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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고구려역사기념관 건립 범국민추진위'와 함께 고구려역사기념관 건립을 위한 특별기획, '고구려를 다시 세우는 사람들'을 진행합니다. 고구려역사기념관은 국민운동으로 총 330억 원을 모금해 오는 2011년 10월 건립,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들의 많은 동참과 성원을 부탁합니다. [편집자말]
경기도 구리시 아차산 일대에 오는 2011년 10월 개관을 목표로 삼고 있는 고구려역사기념관 조감도. 기념관은 국민운동으로 총 330억 원을 모금해 건립할 계획이다.
▲ 고구려역사기념관 조감도 경기도 구리시 아차산 일대에 오는 2011년 10월 개관을 목표로 삼고 있는 고구려역사기념관 조감도. 기념관은 국민운동으로 총 330억 원을 모금해 건립할 계획이다.
ⓒ 고구려역사기념관 범국민추진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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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알아요?"
"네."
"고구려가 뭔데요?"
"……."
'고구려를 안다는 거야, 모른다는 거야.'

예상은 했지만 '고구려'는 유치원생들에게 답하기 어려운 물음이었다. 하기야 이제 막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8살 아이들이 "고구려는 주몽이 세운 어쩌고저쩌고…"라고 술술 대답을 했다면 그것도 이상했을지 모른다.

지난 4일 오전, 경기도 구리시에 자리한 에덴유치원을 찾았다. 이미 광개토대왕 동상과 드라마 <태왕사신기> 촬영장이 들어섰고 앞으로 고구려역사기념관도 세워질 지역인지라 아이들이 '고구려'에 대해 어느 정도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아이들을 만나자마자 '어느 정도'의 기대는 산산조각이 났다. 한 명 한 명 물어보니 '고구려는 알지만 뭔지는 모른다'는 대답뿐이었다. 질문을 하는 나의 애타는 바람은 아랑곳없다는 듯 아이들은 해맑은 웃음으로 왁자지껄 떠들기에 바빴다.

TV사극 이야기를 하면 알려나. 질문을 바꿔봤다.

"드라마 <주몽> 알아요?"
"네."
"(기쁜 마음에) 주몽이 누구죠?"
"몰라요."
"……광개토대왕은 들어봤어요?"
"(눈만 동그랗게 뜨고서)……."
"그럼, 대조영 최수종 아저씨는 알아요?"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몰라요."

그림 그리기에 정신이 없는 아이들 곁을 30여 분간 서성였지만 결과는 역시 '모른다'였다. 모른다면서도 싱글벙글 웃는 아이들을 탓할 수는 없고, 마지막으로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혹시, 아이들이 고구려나 역사이야기는 하지 않나요?"
"주몽이 어떻다, 광개토대왕이 어떻다 자기들끼리 이야기하곤 해요."
"제가 물으면 아무도 대답을 안 하던데……. 아이들과 역사이야기를 좀 할 수 있나요?"
"그러죠. 자, 친구들! 각자 자기자리로 모여 봐요. 선생님하고 노래 한 곡 불러요."

아름다운 이 땅에 금수강산에 단군 할아버지가 터 잡으시고
홍익인간 뜻으로 나라세우니 대대손손 훌륭한 인물도 많아
고구려 세운 동명왕 백제 온조왕 알에서 나온 혁거세
만주벌판 달려라 광개토대왕 신라장군 이사부
백결선생 떡방아 삼천 궁녀 의자왕
황산벌에 계백 맞서 싸운 관창 역사는 흐른다

"아이들이 고구려를 잘 알아요... 3년 전엔 생각도 못한 일"

선생님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아이들은 한목소리로 익숙하게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을 합창했다. 노래를 끝낸 아이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을 굴리며 선생님의 물음에 천진난만하게 답변을 이어나갔다.

이도윤 어린이는 지난해 고구려역사기념관 건립 구리시추진위 출범식에서 기념관 건립기금으로 써 달라며 저금통을 통째로 기증했다.
▲ 이도윤 어린이 이도윤 어린이는 지난해 고구려역사기념관 건립 구리시추진위 출범식에서 기념관 건립기금으로 써 달라며 저금통을 통째로 기증했다.
ⓒ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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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 주몽 알죠? 주몽이 누구죠?"
"활 잘 쏘는 사람이요. 고구려를 세웠어요."
"단군 할아버지는 누구죠?"
"우리나라, 고조선을 세운 할아버지요."

내가 그렇게 물어볼 때는 모른다고 하던 아이들의 입에서 주몽, 단군, 고조선 등을 안다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아이들은 이제 선생님이 묻지도 않은 이야기들을 먼저 꺼내기도 했다.

"선생님, 저는 대조영도 알아요. 발해를 세웠는데 지금은 죽었어요."
"저는 왕건 알아요. 고려를 세운 왕이에요."
"의자왕도 알아요. 부인이 3천명이나 있었는데, 술 마시고 노는 것만 좋아했어요."

선생님이 "그런 이야기들을 어디에서 들었어요?"라고 묻자, 아이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여기저기서 아우성이었다.

"책에서 봤어요."
"컴퓨터에서요."
"텔레비전 드라마에서요."
"국립중앙박물관에 갔을 때 봤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의 대답은 나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더욱이 아이들이 보장왕, 연개소문, 후백제 등에 대한 이야기들을 입에 올릴 때에는 놀라웠다. 송정은 선생님은 "역사에 대한 요즘 아이들의 생각은 매우 깊다"며 다음과 같이 귀띔했다.

"이곳 유치원에서 3년째 7살들하고만 생활하고 있는데, 고구려 사극의 영향인지 이번 아이들은 고구려를 잘 알아요. 3년 전에는 생각도 못했던 일이에요. 수업시간에 종종 역사 이야기를 하면 딱딱할 텐데도 아이들이 재미있어 해요. 우리 역사에 관심을 많이 기울이는 아이들을 보면 정말 뿌듯해요."

송 선생님은 내친 김에 '고구려역사기념관'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번에 도윤이 친구가 저금통을 고구려역사기념관 세우는 데 쓰라고 낸 거 알죠?"
"네, 선생님. 그런데 기념관은 언제 세워요?"
"2011년이요."
"헉, 선생님! 그럼, 너무 오래 기다리잖아요."

아이들은 8살답게 2011년까지 시간을 계산하느라 '1월, 2월, 3월…' 두 손을 다 동원하고도 모자라 곱하기를 해가며 골똘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걸작이다.

"어휴! 그럼, 11살이잖아요. 고구려기념관 빨리 세우면 안 돼요?"

이날 만난 스물다섯 명의 유치원생들은 두 손을 높이 들며 "고구려의 기상, 대한민국"이라고 자랑스럽게 외쳤다. 하지만 705년 고구려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손과 저금통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아이들의 외침이 더 큰 메아리로 전국에 울려 퍼지기 위해서는 이제 청소년들과 어른들도 다함께 동참해야 하지 않을까.

두 손을 들어 "고구려의 기상, 대한민국"을 외치는 8살 유치원생들.
▲ 에덴유치원생들 두 손을 들어 "고구려의 기상, 대한민국"을 외치는 8살 유치원생들.
ⓒ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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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고구려역사기념관 건립 범국민추진위' http://www.koguryeomemorial.kr/



태그:#고구려, #고구려역사기념관, #주몽, #광개토대왕, #구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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