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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취임식과 이명박 정부 출범을 앞두고 바라는 8가지를 적어보련다. 

  

평소 내가 이명박 당선인에 대한 대립각이 강하다는 평이니 비판만 하리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명박 서울시장 재임시절부터 지금까지 내가 여러 비판을 해왔던 것은 정책과 사업에 대한 비판이었을 뿐이며, 새 5년 시작 즈음에 최대의 축복을 보내고 싶다. 이명박 당선인의 가치관과 나의 가치관이 워낙 다르니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영양가 높은 의견은 원래 비판 의견자로부터 나온다하지 않는가? 

 

이명박 대통령은 역대 최대 표차로 당선되었지만, 출범 전 현재 상황은 인수위 활동에 대한 국민 지지율이 50%대, 당선인에 대한 지지율이 60%대로 떨어져 역대 취임식 전후 지지율이 90% 내외를 오르내리던 것과 너무 다르다. 정부조직개편 추진과정에서의 정치력에 대한 의구심, 조각 인선에 관련된 잡음 등, 출범하기도 전에 기대조차 꺼지는 기미가 보여 다소 당혹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당선인은 여러 모로 유리한 상황에 있다. 지지세력, 응원세력의 '쪽수'가 많은 '다수파'려니와, 사회에서 한 자리 하고 상대적으로 영향력 높은 계층의 지지를 받는 '주류파'고, 이른바 호의적 주류 언론의 '조심조심 떠받들기'도 튼튼하게 받쳐주고 있다.

 

지난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의 소수파, 비 주류파 대통령과는 전혀 다른 여건이다. 잘만 하면 아주 근사한 대통령으로, 신뢰도 높은 이명박 정부가 될 수 있는 호조건이 갖추어져 있는 것이다. 

 

취임 이후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 꼭 허니문 기간 동안만이 아니라, 최대한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얘기만 하고 싶다. 지난 5년 동안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행해진 온갖 조롱과 험담과 악다구니, 특히 '뭐든지 노무현 땜에'라는 식의 치졸한 현상이 퍼지지 않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국민들, 지식인들, 찬반 언론들, 특히 국회의원들은 여야 할 것 없이 '대한민국 대통령직'에 대한 존중을 표하기를 바란다.

 

물론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는 비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특히 '사전 비판'이 더욱 중요하다. 이번 숭례문 전소 사건에서 보듯 우리 사회의 기본이 아직 튼튼치 못함을 우리 모두 알고 있으며, 우리 사회에서 일단 문제가 발생하면 모든 것을 '정부 탓, 대통령 탓'으로 돌리는 성향이 크기 때문이다. 자칫 그동안의 반사이익이 통째로 불이익으로 변할 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8가지를 짚어보자.  

 

1. '이명박 정부 최대의 적은 이명박 자신' 경계령

 

'대통령제, 특히 단임제 대통령제'에서는 어쩔 수 없이, 그 정부 최대의 적은 그 정부의 대표인 대통령이다. 아이러니다. '인사권, 추천권, 결정권, 거부권' 등 무한 권력을 가진 대통령은 그와 함께 무한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강한 대통령일수록, 의견 강하고 추진력 강한 대통령일수록 그 위험은 더 커진다. 대통령이 고집하면, 당연하게도 또 불행하게도, 정부는 따라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관건은 피임명직이 얼마나 공동운명체적 시각을 유지하느냐, 얼마나 대승적 국정운영 시각을 견지하고 자율적인 참모 역할을 하느냐에 달려있다. 그런데, 과연 그렇게 될 수 있을 지는 또 대통령에게 달려있다. 대통령의 성찰, 팀워크, 열린 청취와 그에 합당한 사고와 행동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최고의 리더이자 최대의 적인 대통령이라는 존재, 경계해야 마땅하다.

 

2 '말, 말, 말'에 대한 경계령 

 

이명박 당선인의 어법은 구체적 현장성을 갖고 있다. 귀에 쏙 들어오고 이해하기 쉽다. 현장의 CEO, 특히 거칠고 적나라한 개발 건설 현장을 거친 덕분이다. 하지만 이미 많은 설화를 만들었고, '즉흥적 발언, 배려심 부족'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지적된 바 있다. '말로 상처 만들지 말라',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것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대통령의 말'은 언제나 무겁고 또 무섭다. 대통령의 말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다양하게 해석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먼저 결론에 골인하고 해답을 제시하면 빨리 돌아갈 것 같지만 곧 삐걱댄다. 대통령은 목표와 성과 지표에 대한 명쾌한 주문을 하되 수단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것이 좋은 리더십의 본질이기도 하다. '리더가 먼저 단정하지 말라, 리더가 먼저 해결책을 제시하지 말라, 리더가 먼저 해석하지 말라, 리더가 먼저 결정하지 말라' 등. 이명박 정부는 소통의 핵심인 '말'의 중요성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구성원 모두 지켜야 할 '소통 원칙'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3. '추진 강박증'에 대한 경계령

