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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내리면서 싹이 튼다는 우수(雨水)가 지났다. 겨우내 잠들었던 개구리들이 나와 햇볕을 쬘 경칩(驚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들녘엔 어느새 봄기운이 완연하다. 봄을 알리려는 전령들도 부산해졌다.

 

가장 먼저 봄이 찾아오는 완도 청산도. 잎을 틔워낸 보리밭에서 금세 파릇파릇 생기가 돈다. 여유 있게 구부러진 돌담길도 긴장의 끈을 놓게 만든다. 봄마중 나온 여행객도 행여나 하는 마음에 옷을 두툼하게 입었지만, 얼어붙었던 마음은 녹아내린 지 오래다.

 

 

전라남도 완도항에서 뱃길로 45분 거리에 위치한 청산도는 늘 가고 싶은 섬이다. 들어가면 또 머물고만 싶은 섬이다. 우리나라 영화 사상 처음으로 관객 100만 명을 훌쩍 넘긴 <서편제>를 촬영한 이후 널리 알려진 청산도는 남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고향 같은 섬이다.

 

산비탈을 일궈 만든 다랑이논과 논바닥에 돌을 깔고 흙을 덮은 구들장논, 돌담 사이로 난 황톳길이 애틋한 그리움을 자극한다. 소를 이용한 쟁기질과 섬 특유의 장례풍습인 초분도 아직까지 남아 있다.

 

 

청산도는 이름 그대로 푸른 섬이다. 바다도 파랗고, 산도 하늘도 파랗다. 어깨에 닿을 듯 말 듯한 돌담과 언덕 너머로 이어지는 구불구불한 마을길도 정겹다. 보리밭으로 출렁거려 하늘과 바다, 섬이 모두 푸른빛으로 물든다.

 

영화 <서편제> 촬영지는 청산도의 으뜸 명소다. 도청항에서 자동차로 10여분쯤 달려 구불구불한 도로를 올라가서 만나는 당리마을 언덕길이 그곳이다. 영화 속에 나왔던 초가집과 돌담길이 그대로다.

 

아들 동호(김규철)의 북장단에 맞춰 유봉(김명곤)과 딸 송화(오정해)가 어깨에 흥을 얹고 진도아리랑을 부르며 지나던 당리 황톳길은 지금도 여전히 예스럽다. 청산도를 생각하면 으레 떠오르는 <서편제>의 한 장면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간다. 귓전에서는 ‘진도아리랑’이 들려오는 것만 같다.

 

인접해 있는 <봄의왈츠> 세트장도 멋스럽다. 예약자에 한해 숙식도 할 수 있다. 밖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깔끔하다. 어지간한 펜션보다도 낫다.

 

 

당리마을과 맞닿은 도락리 마을의 해안가 풍경도 아름답다. 구장리 쪽으로 보이는 층층이 논도 한 폭의 그림 같다. 해질 무렵 석양을 받으니 눈이 부실 정도다.

 

진산리 갯돌밭은 파도가 몰려갈 때마다 우레와 같은 청신한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은빛모래와 백사장을 둘러싼 200년 된 해송 800여 그루가 운치를 더하는 지리해수욕장의 낙조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모두가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청산도를 빛나게 하는 풍경들이다.

 

4월엔 또 청산도 섬 전체가 유채꽃으로 노랗게 물든다. 보리가 익는 5월엔 황금색으로 채색된다. 오래도록 머물고 싶은 섬이다.

 

생선회, 전복죽 등 전통 해물음식도 특별한 맛을 자랑한다. 자연풍광을 소재로 한 영화·드라마 촬영지로 각광받고 있다. 도시민들의 여행지로도 사철 인기를 얻고 있다.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이곳 사람들의 소박하고 유순한 심성은 슬로시티 청산도를 더욱 빛나게 한다. 이래저래 멋진 섬이다.

 

덧붙이는 글 | ☞ 청산도 찾아가는 길

○ 호남고속국도 광산나들목-나주-영암-강진-완도-완도항 여객선터미널
○ 서해안고속국도 목포나들목-영산강하구둑-영암방조제-해남-완도-완도항 여객선터미널

□ 철부도선 운행시간
  ·완도항⇒청산도  오전 8시10분, 11시20분, 오후 2시30분, 5시20분
  ·청산도⇒완도항  오전 6시50분, 9시50분, 오후 1시, 4시
  ·승선요금(편도) : 승객 6250원, 자동차 2만3000원
※ 문의 : 청산농협(☎ 061-552-9388)


태그:#청산도, #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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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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