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성장경 MBC 기자(보도제작국 기획취재팀)는 <뉴스후>가 세 번에 걸쳐 일부 대형 교회와 목회자를 비판하는 이유는 "보도해도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토로했다. 성 기자는 이들이 방송에 나온 뒤 좋은 방향으로 변했다면, 굳이 다시 취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지적이 뼈아프겠지만, 오히려 자성의 기회로 삼아달라"고 당부했다.

성 기자는 천주교나 불교보다 유독 개신교를 심하게 비판한다는 지적에 대해 "개신교를 다른 종교와 차별한 적은 없다"면서 "(개신교만 비판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건 교회가 더욱 깨끗해지길 바라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성장경 기자는 한국교회가 지금보다 더 투명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성장경 기자는 한국교회가 지금보다 더 투명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 뉴스앤조이 이승규

관련사진보기


성 기자는 최근 보수 개신교계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대표회장 엄신형 목사)와 한국교회언론회(언론회·대표 박봉상 목사)가 일간지 광고를 통해 'MBC 민영화'를 거론한 부분을 지적하며, "교회가 스스로 정치권력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 사건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취재를 하면서 취재 대상이 된 모든 교회에 반론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응하지 않았다고 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와 금란교회는 서면으로 답변을 보내왔지만, 곽선희 목사 쪽은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아 교회로 직접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기총 등에서 몰래카메라를 사용한 취재 방식을 문제 삼는 데 대한 반론이다.

성 기자는 투명한 재정 운용이나 목회자 세금 납부 문제 등은 교회 내부 일이니까, 건드리지 말라고 하는 주장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그러면 교회도 사회 문제에 개입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며, 교회가 사회에 관심을 보이듯 사회도 교회를 잘 살펴볼 수 있다고 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문제 제기하면 '사탄'... 열린 한국 교회 돼야 한다"

- 취재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취재를 하다보니 상식이 안 통하는 분이 꽤 있었다. 그러나 그런 문제는 그냥 넘어갈 수 있었다. 더 어려웠던 건 우리에게 제보해주신 분을 보호하는 문제였다. 제보자가 알려지면, 그 단체에서 제명이 되거나 왕따가 될 수 있지 않나. 이런 점이 더 어려웠다.

일부 교회는 왜 많은 교인이 우리에게 제보를 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교회에서 문제를 제기하면, 일부 삐딱한 사람들이 제기하는 문제 정도로 치부한다. 그러나 문제가 제기됐을 때 내부에서 진지하게 고민도 하고, 토론도 해 자정능력을 보여주면 우리에게 제보가 안 오지 않나.

일부 목회자들이 왜 천주교나 불교보다 개신교를 심하게 다루냐고 질문한다. 교회가 깨끗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회는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을 사탄이라고 몰아붙이는 경우가 많다. 교회가 이런 부분에서 열려 있으면 좋겠다."

- 보수 개신교계를 대표하는 연합기관인 한기총이 'MBC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시청 거부 운동도 시작한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우리한테는 그런 말씀하지 않더라(웃음). 우리는 한국교회가 건강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보도한 건데, 이렇게 대응을 하니까 안타깝고 실망스럽다. 일간지에 낸 광고에 'MBC 민영화'를 운운하던데, 이건 교회 스스로 자신들이 정치권력과 무관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사건이다."

- 김홍도 목사는 <뉴스후> 보도가 좌파의 보복이라고 한다.
"김홍도 목사의 가치관을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건 MBC 구성원이나 <뉴스후> 제작진 중에 빨갱이는 없다는 사실이다. (웃음) 김 목사가 설교에서 그런 얘기를 한 건 그게 통하기 때문 아닌가. 현실이 안타깝다."

- 한기총 등에서는 <뉴스후> 보도가 '재탕·삼탕'이라고 한다. 또 몰래카메라를 사용한 취재 방식도 문제 삼았는데.
"보도가 나가도 변하지 않으니까, 계속 하는 것이다. 방송에 나온 대형 교회들이 변하면, 우리가 보도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예를 들어보자. 대그룹인 삼성에 문제가 있다. 그러면 언론의 입장에서 당연히 보도해야 하지 않나. 보도 안 하는 게 더 이상하다. 대형 교회도 마찬가지다. 김홍도 목사나 곽선희 목사는 한국교회에서 상징성을 지닌 인물이다.