 

나는 그동안 '성공 강박증, 영웅 강박증, 실적 강박증, 성과 강박증, 속도 강박증' 같은 말로 정치인 이명박의 행동 심리를 분석하곤 했는데, '아마 대통령이 되면 달라지지 않을까' 라는 말도 곁들였었다. 이제 대통령이 되었으니 이제 좀 강박증에서 벗어날 여유를 기대하고 싶다. 길게 내다보고, 깊게 생각하고, 기본에 충실하고, 원칙에 충실하기를 기대한다. 

단임 대통령제는 '이번 밖에 없다'는 압력에 시달리는 구조다. 벌써 '월별, 분기별 목표치를 내고 내각을 정기적으로 평가하겠다, 시간을 분초로 나누어 계획을 세우라' 등의 발언이 나오는데 '느슨해지지 말라'는 독려는 이해되지만 '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것도 기억하자. '빗나간 추진력'은 훨씬 더 무섭다. 이명박 정부의 사람들이 대통령의 추진 강박증에 맞추려다 보면 수없는 불협화음, 수많은 갈등, 무서운 시행착오가 날 수 있다. 

 

포커 게임에서 정치인을 이기기란 무척 쉽다는 말이 있다. 정치인은 '바로 지금, 바로 이 자리에서(right here, right now)' 이기고 싶어 하기 때문이란다. 최고의 위치, 무한 책임의 위치에서 이제 좀 더 길게 보면 좋겠다.   

 

4. '프로젝트'에 대한 경계령... 정책과 사업을 구별하라!

 

국정 운영의 핵심 수단은 정책이지 사업이 아니다. 국가는 기업과 다르고 시 정부와 다르다. 기업은 사업에 대한 '수주'와 '영업 실적'을 챙겨야 하고, 시 정부는 공간 바꾸기, 공간 만들기 등 가시적인 사업을 강조할 수 있지만, 중앙 정부는 사업이 아니라 정책을 챙겨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벌써부터 너무 프로젝트를 강조해서 좀 불안하다. '대운하, 영어 몰입교육, 대통령 프로젝트, 지분형 주택 등' 너무 많은 사업들이 전면에 등장해 있다. 정책적 목표를 실현하는 데는 다양한 사업들이 가능한데, 그 대안에 대한 사려 깊은 분석과 정책적 목표에 대한 철학 제시 보다는 사업들이 앞선다.

 

이명박 정부 운영의 초기에 정책적 목표와 수단적 프로젝트를 구별하고 진중하게 효과를 분석하고, 여러 대안들을 분석하는 태도를 기대한다. 대통령이 사업을 지나치게 중시하면, 정부의 모든 공직자들, 하물며 기업들까지도 사업 위주로 돌아가게 만든다. 사업 제안의 성공률, 사업 성공의 추진률에만 매달리게 된다. 정부 책임자들이 마치 단기 실적에 연연하게 되는 기업의 전문경영인처럼 될 수 있는 것이다. 국가로서는 자칫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정부는 지혜로운 머리이고 튼튼한 허리다. 손발이 되어서는 안 된다.  

 

5. 'ABC'에 대한  경계령

 

8년 전 부시 대통령이 전임 클린턴 정부의 모든 것을 부정했던 것이 이른바 'ABC(Anything But Clinton)' 현상이었음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그렇게 해서 부시 시절 수많은 위기가 커지고, 미국의 도덕적 자존심이 무너졌고, 부시는 역대 최악의 대통령으로 기록될지도 모를 상황에 처했다.

 

10년만의 정권 교체이니 많이 바꾸고 싶을 것이다. 가치관이 다르니 더 '변화'를 외치게 되고, '친 기업적, 친 미국적, 시장 중심적, 대 부처 정부, 경쟁 촉진' 등 더 많이 바꾸고 싶을 것이다. 자칫 참여정부의 정책 기조 중 꼭 안착시켜야 할 부분도 많다는 것에 대해서 눈감고 싶을 수 있다. 바라건대, 이름을 어떻게 바꾸든 이명박 정부의 실적으로 바꾸든 개의치 않겠지만, 지켜야 할 정책 기조에 대해서 적극적인 검토를 해 주기 바란다.   

