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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처럼 처지가 허전한 입장도 없을 것이다. 국가를 이끌며 최고 권력을 가졌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야인이 되는 처지니, 어쩌면 본인도 혼란스러울지 모른다. 그러나 권력을 가진 입장과 버린 입장의 차이를 슬기롭게 극복하며 남은 인생을 새롭게 개척하는 것이 진정한 지도자로서 현명한 처신이 아니겠는가.

 

지금까지 우리에게 남은 여러 전직들에게선 볼 수 없었지만, 노무현씨 만큼은 대통령을 그만두었다고 해서 자신의 지도자적 운명을 망각하지 말았으면 한다. 대통령에서 물러난 입장이라도 세상 사람들을 위해 건설적으로 고민할 가치는 크다.

 

노무현씨가 현실적으로 국민의 사랑을 잃었던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그에게서 우리는 새로운 전직의 모습을 볼 수 있음이 신선하다. 대통령에서 물러나 고향으로 내려가는 첫 번째 전직이라는 것이 이토록 새롭게 다가온다.

 

대통령에서 퇴임해도 지도자의 운명은 끝나지 않아

 

비록 재임기간의 인기는 미미했다 하더라도 하기에 따라 그는 국민의 사랑을 다시 쟁취할 수 있다. 그런 경우에 있어 세상엔 지미 카터라는 훌륭한 견본도 있다. 대통령 시절엔 국민으로부터 외면받더니 목수로 변신하고 나서야 세계적인 존경을 받는 그다.

 

국민들이 전직 대통령들에게서 가장 보기 싫어하는 것은 식상한 정치행태다. 그렇기에 왕년의 대통령들이 어쩌다가 정치적 훈수 한 마디 하는 것에도 국민들은 눈살을 찌푸린다.

 

봉사활동 같은 가치있고 생산적인 일을 하지 못할 바에야 국민이 그들에게 바라는 것은 차라리 '잠자코 있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전직 대통령들은 고향에 내려가지도 않고 서울에 눌러앉아 있다가 이런저런 발언으로 눈총을 받기 일쑤다.

 

차제에 고향으로 내려가는 첫 번째 전직 대통령인 노무현씨는 '신참 전직'으로서 새로운 전직 대통령의 생활양식을 개발해보길 권고한다. 그 어느 것도 마땅치 않다면 고향 땅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새로운 농촌 계몽운동을 하면 어떨까. 마침 외국과의 FTA로 가장 피해를 보게 되는 이들이 농부들이니 말이다.

 

노무현은 국민에게 빚이 많다

 

따지고 보면 노무현씨처럼 국민들에게 마음의 빚을 진 정치가도 없다. 그만큼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은 극적인 정치적 사건이었다. 미국 일리노이 주에서 출마하여 연방 하원의원을 딱 한번 지낸 이후 지속적인 낙선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가 기적적으로 대통령에 당선 된 링컨의 정치적 발자취와 흡사하다.

 

대통령 출마 공식선언을 하던 2000년 당시 노무현씨의 지지율은 한자리 수였다. 그렇기에 그가 대통령이 되는 것은 고사하고, 민주당 경선에서 대통령 후보가 되는 것조차도 절망적이었다.

 

게다가 여야의 어떤 대통령 후보보다도 그의 정치적 경력은 초라했다. 국회의원 한번 반에(보궐선거에 당선된 두 번째 의원직은 2년밖에 하지 못했다) 장관 한번 한 것이 그의 정치적 경력의 전부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치가들에겐 없었던 열렬한 젊은 팬들이 그에게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개인적 안위를 배제한 채 무모한 정치행위를 서슴지 않는 철없는(?) 정치가에게 감동한 젊은이들이었다. 광주의 번역가 김모씨가 사재를 털어 '바보 노무현, 우리는 그를 믿습니다'라는 신문광고를 내자 노무현씨의 팬은 더욱 거세게 결집되었다.

 

이른바 '노사모'의 급격한 팽창이었다. 거기에 때마침 확산된 인터넷의 효과 역시 그의 편이었다. 세상의 그 어디에서도 예를 찾아 볼 수 없었던 인터넷 선거혁명에 의해 그는 극적으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신명나는 기적의 한 가운데 있던 국민들마저 덩달아 후련했을 정도였다.

 

더구나 그가 야당에 의해 탄핵을 받아 어려움에 처했을 때도 국민들은 총선에서 여당에 의석을 몰아주지 않았던가. 이후에 그의 인기가 떨어진 것이야 물론 당사자의 책임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그가 국민에게 신세를 많이 진 것은 열 입이 있어도 반론을 못할 것이다.

 

봉사적 삶을 사는 전직 대통령이 보고싶다

 

다행히도 다른 전직들과는 다르게 노무현씨는 아직 젊다. 개척하기에 따라 새로운 제 2의 인생을 가꾸기에 충분하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무수하게 배출될 전직 대통령들에게 모범을 보이는 차원에서라도 전직 대통령의 삶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 준다면 의미가 크지 않을까.

 

노무현씨는 자신의 고향에서 가까운 참모들과도 함께 살 모양이니, 토론 좋아하는 그들과 함께 충분히 논의를 한다면 생산적인 삶을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라도 국민에게 진 신세를 역사에 갚아줄 수 있으면 좋겠다.

 

노무현씨를 통해 사회봉사에 열심인 대한민국 전직대통령을 기대해 본다.


태그:#노무현 전 대통령, #봉하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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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 장편소설 (족장 세르멕, 상, 하 전 두권, 새움출판사)의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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