보도에 나왔던 모든 교회에 공식 취재 요청을 했다. MBC 보도국장 직인이 찍힌 공문을 보내거나, 교회 홍보팀에 정식 인터뷰를 요청했다. 금란교회와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인터뷰 대신 서면으로 답변을 했다. 곽선희 목사 쪽에서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일부에서 몰래카메라 방식의 취재 방법을 문제 삼는데) 곽 목사는 공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해서라도 인터뷰를 해야 했다."

"교회 개혁 원하는 목소리가 다수 되어야"

성장경 기자는 지금도 제작진 앞으로 교회와 관련한 제보가 많이 들어온다며, 사실로 확인될 경우 보도를 하겠다고 말했다.
 성장경 기자는 지금도 제작진 앞으로 교회와 관련한 제보가 많이 들어온다며, 사실로 확인될 경우 보도를 하겠다고 말했다.
ⓒ 뉴스앤조이 이승규

관련사진보기

- 한국교회를 향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취재를 시작할 때부터 교회가 건강해야 나라가 건강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취재를 하다보니, 교인들이 목사를 너무 믿더라. 우리 교회는 안 그렇겠지, 우리 목사님은 괜찮겠지, 이런 생각이 너무 많다. 우리 교회도 문제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번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내가 돈을 벌어서 낸 헌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궁금하지 않나. 한번쯤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교회 분위기상 이런 문제를 제기하기가 쉽지 않겠더라. 제도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인들이 굳이 관심을 갖지 않아도, 재정 운용이 투명하게 될 수 있도록 교회 스스로 제도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올해는 우리 목사님이 깨끗해도, 내년에는 안 그럴 수 있다. 사람이기 때문이다. 교회의 문제를 비판한다고 자신을 공격한다는 생각을 하는 분들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지 말고, 건강한 교회를 만들려는 과정이라고 생각해달라. 교회 내부에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고 해서, 불순하게 생각하지 말고 귀를 기울여달라."

- 취재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목회자의 세금 납부 문제와 교회 재정의 투명화였다. 세금 납부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의무다. 교회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 세금을 면제받는 각종 공익법인들이 재정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이유가 뭔가. 면세를 받지만, 우리가 좋은 일을 하니까, 도와달라는 얘기 아닌가. 교회도 마찬가지다. 불우한 이웃을 돕는 일 등을 하니까, 재정을 공개하고 당당하게 도와달라고 말하면 되지 않나. 오히려 이게 더 전도가 잘 되지 않겠나. 교회가 앞장서서 모범을 보일 때 좋은 일이 생기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자정능력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목회자가 재정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에 대해 교회 안의 문제니까 상관하지 말라고 한다면 밖으로 전도를 할 자격도 없는 것이다. 교회가 사회에 관심을 보이듯이, 사회도 교회를 비판할 수 있다."

- 그럼에도 한국교회에는 아직 희망이 있다고 볼 수 있는 면이 있지 않나.
"(잠시 생각한 뒤) 희망이 있으려면, 몇 가지 전제조건이 있어야 한다. <뉴스후>의 보도를 한국교회 자성의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 비록 소수지만, 교회 내부에서도 교회 개혁을 원하는 목소리가 있는데, 이게 다수가 되어야 한다.

올해 초 한국복음주의협의회에서 옥한흠 목사와 조용기 목사가 말했듯이, 회개를 하려면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 돈을 횡령한 목사가 횡령했다고 하고, 세습한 목사가 세습을 회개하면 한국교회는 반드시 살아날 수 있다. <뉴스후>의 지적이 뼈아플 수 있다. 하지만 이걸 좋은 계기로 삼으면 된다."


태그:#종교인세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교회 개혁을 꿈꾸며 진실을 말하는 언론입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