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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출마를 위해 지방의원직을 사퇴한 전직 지방의회 의원들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소송이 경기도 안산에서 처음 제기됐다.

 

안산참여예산네트워크와 안산 지방자치개혁시민연대는 "안산에서 선출된 도의원과 시의원들이 국회의원 출마를 목적으로 지방의원직을 사퇴해, 지방자치법에 명시된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여 그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할 의무'를 저버렸다"며 김석훈·권혁조(이상 도의원)·김교환·박선호(이상 시의원) 등 네 명의 전직 의원들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을 25일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 제출했다.

 

지방의회로부터 의정활동비와 여비 월정수당 등을 지급받는 이들이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 그 책임을 등한시한 것은 명백한 불법이며, 이로 인해 치루게 될 보궐선거로 귀중한 세금마저 손실케 만들었다는 것이다

 

지역주민 309여명이 원고로 참여한 이번 소송은 세금손실에 따른 배상과 중도사퇴로 인해 지역민들의 받았을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로 각각 20만원씩 1인당 40만원, 모두 1억 2360만원을 배상할 것을 요구했다.

 

지방의원직이 총선출마 수단돼서는 안 될것

 

지방의회 의원들의 사퇴는 각 정당의 공천이 시작되면서 여러 곳에서 이어졌고 전국적으로 36명에 이른다. 경기도에서만 17명의 광역기초지방의원들이 총선 출마를 목적으로 의원직을 사퇴해 전체 사퇴의원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한나라당 소속으로 경기도의원의 경우 사퇴자 10명 가운데 무소속 1명을 제외한 9명이 한나라당 소속이다.

 

따라서, 이번 소송은 주민들의 피해에 대한 배상에 더해 이런 의원들의 행태를 막아보려는 목적도 담겨 있다. 지방 의원직이 개인의 정치적 입지를 높이기 위한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25일 소송장 제출에 앞서 안산지원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안산 경실련 김경민 사무국장은 "안산이 다른 지역에 비해 사퇴 의원수가 많고 선거가 끝나면 잊혀지는 경향이 있어 그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히고, "지방의원들이 본연의 책무를 다하지 않은 채 더 좋은 환경으로 나가기 위한 수단으로 의원직을 이용하는 행태는 사라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비슷한 현안이 발생한 각 지역 단체들과 연대해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주민들을 대신해 소송을 진행하게 될 소송 대리인 박준연 변호사는 "궁극적으로 선거법이 개정돼 지방의원직을 팽개친 사람들이 총선 등에 나서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제도적이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이번 소송이 총선에 출마하는 특정 후보들에 대해 유불리로 이용돼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선임비 없이 이번 소송을 맡게 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시민단체들로부터 고발당한 지방의원 중 한 명인 안산시의회 김교환 전 의원은 전화 인터뷰를 통해 "시민과의 약속을 어긴 것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참정권의 자유가 있고, 지방정치인으로서 큰 정치에 대한 욕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사퇴 자체에 대해 말하기 보다는 사퇴 안하는 방법을 제기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시민단체의 뜻을 이해하지만 지역을 사랑한다면 소송에 앞서 지역과 관계없는 인물을 공천하는 정당의 낙하산 공천을 바꾸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지역을 아는 사람이 지역을 대표해야 하는데, 정당의 낙하산식 공천의 지역 정치인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항변했다.

 

지방의원은 "공천을 (지방의원직) 사퇴와 관계없이 해야 한다"며 현행 선거법에 불만을 토로하는 모습도 보였다.   

 

김 전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안산 상록(을) 지역구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했으나 최종 후보군에서 탈락했다. 김 전의원은 "지역 사정도 모르고 연고도 없는 인물들이 중앙에서 내려와 자리를 차지하려 하고 있어 공천 심사위에 재의를 요청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현재 지방의원직을 사퇴하고 안산에서 공천을 신청한 4명중 1차 심사를 통과한 한 사람은 1명 뿐이다.

 

큰 정치에 대한 욕심?...지역주민과 약속도 못 지키면서!

 

그러나 김 전 의원이 해명에 대해 지난 지방선거에 출마한 적이 있는 지역 주민 권영남씨는 "낙하산 공천이니 하는 문제는 소속정당의 구조적인 문제일 뿐이며, 지역의원으로 선출이 된다는 것은 임기 내 지역을 지키겠다는 약속인데 이를 무시하고 개인적인 판단을 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정치인으로서 지방의회 활동이 총선의 발판이 될 수 있으려면 나름대로 의정 활동에 대한 평가와 검증장치가 있어야지, 의원 개개인의 안위를 위한 인위적인 판단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도 "나라를 위해 일하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큰 정치나 작은 정치의 구분은 있을 수 없다"며 "차라리 처음부터 총선을 준비할 일이지 지방의원에 나서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라고 지적하고 "결국 이런 단기적 사고 자체가 지방정치 발전을 요원하게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방의원이나 국회의원이나 각각의 역할이 따로 있는 것인데, 한쪽만을 크게 여기는 것은 지역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큰 물에서 놀고 싶다"는 것이 지방의원들의 항변이고 "지역정치에서의 약속도 못 지키는 사람들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 시민단체의 지적이다. 동상이몽이지만 제도적인 문제의 개선에 대해서 양쪽 다 공감하고 있는 만큼, 지역정치 발전을 위한 제도적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지형 변화에 따라 더 큰 욕심을 위해 지역민들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행태는 한국 지방 정치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태그:#지방의회,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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