 부산항을 떠나 대한해협을 건너고 현해탄을 건너 시모노세키로 향하게 된다. 일본 사람들은 현해탄을 겐카이나다(玄界灘)라고 부른다.

배가 출발하자 우리 일행은 객실로 들어와 짐을 정리하고 밤을 준비한다. 준비라야 세수하고 이 닦고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는 것이 전부다. 밤 10시가 되자 우리 일행 중 5명이 모여 고스톱을 친다. 60세가 넘은 시니어들은 이불을 깔고 잘 준비를 하고 40·50대 주니어들이 담요를 가운데 두고 모인다. 글쎄 이것을 노름이라고 매도하면 할 수 없지만 우리 일행은 흔쾌하게 고스톱을 즐긴다. 자정이 되어서야 고스톱은 끝나고 우리 모두 잠자리에 든다. 파도가 없고 기상상황이 좋아 배에서 자는 것이 생각보다 편안하다.

시모노세키 여객터미널의 아침 풍경
 시모노세키 여객터미널의 아침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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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 정도면 시모노세키에 도착을 하고, 외항에 정박해 있다가 아침 6시쯤 항구로 접안한다는 얘기를 듣고 잠 속으로 빠져든다. 새벽 6시 기상을 해서 세수를 하고 바로 식사를 한다. 아침식사는 미역국이다. 6시 반쯤 되니 배가 항구를 향해 움직인다. 7시 반쯤 배는 시모노세키항 국제터미널에 도착한다. 우리는 세관원들의 출근을 기다리며 배 안에서 9시까지 기다린다.

시모노세키에서 간몬대교를 건너 큐슈로

시모노세키항과 모지항을 연결하는 간몬대교
 시모노세키항과 모지항을 연결하는 간몬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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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 10분 배에서 나와 수속을 마치니 9시 40분이다. 시모노세키 여객터미널 앞으로 시민회관이 보이고 그 앞으로 기차역이 보인다. 부산에서 시모노세키까지 배를 타고 쉬지 않고 오면 7시간 정도 걸리지만, 인간들이 만든 절차와 수속을 거치자면 16시간이나 걸리는 셈이다. 지문과 얼굴사진 찍기까지 생겼으니 시간이 더 걸리는 것은 당연하다. 동아시아 3국은 국경을 점점 더 굳건히 하는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동아시아 3국이 시계 바늘을 거꾸로 돌리는 건 아닌지.

시모노세키의 아침은 맑고 따뜻하다. 국제터미널을 나오니 관광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우리 일행이 21명인데 45인승 버스가 나왔다. 그래서 차 안의 공간이 여유 있다. 차에 올라 자리를 잡으니 후쿠오카를 향해 바로 출발한다. 차는 잠깐 동안 해안을 끼고 가는 것 같더니 바로 내륙 쪽으로 해서 시모노세키 인터체인지로 들어선다. 이곳에서 북쪽으로 가면 주고쿠 자동차도로로 이어지고, 남쪽으로 가면 간몬대교를 건너 큐슈 자동차도로와 이어진다.

혼슈와 큐슈를 연결하는 간몬대교 지도
 혼슈와 큐슈를 연결하는 간몬대교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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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몬대교는 일본의 본토인 혼슈와 남쪽의 큐슈를 잇는 중요한 다리로 시모노세키와 모지(門司)를 연결한다. 1973년 사장교로 처음 만들어졌고 1984년에는 큐슈 자동차도로와 연결되었다. 세계에서 34번째로 긴 사장교로 교각 사이의 길이가 712m이다. 이 다리를 건너면 바로 터널이 나오고 북큐슈의 관문인 모지항에 이른다. 이곳에서 다시 차는 기타 큐슈를 지나 후쿠오카로 향한다.

신호등 때문에 다자이후 정청 유적을 잠시 보다.

다자이후 정청 유적
 다자이후 정청 유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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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10분에 간몬대교를 지난 차는 후쿠오카 인터체인지를 지나 11시에 다자이후 인터체인지를 빠져 나온다. 이곳에서 다시 10분을 가니 다자이후 정청(太宰府政廳)유적이 나온다. 차에서 앞을 내다보니 다자이후 정청은 사라지고 주춧돌과 두어 개의 석주만이 보인다. 그 중 한 군데에는 도독부고지(都督府古趾)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이곳이 바로 8세기부터 12세기까지 500년 동안 큐슈 북부지역을 다스리는 행정 중심지였다.

현재 정청의 남북으로는 주작대로가 펼쳐지고 동서로는 세이쵸도로(政廳通リ)가 이어진다. 우리는 세이쵸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다자이후 텐만구를 찾아간다. 가다 보니 왼쪽으로 불교유적인 가이단인(戒壇院)과 간제온지(觀世音寺)가 보인다.

다자이후 지도
 다자이후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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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단인은 승려들이 계율을 받던 곳으로 우리로 말하면 일종의 율원(律院)이다. 간제온지는 '지쿠시만요(筑紫萬葉)'의 고향이고 '겐지이야기(源氏物語)'의 무대라고 한다. 이들 모두 내려서 볼 수 없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문화유산 답사라는 명분이 퇴색되는 순간이다. 차는 11시 20분 다자이후역 앞에서 우리를 내려준다. 

덧붙이는 글 | 5일 동안 이루어진 문화유산 답사 '대한해협과 현해탄 건너뛰기: 큐슈 북부 답사'는 20회 정도 연재될 예정이다. 이번 회 다자이후(太宰府)부터 진정한 문화유산 답사가 시작된다.



태그:#용두산 공원, #현해탄, #시모노세키, #간몬대교, #다자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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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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