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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있는 유·초·중·고 5개 학교를 운영하는 C사학법인은 오는 18일 신규 교원 오리엔테이션을 열 예정이다. 대상은 지난 4일 최종 합격통지를 받은 중고교 교사 28명. 지원자가 2100명이었으니 경쟁률은 자그마치 75대 1.

 

하지만 이 사학법인의 교원 공개전형은 통째로 '헛일'이 될 처지에 빠졌다. 법에서 규정한 교원 인사위원회 심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정 사립학교법(사학법)과 서울시교육청 지침을 어긴 채 '제멋대로' 식 채용관행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2100명 응시한 신원 공개전형, '헛일' 될 처지에... 사연은?

 

"인사위원회 위원인 저와 다른 교직원들도 교사 몇명을 어떤 방식으로 언제 뽑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어요."

 

이 사학에 소속된 한 고교 교사는 13일, 이같이 말하면서 "사학법인이 최소한 법은 지킬 줄 알았는데 '새 정부가 어차피 사학법을 바꿀 것인데 현행법을 따를 필요가 있느냐'는 식의 태도를 보여 답답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3월부터 시행된 사학법은 '교원의 임명 등을 심의하기 위해 학교에 교원인사위원회를 둔다(제 53조의 3)'고 규정했다. 그 동안 '6000당 4000락(6000만원 당첨, 4000만원 낙방)'이라는 소문이 보여주듯 사학교원 채용비리를 막기 위한 최소 장치였다.

 

이에 대해 C사학법인 핵심 관계자는 "법인 차원에서 인사위원회를 구성하면 되는 줄 알고 학교 인사위원회를 거치지 않은 착오가 있었다"고 관련 사실을 시인하면서 "교육청이 위법이라고 판단하면 합격자를 모두 정규교사가 아닌 기간제 교사로 채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전국 사립 중고교의 정규교사와 기간제 교사들은 모두 국민 혈세로 100% 월급을 받고 있다. 이들에게 사학법인이 월급을 주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서울시교육청 교원정책과 관계자는 "법에 명시된대로 교원채용 전에 학교 인사위원회를 거치지 않았다면 위법"이라면서 "실태조사를 해서 사실로 드러나면 임면보고 반려와 함께 기관경고와 이사장 경고 등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학교측 "위법이라고 하면 기간제로 채용한다"

 

이같은 석연치 않은 채용관행은 C사학법인 뿐만이 아니었다.

 

전교조 서울지부(지부장 송원재)는 최근 교원전형을 실시한 이 지역 37개 사학법인을 무작위로 뽑아 조사한 결과 14개 학교에서 이와 비슷한 일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서울지부가 정리한 자료를 보면 앞의 C사학법인을 비롯 Y·D·G 학원 등 7개 사학법인 소속 14개 학교가 인사위원회를 거치지 않았다. 이들 가운데 4개 학원은 필기시험에 앞서 서류전형부터 진행해 서울시교육청 지침도 어겼다.

 

강경표 전교조 서울지부 사립위원장은 "학생들을 가르칠 교사들은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교단에 서야 교육이 제대로 될 것"이라면서 "일부 사학이 대놓고 탈법과 위법을 저지르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이 비위 사실을 적발하고도 방조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교사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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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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