 

'부동산 정책 기조, 지방 균형발전 정책 기조'는 대표적이다. 이름을 어떻게 바꾸든 기조는 지켜져야 하고 또 지켜질 것으로 나는 예측한다. '남북 평화 정책 기조'에 대해서는 아무리 각론을 바꾸더라도 총론적 기조에 대한 원칙은 지켜졌으면 좋겠다. 솔직히 내 마음 속에서는 '교육정책 기조, 의료보험 등 복지정책 기조' 유지도 기대하고 싶지만, 이명박 정부의 가치관에 기대해 보련다.

 

6. '정치력 경시'에 대한 경계령

 

이명박 당선인이 자주 한 발언이 '여의도 정치에서 벗어나자'인데 공감하는 국민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서는 그 이상으로 '지역주의 정치에서 벗어나자, 보여주는 정치에서 벗어나자, 대결하는 정치에서 벗어나자'는 발언도 자주 나왔으면 좋겠다.

 

이명박 대통령과 이명박 정부의 '정치력'을 기대한다. 한마디로 하면, 밀어붙이지 말고 과속하지 말라는 뜻이다. 정치 과정에서 답답하고 짜증나기도 하겠지만, 반대자와 소수자, 비판자들을 설득하고 타협하라는 것이다. 

 

정치란 무엇인가? '자원의 지혜로운 배분, 갈등의 조정, 소수자와 약자의 보호, 지속가능한 시스템의 안착, 더 좋은 가치관의 공유 기반 넓히기' 아닌가. 이명박 정부 시대에 대립과 표 대결이 아니라 소통과 교류와 토론과 타협을 통해 공감대를 넓히는 정치력을 기대한다. 정치력은 대통령의 가장 큰 덕목이 아닐 수 없다.  

 

7. '평화 당연시'에 대한 경계령

 

지난 10년 동안의 남북정책에 대한 어떤 비판이 있든 간에, 10년 전에 비해서 남북평화를 당연하게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진전을 이루었다고 과감하게 인정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때로 북한의 태도에 답답하고 자존심 상한 적도 많지만 그래도 남북 평화에 대한 기대는 높아졌다. 우리 국민들 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부는 이런 '국민의 평화 당연시, 세계의 남북 평화 당연시'를 유지할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과제다. '통일은 없다'라는 태도, '남의 경제력 절대 우위, 군사력 절대 우위'라는 시각으로 평화가 당연히 유지되지는 않을 것이다. 평화를 당연시 여길 수 있으려면, 정성이 필요하고 상대의 입장에서 본 역지사지도 필요하고, 물론 '평화 비용'도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국민들이 평화를 당연시 할 수 있으려면, 이명박 정부로서는 평화를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 '평화 위기'를 자초하지 않기를 바란다.    

 

8. '양극화 고착'에 대한 경계령

 

'경제만 잘되면 돼!'라는 말은 사실 알맹이 없는 말이다. 경제가 문제가 아니라 민생, 일자리, 민생경제, 성장동력이 문제인 것이다. 거시경제지표는 견실하면서도 국민체감경제는 떨어지는 구조적 양극화가 자칫하면 이명박 정부 기간 동안 심화되고 고착될까 걱정이다.

 

산업을 일으켜도, 경제성장률이 높아져도, 일자리는 안 늘고 국민고통지수는 커지고, 특히 중저소득층의 고통지수는 커지는 이 구조적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세계경제가 둔화되고, 미국 경제가 위기에 처하고, 오일가는 올라가고, 부동산 거품은 꺼질지 모르는 등, 아주 어려운 때다. 이명박 정부의 슬기로운 정책 과제 설정을 기대한다. 이명박 정부의 시대적 과제는 '단순한 경제 살리기'보다 훨씬 더 큰 것이다.

 

이렇게 8가지 경계령을 쓰고 보니, 이명박 정부의 앞날이 아주 밝게 느껴진다. 기대도 크게 하고 싶다. 시대정신을 파악하고 시대적 과제에 집중하고, 국력을 집중하고, 국민통합의 힘이 얹혀져서 우리나라가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것을 기대하게 된다. 국정 철학은 무척 중요하다. 아무리 물신이 지배하는 사회이지만, 그 바탕에는 우리의 철학이 깔려 있어야 지속가능한 국가 발전이 이루어진다.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진정으로 바란다. 국민의 행복과 우리나라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진애 블로그(www.jkspace.net)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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