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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측은 해당 기자에게 정연주 사장의 발언이 감정이 격한 상태에서 나온 취중 발언이었고 거론한 내용도 실제와 다르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사실 관계를 취재하지 않고 기사화했다."

 

<동아일보>의 '정연주 KBS사장 비리 폭로 위협 발언' 보도에 대해 KBS노조가 21일 발표한 성명 내용 중 일부이다.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취재 대상자들의 입장을 파악해야 하는 언론의 기본적인 취재 원칙마저 망각한 것이다."

 

KBS 기자협회와 PD협회·아나운서협회·기술인협회 등 KBS 직능단체가 22일 공동으로 낸 성명 가운데 일부다.

 

노조의 퇴진 요구에 대해 정연주 KBS 사장이 "나를 건드리면 KBS의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위협했다는 <동아일보>의 보도 내용에 대한 KBS 노조와 직능단체들의 잇단 성명들은 한마디로 <동아일보>의 보도가 '기본적인 취재 원칙'도 망각한 무책임한 보도라는 것으로 압축된다. KBS 직능단체들은 경영진들에게 손해배상청구 소송 등 법적 대응을 비롯해 <동아일보>의 보도에 강력하게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기본적인 취재 원칙도 망각한 <동아>

 

<동아일보>는 오늘(25일) 미디어 지면에 다시 보도 경위를 장황하게 설명하면서 자사 보도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동아일보>의 주장은 한 마디로 KBS 기자협회 운영위원회 명의의 '사장퇴진운동' 문건에 적시된 정 사장 발언 내용을 '그대로' 인용 보도했다는 것이다. 'KBS 기자협회 운영위원회가 15일 노조로부터 사장퇴진운동 관련 비대위 개최건과 정 사장의 발언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며 이를 정리해 올린 글'을 KBS 내부 관계자 ‘2명’으로부터 건네받아 확인했다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또 해당 기사를 보도하기 전 KBS 사장 비서실과 홍보실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지만,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는 응답만 들었다면서 기사를 보도하기 이전에 사실 확인을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동아일보>는 그러나 KBS노조가 논란이 된 정연주 사장의 발언이 감정이 격한 상태에서 나온 취중 발언으로 "(KBS 기자협회 운영위원회 명의의 문건이) 거론한 내용도 사실과 다르다"는 노조 관계자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왜 이를 사실인 양 기사를 썼는지 하는 점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KBS기자협회와 PD연합회 등 직능단체들이 공동성명에서 <동아일보>가 "기본적인 취재 원칙도 망각했다"고 비판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경영진 '노 코멘트'에도 불구... KBS 기협 운영위 문건'만' 믿어

 

KBS 직능단체 성명은 논란의 진원지가 된 KBS 정연주 사장과 박승규 노조위원장과의 술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가십거리'라고 했다.

 

그것을 가십거리로 볼 것인지, <동아일보> 처럼 1면에 보도할 만한 '중대사안'으로 볼 것인지는 논란이 있을 수도 있겠다. 분명한 점은 공신력 있는 언론이라면 지극히 보도하기 힘든 '사적 대화'라는 점이다.

 

두 사람의 술자리였던 만큼 두 사람 모두에게 대화 내용을 확인하지 않는 한 보도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 두 사람간의 대화는 별도로 녹음돼 있거나 그러지 않은 이상 전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고, 확인할 수도 없다. 그것도 술자리에서 오간 대화라면 더욱 말할 나위가 없다.

 

<동아일보>가 유일하게 보도의 근거로 삼고 있는 것은 사내 기자 전용 게시판에 오른 KBS 기자협회 운영위원회 명의의 문건이다. 아마도 KBS 노조위원장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또 경영진 쪽의 노코멘트에도 불구하고 <동아일보>가 이를 보도하기로 작정한 것은 다른 곳도 아니고 KBS기자협회 운영위원회가 작성한 문건을 더 믿을 만 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이 당사자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를 보도할만한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당사자들의 명백한 부인이 있었다면 이는 명예훼손 등에 따른 법적 다툼에서 위법성 조각 사유에 해당하지도 않는다.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충분한 사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동아일보>는 'KBS기자협회 운영위원회 명의'의 문건 내용을 확신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이 결정적인 패착이 될 가능성이 크다. <동아일보> 기자로서는 KBS 기자가 작성한 문건 내용을 확신했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실수였음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KBS기자협회 까지도 뒤늦게 사내 기자 전용 게시판에 올린 '사장퇴진운동' 문건에서 정 사장 발언 내용을 삭제했기 때문이다. <동아일보>가 버틸 근거가 사실상 무너진 셈이다. 그런데도 <동아일보>가 보도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는 것은 너무 위태로워 보인다.

 

<동아일보> 기자를 위한 변명을 하자면 기자를 믿은 게 잘못이라고나 할까.


태그:#동아일보, #정연주, #KBS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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