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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으로 새해 첫 날이 다가옵니다. 가족 모두 모일 생각에 몸도 마음도 분주하리라 생각합니다. 명절에는 대부분 고향이나 시골에서 모이게 되므로 잊고 살던 우리의 풍습이나 전통을 새삼 다시 느끼고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래서 오늘은 우리 선조들의 소소한 일상과 관련한 작품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특히 우리 어머니들의 삶과 부엌일이 "조각보"라는 예술로 승화된 아름다운 작품들을 감상해보려고 합니다. 이 기회에 마음이 담긴 명절 선물로 준비해도 좋을 것입니다.

어느 추상화보다 뛰어난 구성미의 조각보

조각보에 관한 이 글과 그림은 국립중앙박물관과 한국자수박물관, 어린이화랑, 그리고 "우리가 정말 알아야할 우리 규방문화"(허동화 지음, 현암사, 2006)와 "한국의 규방문화"(국제문화제단, 박이정 서광학술자료사, 2005)를 참고하여 정리하였으므로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외국의 어느 유명한 추상화가들의 그림보다도 우수한 구성미와 삶의 미학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예로부터 보자기는 물건을 싸거나 싸서 보관하고 또 물건을 포장하여 나르는, 우리 생활의 필수품이었습니다. 또는 예의를 갖추어야 하는 웃어른에게 물건을 보낼 때나 귀한 선물을 할 때는, 특히 더 예쁜 색깔이나 화려하게 장식된 예물보로 정성스럽게 포장해서 보내던 의례용품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천 조각들을 활용하여 만든 옷보는 철지난 예복에 씌워 오래 보관하는데 사용하였던 생활용품이었습니다. 또 부엌에서 사용하는 상보는 식탁의 음식이나 밥상, 잔 소품들을 덮는 데 사용하던 주방의 필수품이었습니다.

이런 규방용품들은 그 가치나 편리함이 인정되어 현대에 와서도 많이 애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그 실용성과 더불어 뛰어난 배색능력, 그리고  특별히 맞추어 계산하지 않고도 조각조각을 모아 조화를 이뤄낸, 탁월한 미적 감각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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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물보, 19세기, 62 x 62 cm .
ⓒ 작자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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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위 화려한 문양의 조각보는 귀한 물건을 정성스럽게 포장하여 보낼 때 쓰던 고급스런 예물보입니다. 이 예물보의 옷감은 화면상으로는 검게 촬영되었으나, 전체적으로 회색 바탕의 모시를 활용한 실용적인 작품입니다.

꽃 잎 모양의 곡선 문양이 화려한 예물보

엷고 짙은 회색의 조각들을 세로와 가로로 서로 엇갈려 이었으며, 가운데를 중심으로 누런색과 붉은 빛의 조각을 집중 연결함으로써 지루함과 단순함을 피하였습니다. 가로와 세로로 연결한 그 이음새를 중심으로 곡선 문양의 꽃 잎 형태를 다양하고 적절하게 배치한 그 구성이 독창적입니다.

특히 조각이 연결되는 선을 일정한 굵기의 흰 색이나 누런 색의 테두리로 마무리하여 섬세하게 바느질함으로써 면 분할의 선명함이 돋보입니다. 낮은 명도의 모시 위에 밝고 화려한 색채의 조각천을 대비시켜 예물보의 화려함을 강조한 정성과 선조들의 세련된 문화를 엿볼 수 있습니다.

문양의 독특함이 울긋불긋 다양한 꽃들이 어우러져 피어 있는 꽃밭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듭니다. 상상 속에서나 볼 수 있는 각각의 넓다란 잎사귀를 보는 것 같기도 하여 상상력을 자극하고 즐거움을 더합니다. 전체적인 조화가 활짝 핀 탐스런 꽃 한 송이를 보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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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옷보, 19세기, 67 x 67 cm .
ⓒ 작자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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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옷보, 19세기 .
ⓒ 작자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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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수박물관 소장
▲ 조각보, 19세기, 32 x 32cm, 한국 자수박물관 소장
ⓒ 작자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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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위 세련된 모양의 두 조각보는 귀한 예복을 덮거나 포장하여 보관할 때 사용하던 옷보입니다. 이 옷보들의 옷감은 견사를 활용하여 그 느낌이 특히 더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작품입니다.

삼각형과 장방형의 구성으로 율동감을 부여한 옷보

이 옷보는 마름질하고 남은 짜투리의 천 조각들을 하나하나 이음질해서 만든 것입니다.  아주 작은 천조각까지도 버리지 않고 재활용하는 우리 선조들의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소박한 생활 가운데에서도 알뜰하게 살림을 꾸려가던 어머니들의 규방문화가 돋보입니다. 

위의 옷보는 세모모양에서 출발하여, 2개의 작은 삼각형을 세밀하게 바느질하여 이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하나의 사각형 모양이 여러 개 모아져서 점차 더 큰 사각형 모양으로 발전되어지고 변화하는 형태입니다.

