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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구절이 계속돼 아이들에게 쉽게 다가가는 책
 반복되는 구절이 계속돼 아이들에게 쉽게 다가가는 책
ⓒ 사계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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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해가 떴는지 확인하러 땅 위로 고개를 내민 두더지. 그 순간 머리 위에 철퍼덕 똥 한 덩어리가 떨어집니다. 눈이 나쁜 두더지는 누가 머리에 똥을 쌌는지 알아내기 위해 길을 나섭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비둘기와 말과 토끼, 염소와 소와 돼지 등 새로운 동물들이 나타나는데, 동물들은 생김새가 다른 것처럼 똥 싸는 소리, 똥 모양도 제각각 개성 만점입니다. 

책 내용에 계속 반복되는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라는 구절과 동물들이 똥싸는 의성어 소리가 익살스러운 이 책은 두 돌은 돼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아기들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쿠하의 경우 아주 어렸을 때는 보여줘도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책이지요.

등장 동물들의 다양한 똥 싸는 모습과 소리를 읽어주면, "내 똥은 '뽕'하고 생겼는걸"하며, 자기 이야기도 끼워 넣습니다. 어떤 모양의 생김새를 말할 때 쓰는 '생기다'와 생겨나다의 의미로 사용하는 '생기다'를 아직 구분하지 못하는데, '뽕하고 생긴다'는 말은 아마도 똥이 뽕~하는 소리를 내며 나온다는 말인 것 같습니다.  

낙타는 똥도 생긴대로 싸나요?

아이가 좋아하는 고미 타로의 그림책
 아이가 좋아하는 고미 타로의 그림책
ⓒ 고미 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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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커다란 똥, 조그만 새앙쥐는 작은 똥, 등에 혹이 하나만 있는 낙타는 똥에도 혹이 하나, 혹이 두 개 있는 낙타는 똥에도 혹이 둘입니다. 물론 농담이겠지만(저는 사실 낙타 똥을 본 적이 없어 어떻게 생겼는지 모릅니다.), 아이들 호기심을 자극하기 좋은 귀여운 발상이지요.

여러 동물들의 똥의 종류와 모양, 크기에 대해 익살스럽게 관찰하면서 누구나 먹으면 싼다는 만고불면의 진리를 알려줍니다.
입으로 들어간 음식이 식도와 둥근 위, 꼬불꼬불한 장을 거쳐 똥으로 나온다는 것쯤이야 모르는 어른이 있겠습니까마는, 아이들에게는 먹고 싸는 것조차 신기하고 재미있는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배변 훈련을 할 때 변기에 앉아서 똥을 싸는 직접적인 생활습관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도 좋지만, 평소에 똥에 관한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자연스럽게 똥 이야기를 하고 배변 훈련을 유도하는 것도 좋습니다. 냄새 나고 지저분한 이미지의 똥을 아이들은 당연하고, 재미있고, 모두모두 다른 것으로 느낄테니까요.

디자인이 좋은 그림책은 어른이 봐도 질리지 않는데 고미 타로의 그림책이 그렇습니다. 고미 타로의 그림들은 명확한 형태와 뚜렷한 색감이어서 아이들에게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하는 특징이 있는데, 고미 타로 홈페이지에 가면 우리나라에서 구하기 어려운 아트 상품도 구경할 수 있고 홈페이지 첫 화면에 작가 자신처럼 보이는 수염 난 아저씨와 기어다니는 애벌레가 움직이고 있어 아이가 좋아합니다. (www.gomitaro.com)

쿠하가 제일 좋아하는 똥 그림책
 쿠하가 제일 좋아하는 똥 그림책
ⓒ 최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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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돌 무렵에 사준 <응가하자 끙끙>은 쿠하가 좋아하는 똥 그림책 중에 하나입니다. 위에 소개한 다른 똥 책들도 좋아하지만, 이 책은 첫 장부터 끝까지 다 외울 정도로 애착을 보입니다. 쿠하도 실제 응가를 할 때, 이 책 속 주이공처럼 오만가지 인상을 쓰면서 "끄응 끙~!"을 힘주어 말합니다.

"쿠하야, 쿠하는 힘이 어디서 나와?"
"(엉덩이를 가리키며) 여기서 나오지~"
"쿠하는 힘이 엉덩이에서 나와?"
"그럼 그럼. 힘이랑 뽕이 나와야 끙이 나오지~"

아직 완전히 기저귀를 떼지 못한 25개월 딸아이에게 '똥을 언제 싸는가'는 꽤 신경이 쓰이는 일입니다. 바깥 외출이 잦은 우리 모녀에게 출발 전에 똥 싸는 숙제를 마치고 간 날은 하루가 편안하지만, 그렇지 않은 날은 물티슈에 기저귀 여유분을 더 챙겨야 하기 때문에 짐이 늘어나 여간 불편해지는 게 아닙니다.

확률 개념을 쉽고 재미있게 보여주는 그림책
 확률 개념을 쉽고 재미있게 보여주는 그림책
ⓒ 청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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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소가 만드는 것: 우유와 쇠똥.
우유는 괜찮아요! 누구나 마시니까요.
하지만, 쇠똥은…
둘 중에 하나: 목장에 떨어질 때와……길에 떨어질 때.
목장에 떨어지면 괜찮아요!
그러나 길에 떨어지면…
둘 중에 하나: 사람이 없을 때와……사람이 있을 때."

아이 그림책은 너무 어려우면 안 된다는 상식을 깨는 책입니다. '확률'이라는 쉽지 않은 수학 개념을 어린 아이들에게 젖소의 똥을 사람이 있고, 없는 상황에 따라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두 가지 경우의 수 중 어떤 쪽으로 가게 되는가에 따라 일의 상황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려 줍니다.

쇠똥이 목장과 길 중 어디에 떨어질까? 길에 떨어지면 사람이 지나가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 어떻게 될까? 사람이 지나가지 않으면 괜찮지만 사람이 지나갈 경우에는 또 두 가지 경우가 발생합니다. 쇠똥을 볼 경우와 못 볼 때.

사람이 쇠똥을 보면 다행이지만 못 보면 다시 또 두 가지의 가능성이 열립니다. 옆으로 지나갈 때와 앞으로 지나갈 때! 앞으로 지나가는 사람은 결국 똥을 밟게 되지요. 이럴 때가 바로 ‘똥 밟을 확률’이 되는 것임을 소걸음처럼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알게 되는 책입니다.

나이에 맞는 책을 읽어주는 게 좋다는 전문가의 조언을 이런 책을 발견하면 살짝 무시하게 됩니다. 인터넷 서점에는 4-6세 아이들에게 권장하는 책으로 나오지만, 그저 그림책으로 읽어주면서 알게 모르게 확률 개념에 젖어들게 하기에 좋은 책이라 더 어린 아기들에게 읽혀도 좋을 것 같습니다.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울프 에를브루흐 그림, 베르너 홀츠바르트 글, 사계절(2002)


태그:#고미 타로, #확률, #똥, #그림책, #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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