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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왜 책을 읽히려고 하죠? 혹시 어른들은 책을 읽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만 책읽기를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책읽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에 책읽기를 싫어하는 어른들이라도 아이들에게는 책읽기를 권하고 우리 아이만큼은 책을 잘 읽어주기를 바라죠. 그래서 요즘 아이들은 아주 일찍부터 책을 접하게 되는데요, 이때 처음 보게 되는 책이 바로 그림책입니다.”

 

대전 마을어린이도서관협의회 4차 어린이도서관학교에서는 지난 21일(목) 오전 10시, 동구 홍도동 전교조지부 사무실 2층 강당에서 세 번째 강의 주제인 “그램책 세계로 쏘옥 들어가기”가 있었다.

 

박미라(모퉁이어린이도서관장)씨의 강의로 진행되는 두 시간 동안, 아이들은 탁아방에서 안전하고 즐겁게 놀고 엄마들은 강의에 집중했다.

 

요즘은 그림책이 너무 많다. 특히 외국의 그림책이 그렇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그림책이라도 우리 정서에 맞지 않으면 좋은 그림책이라고 할 수 없다. 외국의 그림책에는 그 나라의 문화와 정신이 들어있다. 이 점에서 우리 민족이 가진 아름다운 전통을 논리가 아닌 감성으로 느낄 수 있는 우리 그림책이 중요하다.

 

박미라씨는 그림책의 독자는 어린이인데 왜 어른이 그림책을 읽고 공부를 해야 하는지 물었다. 아이들이 ‘좋은’ 그림책을 만나려면 어른의 도움 없이는 어렵다. 그렇기에 어른이 먼저 그림책을 알아야 하고 어른이 먼저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많은 그림책 중에서 어떤 책이 좋은 그림책일까? 그 전에 어른들이 그림책이 무엇인지 먼저 이해해야 한다. 아이가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를 알고 적합한 책을 쥐어주며 바르게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처음 만나는 그림책. 그림책을 ‘책 가운데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운 책’이라고 말한 아동문학 평론가 화이트 여사는 ‘긴 독서 생활을 통해 읽는 책 가운데 가장 소중한 책이 그림책이며, 아이가 찾아낸 즐거움의 양에 따라 한평생 책을 좋아하게 될지, 싫어하게 될지 결정 될 것’이며 그래서 ‘그림책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책이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그림책이 소중하고 아름다운 책일까? 그건 아마도 아이가 그림책을 만나는 그 시기에 가장 필요한 것이 담긴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책은 아이에게 즐거움을 주고 세상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그 시기에 가질 수 있는 불안과 고통 두려움 등을 이야기하고 해소시키며 자신감을 북돋워주어야 한다. 그림책이 단지 어린시절에 어른이 되기 위한 준비기간만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박미라씨가 꼼꼼하게 준비해온 그림책 중에서 <눈 오는 날>은 주인공으로 처음 흑인이 등장한 ‘에즈라 잭키츠’의 처음 책이다. 콜라주기법으로 표현한 이 책은 내용이 쉽고 아주 자연스럽다. 아이의 표정은 나타나지 않지만, ‘눈 오는 날’ 우리가 경험을 통해 느껴봤던 것을 그대로 드러내며 아이들이 자기와 동일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내가 받아들일 만큼 상상할 수 있게 하고 내 경험으로 그림책의 글이 아이들에게 ‘자기언어화’가 되게 한다.

 

아이들을 만나며 그림책 읽어주기의 중요함을 몸으로 느낀 박미라씨와 모퉁이도서관 자원활동을 하는 엄마들이 전민초등학교 4학년들에게 아침마다 책읽어주기를 한다고 한다. 올해로 4년째 접어든 그림책 읽어주기. 처음 시작했을 때 선생님과 아이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책을 읽는데 떠드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아침 숙제로 바쁜 아이들, 교실을 왔다갔다 하는 아이들로 책을 읽으며 맥이 빠지기도 했는데 해가 거듭될수록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음을 실감한단다.

 

여전히 숙제로 손을 바쁘게 움직이지만 귀를 열어두고 있는 아이들이 어느 대목에서는 책 읽는 엄마와 눈이 마주치는 것이다. 아이들은 점점 책읽어주는 엄마들을 기다리게 되었고 선생님들도 달라진 교실분위기에 그림책 읽어주기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그림책을 읽어주는 특별한 규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읽어주는 사람의 입에 맞아서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좋다. 그러나 그림책을 읽어줄 때 읽어주는 이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은 어린이와 그림책을 만나게 하는 것이지, 읽어주는 어른과 어린이가 만나는 것은 아니다. 즉, 읽어주는 그림책을 설명한다거나 느낌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어쩌면 어른들이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질문을 해야 한다든가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는 생각을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림책을 재미있게 읽어주고 어린이가 즐겁게 본 것만으로도 족하다. 그림책의 역할은 한 줄 밑줄 긋는 어떤 지식이 아니라 그 책과 함께 한 기억들을 떠올리며 힘을 얻는 것이다.      

 

강의를 들으며 언젠가 읽었던 그림책 <그건 내 조끼야>가 생각났다. 엄마가 생쥐에게 정성스럽게 짜준 빨간조끼를 자기보다 더 큰 오리, 원숭이, 말, 코끼리가 번갈아 입어보며 “좀 끼나?”라고 말할 때, 점점 늘어난 조끼를 조마조마하게 바라보는 생쥐 모습이 어찌나 우습고 안쓰럽던지 책장을 넘길 때마다 눈물이 나도록 웃었다. 그리고 어릴 적, 털실로 내 조끼를 짜주던 엄마가 내 마음에 그득하게 들어왔다. 

 

박미라씨는 아이들에게 그림책은 학습도구가 아니며 다른 목적을 위해 그림책을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림책을 읽어주며 너무 많은 것을 원하지 말고, 그림책이 아이들에게 오로지 즐거움이며 기쁨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덧붙이는 글 | sbs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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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가면을 줘보게, 그럼 진실을 말하게 될 테니까. 오스카와일드<거짓의 쇠락>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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