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삼성 비자금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수사팀이 출범한 지 40일. 특검은 분주하다. 특검 관계자는 "숨 가쁘다"며 40일 간의 소회를 드러내기도 했다.

 

의혹은 날로 커져만 가고 있다. 특검이 추적 중인 차명의심계좌 수는 검찰 특별수사·감찰본부가 인계한 480여개에서 1700여개로 늘어났다. 지금까지 소환된 삼성 전·현직 임원 수도 40여명에 달한다.

 

이 숨 가쁜 현장의 시작을 연 김용철 변호사가 20일 오후 서울 한남동 특검 사무실을 방문했다. 이미 김 변호사는 여러 차례 특검을 방문해 미제출 자료를 제출하는 등 특검 수사에 협조를 하고 있다. 이날도 삼성가의 고가 미술품 의혹과 관련해 삼성그룹과 거래를 맺은 갤러리들과 미술품을 운반한 업체 등이 명시된 자료들을 특검에 제출했다.

 

"삼성SDS 전산망, 삼성물산 '카작무스' 주식 저가매각 의혹 이상한 부분 있다"

 

김 변호사를 만난 기자들은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불거지고 있는 새로운 의혹들에 대해 질문을 쏟아냈다. 김 변호사는 "확실하게 아는 바가 없지만 이상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SDS가 계열사로부터 전산망 비용을 받아내 비자금을 구축했다는 사실은 어제 보도로 알았다. 나도 잘 모르는 것이다. 하지만 삼성SDS는 이건희 회장 일가가 지분을 가지고 있는 비상장사다. 구조본이나 비서실이 회장의 자산을 보호해야 하는 것 아니냐. 오직 한 사람을 위해 있는 조직이니깐. 비자금일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저도 안에 있을 때 여러 번 봤다. 삼성SDS가 달라고 하면 무조건 줘야 한다."

 

김 변호사는 "예를 들어 삼성코닝 정밀유리 같은 비상장사의 경우 제가 있을 때 매출이익률이 120%였다"며 "삼성전자 매출이익률이 3%~7% 정도인데 비해 비상장사, 특히 자기들이 지분을 갖고 있는 것은 매출이익률이 엄청 높다"고 말했다. 또 "부가 부당하게 이전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경제개혁연대가 이날 오후 수사 요청한 '카작무스' 주식 저가 매각 사건에 관해서도 "삼성물산이 카작무스의 동광(銅鑛)을 굉장히 성공적으로 경영했는데 왜 그렇게 대형 손실을 봐 가면서 철수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제가 있을 때 경험상 중국 본사에 TV를 팔았는데 유통회사가 국영이라 외상으로 팔았다가 돈을 못 받아 배손이 3천억 쯤 생겼다. 그 책임을 물어 중국 회사 부회장부터 과장 이상 전부 날렸다. 그런 것에 비춰봤을 때 전부 날라가야 하는데 전부 책임지지 않았다. 삼성이 엄정하게 책임을 묻는다. 수조원 손실을 봤는데 책임지는 이가 없다는 것은 좀 이상하다."

 

"반성은 저 혼자 한 것 같다"

 

김 변호사는 특검 수사에 대한 삼성의 태도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했다. 김 변호사는 "교통사고 피의자도 5년 이하의 징역을 받는데 이 사건은 위증 혐의까지 있는 대형범죄"라며 "실질적인 수사기간이 반이 넘어가고 있는데 전무후무할 이 부패사건에서 지금까지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 반성은 저 혼자 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기자들이 특검을 채근하는 것도 있어야겠지만 진짜로 범죄를 저지른 자들에 대한 엄한 추궁이 있어야 하지 않겠냐"며 특검 수사를 흔드는 일부 언론들에 대해서도 한 마디 했다.

 

"어제 피 튀기는 기사를 하나 봤다. 기업을 잡아서는 안 되고, 반도체 세계 장악력이 떨어지고 특검은 빨리 수사를 끝내야 하고 하는 내용이었다. 보는데 어지럽더라. 이게 도둑질을 요령껏 도와주라는 이야기인지…"

 

특검의 수사와 관련해서는 "비자금 수사가 많이 진행되는 것 같다. 내가 알기로는 특검이 추적 중인 계좌 명의인이 3000여명으로 알고 있다"며 "조 단위 액수의 비자금 규모가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1인당  30억이면 10조고 1인당 50억이면 15조다. 퇴사한 지 3년 된 저한테, 믿을 수도 없는 놈한테 52억인가 있었지 않나. 사장단, 회장단은 100억대도, 1000억대도 있을 것이고… 추정이지만 최소 10조는 안 넘겠나 싶다. 하지만 이렇게 액수가 나오더라도 법리적으로 복잡한 문제가 많다. 갈 길이 멀다"

 

아직 별 다른 진척 상황을 보이지 않는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에 대해서도 "옛날에 나도 조사해봤지만 지금보다 수사 여건이 좋을 때도 수사하기 힘들었다"며 "아마 특검이 수사 방법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저로서는 안에서 고생하는 사람들 안 됐다 싶으면서도 조금 미진하기도 하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태그:#삼성 특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