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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턴 자유시간입니다. 마음껏 돌아다니고 오세요."

14일 오전, 베를린에서 하룻밤(박씨네 여관)을 보낸 원정대는 두 팀으로 나뉘었다. 한 팀은 오전 영화를 보고, 오후 관광을 하는 그룹, 다른 한 팀은 하루 종일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그룹이다. 물론 자유 관광은 가이드가 없다. '독고다이'(나 홀로)로 외롭게 베를린 거리를 헤매야 한다. 게다가 말도 잘 안 통하는 독일 한복판이다. 그나마 조금 내뱉을 수 있는 영어, 독일 사람은 모르는 이가 상당하다.

그렇다고 이 멀리까지 와서 포기할쏘냐. 보다 살아있는 체험을 위해 후자를 택했다. 무엇보다 '타블로'와 '방콕맨'이 함께 해 든든했다. 오전 9시 30분쯤, '별똥대' 셋은 버스를 타고 다른 일행과 20여 분 떨어진 우라니아 광장 앞에서 내렸다.

제58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린 복합영화관 '베를리날레 팔라스트'(Berlinale palast) 앞 전경.
 제58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린 복합영화관 '베를리날레 팔라스트'(Berlinale palast) 앞 전경.
ⓒ 베를린영화제원정대 '타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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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잠깐. 영화를 보기 전 원정대 모두는 간단한 비디오 촬영을 했다. 원정대 활동을 모은 오프닝 동영상을 찍기 위해서다. 덕분에 베를린에 왔기에, 찍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장소였다. 제58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린 바로 그곳, 복합영화관 '베를리날레 팔라스트'(Berlinale palast)앞이다.

붉은 카펫이 깔린 곳 바로 앞에는 한 방송사가 설치한 특별부스가 설치돼 있었다. 안에선 인터뷰가 한창인 듯했다. 한 여배우가 위아래로 손을 크게 움직였고, 그 장면은 생방송으로 바로 뒤 커다란 전광판에 비춰졌다.

바로! 바로 그곳에서, 원정대 촬영도 시작됐다. 극장을 뒤로 해 원정대 모두가 한 줄로 섰다. "유럽여행완전정복 베를린 영화제를 정복하라"라고 적인 하얀색 모자가 달린 옷을 갖춰 입은 채였다. 앞에는 자랑스러운(?) 현수막도 내걸었다.

여기서 다음 지원자를 위한 팁 하나. 원정대 일정 중간 중간 이런 종류의 촬영은 계속 있다. 이때 괜히 부끄럼타고 혼자만 뺐다가는 왕따 당하기 십상이다. 이왕 하는 거, 보다 적극적으로, 멋지게 하자는 자세를 갖는 게 마음 편하다. 내성적인 성격인 사람들도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외국에 가면 "알아보는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없던 용기도 불끈불끈 솟는다.

베를린영화제원정대원 10명이 14일 오전 복합영화관 '베를리날레 팔라스트'(Berlinale palast)앞에서 "파이팅"을 외치며 점프하고 있다.
 베를린영화제원정대원 10명이 14일 오전 복합영화관 '베를리날레 팔라스트'(Berlinale palast)앞에서 "파이팅"을 외치며 점프하고 있다.
ⓒ 베를린영화제원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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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촬영이 시작됐다. "베를린원정대 파이팅!! 아자아자!!" 6mm 비디오카메라를 든 한진관광 이창성 대리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옆에선 CGV 김일진 과장이 DSLR을 들고 사정없이 플래시를 터뜨렸다. "자~ 거기 좀 웃어요! 추우니까 한 번에 가요, 쟤네가 쳐다보든 말든 '알게 뭐야~' 오케이?" 미디어 다음 문주원 과장이 곁에서 흥을 돋웠다. 처음엔 좀 부끄럼을 탔지만, 원정대 모두 체념한 듯 과감히 몸을 던졌다. 깔깔거리는 웃음소리에 촬영장 주변은 순식간에 시끌벅적해졌다.

이 모습이 신기했는지, 곁에서 카메라를 든 외국인들이 한두 명 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외국 언론사 기자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원정대는 이미 '후끈 모드'. 부끄러움은 안드로메다로 내던진 뒤였다. 모르는 카메라가 다가와도 되레 방긋 웃으며 들이댔다. 누군가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근처에 있던 한 방송사 카메라가 이 모습을 담았다고 했다. 믿거나 말거나.

자, 다시 '별똥대' 얘기다. 우라니아(urania) 광장에서 우릴 반긴 것은 엄청나게 큰 둥근 쇳덩이였다. 그 유명한 프랑스 출신 '개념미술가' 베르나르 브네(67)의 작품이다. 규모가 정말 엄청나다. 말 보다는 직접 보는 게 낫다. 이게 바로 그것이다.

베를린 '우라니아'(urania) 광장 앞에 프랑스 출신 '베르나르 브네'의 작품이 설치돼 있다.
 베를린 '우라니아'(urania) 광장 앞에 프랑스 출신 '베르나르 브네'의 작품이 설치돼 있다.
ⓒ 이승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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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바로 우라니아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이곳에선 낮 12시 정각부터 일본 영화 <가베>(감독 야마다 요지·원제 Kabei - Our Mother)'를 상영한다. 사전에 표를 구하지 못해 현장 구매를 하기로 했다. 규정에 따르면 상영 1시간 전부터 현장에서 표를 살 수는 있지만,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장담은 못한다고 이곳 가이드(김경흡)는 말했다.

오전 11시쯤, 근처를 둘러본 뒤에 허겁지겁 극장에 들어왔다. 불과 5분여 늦었을 뿐인데, 매표소 앞에는 기다리는 줄이 20여m 넘게 이어져있었다. 덜컥 겁이 났다. '이거, 독일까지 와서 영화도 못 보는 거 아냐?' 창구 두 곳에서 매표는 이뤄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속도는 느려졌다. 그럴수록 표가 동이 나지 않을까 애가 탔다. 앞에선 표를 산 일본인 아줌마들이 "요깟따(よかった·다행이다) 요깟따~!"라며 폴짝폴짝 뛰었다. 20여 분 뒤, 드디어 우리 차례.

"Kabei, twelve o'clock, please." 떨리는 마음으로 천천히 입을 뗐다. 컴퓨터로 이것저것 뒤져보는 듯하더니, "okay, 16 euro"라고 창구 직원은 말했다. 다행히, 영화제 중반쯤이라 한꺼번에 사람이 몰리지 않았다. <가베>는 영화표 가격이 1장 당 8유로(euro). 한국 돈(1euro=1400원)으로 1만1200원 정도다. 국내영화제에 비해서 다소 요금이 비싸다. 자세한 얘기는 다음에 따로 다룰 테니, 여기까지만. 어쨌든 '별똥대' 첫 미션은 성공했다. 우리들의 베를린 탐험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다음 편에 계속)

덧붙이는 글 | '베를린영화제원정대'는 지난 12일 독일로 출국, 다음 블로그를 통해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를린 영화제의 다양한 소식을 전하고 있다. 원정대는 미디어 다음(daum)과 CGV, 한진관광이 공동으로 후원한다.

이기사는 블로그(http://blog.daum.net/erowa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여기는 베를린, #베를린영화제원정대, #우라니아, #베르나르 브네, #가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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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있어도 말을 못하는 내가 밉습니다. 화가 나도 속으로만 삭여야 하는 내가 너무나 바보 같습니다. 돈이, 백이, 직장이 뭔데, 사람을 이리 비참하게 만드는 지 정말 화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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