하나의 단순한 삼각 모양에서 출발하였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하나의 큰 정사각형으로 완성됩니다. 일정한 구성을 유지하면서도 단순함을 회피하여 구성미의 변화를 보여주는 이채로운 작품입니다. 마치 팔랑개비가 흔들거리는 듯한 율동감이 느껴지며, 단순한 옷보 하나에도 운동성을 부여한 예술적 감각이 멋스럽습니다.

아래 옷보는 직물의 느낌을 최대한 살렸으며, 파스텔톤의 견사를 장방형의 크고 작은 조각들로 이어붙인 작품입니다. 다양하고 일정한 배열에 그 크기에 있어서는 하나도 같은 모양이 없을 만큼, 현대적인 조형성이 뛰어나며, 선조들의 삶의 미학을 짐작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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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보, 19세기, 52 x 52 cm .
ⓒ 작자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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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깔끔한 모양의 조각보는 단순함이 돋보이는 옷보입니다. 이 옷보의 옷감은 속이 비칠 듯한 얇은 견사를 사용하여 통기성과 실용성을 최대한 살린 작품입니다.

단순한 구성에 보색의 대비가 돋보이는 상보

연분홍의 흰색 계열을 바탕으로 청색과 홍색의 보색 대비를 강조한 색채의 대담한 구성이 가장 먼저 눈이 띕니다. 주변의 직선을 사각으로 크게 돌렸으며, 그 안에는 연두색, 연남색 등 엷은 동색을 수평으로 조화시켰습니다.

특히 그 가운데에 강렬한 붉은색 한 줄과 작고 앙증맞은 손잡이를 엇갈려 배치하여 마무리하였습니다. 이로써 구성의 단순함에 변화를 주었으며, 시선을 집중시키는 효과의 탁월한 미적 감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단순미가 돋보여서 한땀한땀, 꼼꼼하고 세심하게 바느질한 선조의 솜씨를 감상하고 느껴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마치 재봉틀이란 바느질 도구를 사용하여 만든 것처럼 정밀해서 어머니들의 손재주를 짐작하게 하며, 전통적인 우리 규방문화를 엿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상과 같이, 보자기, 특히 우리 서민들이 옷을 만들어 입고 남은 조각천들을 이어 촘촘이 바느질하여 만든 옷보와 상보, 그리고  이채로운 구성, 색채미를 보여준 세련된 예물보를 통하여 우리 선조들의 규방문화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보자기 가운데서도 조각보를 통해 일상 생활에서 소모품을 재활용하고 새 필수품으로 창작해낸 우리 어머니들의 삶의 지혜와  예술성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선조들의 규방문화, 그 예술적 감각과 삶의 미학

각 작품 모두 특히 단순한 구성미와 변화를 추구한 현대적인 조형성이 돋보였습니다. 더불어 같은 계열 색채의 조화로운 구성과 보색 대비의 대담한 배치는 시대를 앞서간 세련미를 동시에 느낄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우리 선조들이 전해준 조각보의 예술적인 구성미와 삶의 미학은 현대에 이르러 더욱 높이 평가받고 있습니다. 애호가들 사이에서 새롭게 각광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서구의 추상화가, 피에트 몬드리안(Piet Mondrian, 네덜란드, 1872-1944)이나 파울 클레(Paul Klee, 스위스, 1879-1940) 등의 회화 작품과 비교, 평가하기도 합니다.

특히 몬드리안의 "회색과 밝은 갈색의 구성(1918)"과 클레의 "고대의 소리, 검은 배경의 추상화(1925)" 같은 작품은 위 조각보들과 매우 유사한 구성을 보여줍니다. 이들 작품이 색의 질서와 구성의 조화를 중시하였다면, 백여 년도 앞서 제작된 우리 조각보의 색채와 구성은 보다 자유롭고 순수하며, 창의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보자기 가운데에서도 조각보는 서민들이 한땀한땀 공을 들여 바느질하여 만들면서, 복을 부르는 마음을 담았으며, 그런 행위로 소중하게 생각하였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조각보로 소중히 여기는 물건을 싸서 보관하거나,  예의를 갖추어야 하는 사람에게 정성스럽게 보냈으며, 생활 곳곳의 안녕을 기원하였던 것입니다.

조각보의 이와 같은 작품들이 아름다운 이유는 우리의 삶 가운데 일상과 예술성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함께 살펴본, 우리의 규방문화를 보여주는 조각보가 더 아름답게 보이는 것도 그런 까닭이며, 검소한 삶에 배어난 자연스런 아름다움이 더욱 돋보이기 때문입니다. 명절을 맞아 어머니의 상보나 옷보와 같은 조각보들을 관심있게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앤조이, 기독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조각보, #옷보, #상보, #예물보, #규방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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