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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늦은 밤, 화재가 발생된 숭례문에 2층 누각에서 소방대원들이 진화를 하고 있다.
 10일 늦은 밤, 화재가 발생된 숭례문에 2층 누각에서 소방대원들이 진화를 하고 있다.
ⓒ 윤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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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얘기다."

숭례문 화재에 대한 초동 대처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에 대해 한 서울소방재난본부 관계자가 내뱉은 말이다. 그는 그러면서도 "국민에게 책임 공방으로 비춰질까 언론 대응을 안 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소방재난본부 홍보기획팀에는 함구령이 내려진 상황이다. 정정기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은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다.

그런 그가 14일 밤 문화방송 <100분 토론>에 나와 "국보 1호 숭례문을 화마로부터 지켜내지 못한 죄인으로서 할 말이 없다, 죄송하다"며 여러 차례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도 "소방관들이 화재 진압에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화재 진압을 맡았던 소방관들 역시 "숭례문 전소 책임에는 통감한다, 하지만 최선을 다했다"며 다소 억울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소방관들 "숭례문 화재 책임 통감... 하지만 최선을 다했다"

10일 늦은 밤, 화재가 발생된 숭례문 휘호가 떨어져 나가고 있다.
 10일 늦은 밤, 화재가 발생된 숭례문 휘호가 떨어져 나가고 있다.
ⓒ 윤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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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부소방서의 한 소방관은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가 안 좋아서 국민에게 송구스럽다"면서 "숭례문이 불탔을 때 누구보다 마음이 아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초기 진압이 실패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억울하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소방서의 한 관계자는 "화재 현장과 같이 급박한 상황에서는 불을 끄는 데 지체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초동 대처가 늦었다는 지적과 관련 정 본부장은 <100분 토론>에서 입장을 밝혔다. 그에 따르면, 10일 저녁 8시 47분께 숭례문에 불이 난 이후, 3분 뒤인 8시 50분에 신고를 받고 3~4분 만에 출동했다. 하지만 발화지점에 첫 방수를 한 것은 7분 가량이 더 흐른 시각이었다.

이에 대해 정 본부장은 "숭례문 광장 턱 때문에 소방차가 접근하지 못해 30m이상 호스를 연결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숭례문으로 올라 적극적으로 방화를 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정 본부장은 "기와를 떨어뜨렸지만, 그 안에는 콘크리트와 같은 강회가 있어서 도저히 뚫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숭례문 등 문화재 화재 진압 등을 위해 문화재청에서 만든 '문화재 재난 위기 대응 실무 매뉴얼'의 내용이 너무 추상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NSC, 문화재청 등에서 만든 매뉴얼에는 소방 당국에서 참여하지 않았다"며 "소화기 사용법 정도만 적혀 있다"고 밝혔다.

일반 상가 건물보다 나을 게 없는 숭례문의 소방 설비

숭례문 방화사건 피의자 채모씨에 대한 현장검증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숭례문 사건현장에서 열리고 있다.
 숭례문 방화사건 피의자 채모씨에 대한 현장검증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숭례문 사건현장에서 열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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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 당국은 문화재 화재 예방 관련 법률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문화재보호법에는 화재예방과 관련된 조항이 있다.

이 법 88조에는 '문화재청장이나 시·도지사는 지정문화재의 화재를 예방하고 소화 장비를 설치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책을 수립하고 이를 시행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강제규정이나 구체적인 시행령이 없어 선언적 문구에 그치고 말았다.

이에 대해 한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문화재청 관련 사항이라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는 못하지만 분명 아쉬운 부분"이라고 밝혔다.

또 현행 화재 예방을 위한 소방시설 설치와 관련된 법률도 문화재 화재 예방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숭례문과 같은 국보급 문화재에 대한 소방설비 설치·유지 작업이 일반 상가 건물보다 나을 게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주택을 제외한 대부분의 건축물은 특정소방대상물로 지정돼 소방 당국에서 소방시설을 점검한다. 이중 몇몇 건축물은 소방계획을 세우고 자위소방대의 조직을 책임지는 방화관리자를 선임하는 등 특별히 관리하는 '방화관리대상물'로 분류된다.

하지만 숭례문과 같은 문화재는 이에 포함되지 못했다. 소방기술사 등의 자격을 가진 방화관리자를 선임해야 하는 1급 방화관리대상물에는 연면적이 1만5000㎡ 이상이거나 11층 이상인 건물 그리고 가연성 가스를 1천 톤 이상 저장·취급하는 시설 등이 포함된다. 숭례문은 이 기준에 포함되지 못한 것이다.

건축사 등의 자격을 가진 방화관리자를 뽑아야하는 2급 방화관리대상물에도 숭례문은 포함되지 못했다. 숭례문은 스프링클러 또는 물 분무 등 소화설비를 설치하는 건물 등에 포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소방 설비 점검과 관련, 일반 상가 건물과 숭례문은 다를 게 없었던 셈. 한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숭례문이 방화관리대상물에 지정될 수 있었다면 관리가 더 잘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숭례문 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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