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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한국에서 외국인을 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많은 언론에서 이미 보도한 것처럼, 주한 외국인의 수가 백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주변에 외국인이 있다면 이 사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 번 물어 보세요. 아마도 웃을 겁니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무슨 신기한 사실이나 되는 듯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변한 것은 별로 없습니다. 외국인에 대한 한국인의 생각은 개방되어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딱딱해지고 좁아지는 것만 같습니다. 생각해보세요. 한국에 온 외국인들의 수가 많아질수록 언론에 나오는 외국인의 모습이 다양해지는 것 같나요?

 

신문을 읽다보면 '외국인 영어강사 마약 복용'이나 '미군이 택시기사 폭행' 등과 같은 뉴스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또는, 과장된 억양의 '외국 남성과 교제하는 한국 여성'처럼 누가 누구와 연애하는지-사실은 사생활인데- 따지는 기사들도 많습니다.

 

1990년대부터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경제력 또한 상승했고 한국에 오고 싶어하는 외국인들이 많아진 것도 사실입니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한국에 온 외국인들의 전반적인 수준 또한 비슷하게 올라가지 않았나 싶습니다.

 

변호할 기회는커녕 대화할 기회조차 없는 외국인들

 

사실 제가 한국에 처음 온 1994년만 해도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일본처럼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따라서 많은 외국인들은 한국보다는 일본을 더 가고 싶어 했습니다.

 

그 당시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외국인은 네 가지 부류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한국에 관심이 있는 사람, 선교사이거나 평화봉사단과 같은 프로그램으로 한국에 온 사람, 재미교포, 그리고 일본에서 직업을 구할 수 없어 한국에 온 사람. 당시만 해도 일본에서는 한국보다 3배 이상 많은 돈을 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의 한국은 그렇지 않습니다. 영어 강사를 하려고 한국에 오는 외국인들은 주로 일반적인-그리고 정상적인- 대학의 졸업생이 많고, 또 다양한 목적이나 직업을 가지고 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제 주변만 보더라도 예술분야 종사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자신의 첫 소설을 쓰기 위해 한국에 온 분도 있고 인생에 대해 생각할 휴식기가 필요해 온 시인도 있습니다. 2년 안에 3개의 영화대본을 쓰겠다는 계획을 세운 내 친구도 이곳에 있습니다. 영화학교를 막 마친 그는 뉴욕에선 뭔가를 쓸만한 여유라고는 전혀 없이, 적은 임금을 받으며 일에 혹사당해야 하지만 이곳에서는 더 많은 시간을 가지면서도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그의 직업은 '영어 교사'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그의 전부는 아닙니다.

 

저는 한국의 국가정체성에 관한 박사학위 논문을 쓰기 위해 왔습니다. 그러나 애초 계획했던 목표에서 벗어나 거리 사진가가 되고 싶었던 꿈을 좇아 움직였으며, 지금은 새로운 미디어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런데 웃기는 사실은 기존 언론에서 보여주는 외국인에 대한 고정관념이 10여 년 전보다 더 부정적이라는 것입니다. 주한 외국인이 지금보다 훨씬 적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하지도 못했고 수준이 높지도 않았던 과거와 비교했을 때 말입니다.

 

외국인 사회의 수준이 과거보다 더 나아졌다면 왜 부정적인 모습들만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까요? 왜 언론에서는 자기 나라에서 마리화나를 우편으로 보내오거나 가짜 학위를 가지고 다니는 혹은 한국인 여성과 사귀는 명백한 범죄(?)를 저지르는 바보 같은 몇몇 영어교사의 사례만을 강조하기 좋아할까요?

 

한국 사회에 여러 문제가 있고 그 가운데 외국인이 관련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외국인은 기존의 언론매체에서 목소리를 내기 어렵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외국인)는 훨씬 더 큰 사회 문제를 대신해 매를 맞는 소년(whipping boy)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우리를 변호할 기회는커녕 심지어는 대화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은 '우리에 대해' 말하지만 '우리에게' 말하지는 않습니다.

 

한국은 오래 전부터 스스로 '세계화'된 사회라고 칭했지만, 권위적 지배와 위압적인 검열로부터 자유를 얻고 실질적으로 바깥세상과 상호 교류하기 시작한 것은 정말 최근입니다. 그러나 저는 여전히 한국의 기존 언론에서 보여주는 모습에 실망하곤 합니다.

 

기존 언론 매체에서는 제가 길에서 마주치거나, 제 카메라를 통해서 볼 수 있는 다양하고 매력적인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불행히도 그 곳에 비치는 외국인은 진정한 개인의 자질보다는 우스꽝스러운 춤이나 노래로 희화화된 사람들뿐입니다.

 

한국인과 외국인 사이를 막는 장벽을 허물기 위해

 

21세기 시민으로서 한국에 사는 우리는 비록 국적이나 이메일 주소 또는 신용카드와 휴대전화의 종류가 다르다 할지라도, 한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점에서는 같지 않을까 싶습니다.

 

외국인들도 한국인처럼 모두 일하고, 세금을 내고, 버스를 타며, 때로는 포장마차에서 먹기도 하고 지하철에서 졸기도 합니다. 또 매연을 싫어하고 기다리는 걸 싫어하며 멀리서 뛰어오는 아줌마들의 팔꿈치에 맞는 걸 싫어합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박사학위 논문 마무리를 미루고 새로운 미디어에 관한 일을 하는 이유이자, 이 글과 같은 칼럼을 쓰고, 한국인과 외국인 사이를 가로막는 장벽을 허물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입니다. 또 이러한 이유로 인해 제 글이 <오마이뉴스>와 같이 독특한 매체에 잘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시민기자로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의 주류 언론들에 의해 무시되기 일쑤지만 주변의 다른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돌려주고 싶습니다. 이것이 제가 한국에 대해 사진을 찍고, 영상을 만들고,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입니다.

 

이 연재를 통해 저는 여러분에게 새로운 얼굴과 목소리와 생각을 보여줄 수 있기를 희망하고, 여러분은 제 글을 통해 나누어질 많은 이야기들에 대해 마음 문을 열어주시기를 기대합니다.

 

(* 번역-조명신)

덧붙이는 글 | 마이클 허트 기자는 1994년 미국 브라운대를 졸업한 후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고 한국에 처음 와 제주도의 한 중학교에서 영어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후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원에서 인류학으로 박사과정을 밟았으며 2002년 학위논문 연구를 위해 한국에 다시 왔다. 현재는 '폭탄영어'(www.bombenglish.com)를 비롯한 몇 개의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태그:#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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