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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우리나라 보수주의 본산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 강남 부자동네의 소망교회 출신이라면, 오바마는 시카고 남부 빈민가에 있는 진보적인 삼위일체교회 출신이다. 양자가 조화를 이룰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우리나라와 미국의 엄연한 사회적 정치적 현실이다.

 

오바마는 기본적으로 무신론적 환경에서 자랐지만, 25살 때 시카고 남부에 있는 흑인교회 삼위일체교회(Trinity United Church of Christ)에 입단하였다. 이 교회는 대담하게 희망을 전파하는 예레미아 라이트 주니어라는 흑인 목사가 맡고 있다. 이 교회는 오바마, 오프라 윈프리, 콤몬 등에게 영감을 불어 넣어준 영성으로 유명하다.

 

예레미아 라이트 주니어 목사(약칭 라이트 목사)가 시카고 남쪽에 있는 흑인교회인 이 삼위일체교회에 1972년 처음 부임하였을 때 그는 아프리카인들이 입는 통째로 된 가운 같은 옷을 입고 전투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강성 목사였다.

 

진보적인 성향

 

부임 6년 후 교회 앞 잔디밭에 '남아프리카를 구하자'는 현수막을 걸어 놓고 그 지역 목사들에게도 동참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지만 동조하는 목사는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이 현수막은 만델라 집권으로 아파르트헤이드 운동이 끝날 때까지 걸어두었다.

 

이 현수막은 오바마가 지역사회 운동원으로 시카고에 와서 1985년 이 교회를 방문했을 때도 그대로 걸려 있었다. 당시 오바마는 교회에 다니지 않았었는데 그 후 이 교회를 다니게 되었으며 라이트 목사를 영적인 스승으로 그리고 역할모델로 따르기에 이르렀다.

 

현재 66세인 라이트 목사는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는 실용주의자이다. 그는 시카고 출신이 아니지만 이젠 어엿하게 자리 잡았다. 8500여 명의 신도 가운데 오프라 윈프리, 힙합가수 콤몬 등이 있다. 이 교회는 사회적으로 보수적인 다른 흑인교회들과는 대조를 이루면서 대안을 찾는 사람들 신앙의 요람이 되고 있다.

 

라이트목사는 오바마의 반면교사

 

오바마 역시 무명의 젊은이로 시카고에 왔었다. 민주당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후보로 선출되면서 각광을 받기 시작한 오바마는 사회정의와 공동의 광장을 위한 정치를 역설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그는 민주당원들에게 미국인들의 가슴 속에 살아있는 신앙의 힘을 인정하라고 강조한다.

 

이제 강력한 대통령 후보로 부각되고 있는 오바마는 라이트 목사는 어떤 전략적인 조언을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우선순위를 분명하게 하고 도덕적인 방향을 측정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한다. 오바마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제가 라이트 목사에게 기대하는 것은 그때그때 필요한 정치적 조언이 아닙니다. 그는 내가 가능한 한 내가 믿는 것을 충실하게 이야기하는지, 그리고 전국 차원의 정치에 관여하면서 오는 어떤 과장과 스트레스 때문에 자아를 상실하고는 있지 않는가 하는 것을 확인해 보도록 하는, 마치 의사와 같은 조언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보수적 복음주의 아닌 유연한 신앙인

 

통상 미국에서 흑인과 백인은 일요일이면 꼭 분리되어 신앙생활을 하곤 한다. 그러나 흑인의 음악과 복음성가 등은 강력한 세속화를 구현하여 백인에게도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것이 곧 백인 중에서도 오바마가 지지를 받는 한 이유이기도 하다.

 

오바마는 말콤 X 아닌 마틴 루터 킹 목사를 통해서, 문화적 ‘전쟁’ 아닌 민권운동을 통해서 성장해왔다. 그 후 오바마는 하바드법대 학회보 편집장을 거쳐 성서주의자가 되기에 이르렀으며 특정 교파에 속하지 않고, 근본주의자도 아닌 기독교인이 될 수 있었다.

 

대권도전 선언 직후 오바마는 앨라배마주 셀마 선거권 투쟁지 기념식에 참석하여 60년대 민권운동을 ‘출애굽’을 위한 모세 운동에 비유했다. 약속의 땅에 이르기 위해 강을 건너는 일은 여호수아에게 맡겼다. 오바마는 자신을 여호수아 세대의 지도자임을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

 

2008년 1월 21일, 오바마는 ‘마틴 루터 킹의 날’ 조지아주 애틀란타의 교회(마틴 루터 킹이 직접 설립한 교회)에서 연설하였다. 여기서 그는 여리고성의 성벽을 어떻게 넘어갈 것인가 하고 묻고, 그것은 한두 사람 아닌, 흑백, 유대인과 비유대인, 이슬람과 무신론 등이 모두 함께 소리쳐야 넘어갈 수 있는 것이라고 연설하였다.

덧붙이는 글 | 문성호 / 한국자치경찰연구소 소장


태그:#미미국국대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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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호 기자는 성균관대 정치학박사로서, 전국대학강사노조 사무처장, 국회 경찰정책 보좌관, 한국경찰발전연구학회 초대회장, 런던정치경제대학 법학과 연구교수 등을 역임하였다. <경찰정치학>, <경찰도 파업할 수 있다>, <경찰대학 무엇이 문제인가?>, <삼과 사람> 상하권, <옴부즈맨과 인권> 상하권 등의 저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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