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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머리 가운데를 빡빡 밀고 '원조 빡빡이'라고 주장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황금옷을 입고 나와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30대지만 인형 모자를 쓰고 다니고, 엽기사진 찍는 것을 즐긴다.

 

바로 '메가쇼킹'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고필헌(35)씨다. 그가 최근 <탐구생활 1학기>라는 책을 펴냈다. <탐구생활>은 파란 웹툰에 연재한 작품으로 그의 독특한 관심사와 황당한 경험담이 잘 담겨 있다.

 

그가 겪은 경험담이란 이런 것이다.

 

신촌 어느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화장실에 휴지가 없었다. 다른 동네에 있는 후배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후배는 1시간 뒤에 나타났다. 낮잠 자다가 튀어나온 후배가 도착했지만, 다리에 쥐가 난 주인공은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어머니와 영화를 보러 갔는데, 첫 영화관 나들이가 신났던 어머니께서 갓 구운 전과 간장을 들고 오셨다. 어쩔 수 없이 젓가락으로 전을 먹으면서 영화를 봤지만 많은 사람들의 원성을 샀다는 경험담도 있다.

 

사소한 소재, 맛있는 대사... 네티즌들은 열광했다

 

이처럼 작품 소재는 지극히 '사소하다.'

 

1화는 커피를 시켜놓고선 마시지 않고 나가버리는 드라마 속 연인들에 대한 내용이다. 작가는 우연히 들어간 커피숍에서 9000원짜리 커피를 시켰지만, '헤어지자'는 말과 함께 돌아서 나가는 여자친구와 남자친구 이야기를 전한다. 1만8000원(커피 두 잔)이 아까웠던 남자친구가 커피를 '원샷'으로 들이키다 목구멍(식도)이 데였다는 내용이다.

 

2화는 포장용 물건을 감싸는 '뾱뾱이'(에어캡)에 대한 일화다. '뾱뾱이' 터트리기에 푹 빠진 작가가 본 물건은 오히려 방치하다 어느 순간 제 정신을 차렸다는 이야기다. 지극히 사소하지만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일들이기에 공감하기가 어렵지 않다.

 

게다가 작가의 맛깔스런 대사가 어우러지면서 만화는 한층 재미를 더한다.

 

"슈퍼맨 밤이 너무 뜨거워요. 밤 좀 꺼주세요."

"이런 덜 우려낸 멸치 같은 게 감히 내 딸을 만져?"

"이 호러 자식! 염통이 궤도를 이탈할 뻔 했잖아!"

"뺨따구 핑크빛으로 물들기 전에 어서 처먹어!"

 

작가의 이런 말장난에 네티즌들은 열광했다. 그가 만든 대사들은 '명대사 70선'이란 이름으로 지금도 인터넷 이곳저곳을 떠돌고 있다. 한 매체는 '어록이 인터넷에 떠도는 유일한 만화가'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탐구생활>은 작가의 일상이 담긴 만화지만, 한 편으로 독자가 함께 만드는 쌍방향 작품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이야기 하나가 끝나면 작가가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해 네티즌들이 댓글을 달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름신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이빨 꽉 물고 질러버린 물건이 있다면?'

'최근에 염통에 흉터가 남을 정도로 가슴 아팠던 기억이 있다면?'

'최근에 새똥에 맞은 것만큼 기분 나쁘고 재수 없는 일을 겪었다면 얘기해보자.'

 

그 작가에 그 독자라고 했던가. 이와 같은 질문 뒤에 다는 독자들의 댓글 내공도 만만치 않다.

 

"어렸을 때 검도 도장에서 …열쇠로 열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데 이 놈의 화장실 문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그 검도 바지에 끈이 얼마나 많은지 아십니까."

 

"저는 초등학교 때 마지막 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집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그만 항문을 함락당하고 말았는데, 집에 와보니 알고 지내던 여자애 하나가 우리 집에 놀러와 있었다는…"

 

'쾌변'에 '애욕'을 지나 '탐구생활'로

 

만화는 모두 32개 일화로 이뤄져 있다. 15화까지는 방학이란 이름으로, 16화부터는 개학 D-00이란 이름이 붙어있다. 개학 초창기엔 방학이란 즐거움에 들떠있다가 중반이 넘어서면 개학 공포에 떠는 학생들 심리를 담아낸 듯해서 재미있다. 중간중간 '미리 해두는 방학숙제'란 이름으로 그림 그리기, 빈 공간 대사 넣기 등 참여 공간이 있다.

 

곰국을 편식하고 수영을 전혀 못하며 미녀 앞에만 가면 얼굴이 빨개지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는 작가는 2001년 인터넷 만화를 시작했다.

 

강풀 등과 함께 인터넷 만화 1세대 작가로 불린다. 2006년 <애욕전선 이상없다>라는 작품으로 19세 이하 판매 금지 만화로는 처음으로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수상했다. 작품으로 <카툰불패> <라스베가스디스코 익스프레스> <감격 브라다쓰> 등이 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인터뷰 내용이다.

 

- <탐구생활 1학기>가 몇 번째 작품인가?

"<쾌변만화 알타리서비스> <애욕전선 이상없다>에 이어 세 번째다. <쾌변만화...>는 지금 절판됐다고 들었다."

 

-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표현에 대해 어찌 생각하나.

"좋아한다. 하지만 그 표현이 살짝 발목을 잡는 것도 같다. 독자들 기대치가 높아지는 것 같고 나도 좀 더 재미있는 표현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게 된다. 아직까지는 괜찮다."

 

- 지금 네이버에 '자전거 신혼여행기'를 연재 중이다. 반응이 어떤가.

"예전 팬들은 생소하다는 반응이다. 항상 코미디를 그렸는데, 이 작품은 자전거를 타면서 겪은 희노애락을 담고 있다. 나도 안 웃긴 작품을 그리려니 좀 힘들더라(웃음).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주로 보는 것 같더라."

 

- '메가쇼킹'이란 별명은 팬이 지어준 거라고 들었다. 고원빈, 고현빈, 고돌팔이라는 예명은 누가 지은 것인가.

"내가 지었다. 나는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몇몇 팬들이 원빈 현빈 팬이라면서 하지 말라고 말렸다."

 

- 예전에 보아를 좋아해서 '보아를 사랑하는 삼십대 남성협회'(보삼협)을 만든 적도 있는데.

"지금은 아니다. 너무 커버려서 좋아했던 마음이 거의 없어졌다. 너무 커지면 마음이 식는 버릇이 있다."

 

"안 웃긴 작품 그리려니 힘드네"

 

- 단편영화 작업에 냉혹한 악당역할로 나온 적이 있다고 들었다.

"아, 그거. 지난해 촬영하다가 그만 엎어져버렸다. 사정이 생겨서 시나리오가 완전 바뀌었다. 영화에 대해선 원래부터 관심이 있었다.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그 동안 출연제의가 몇 번 있었는데 시간이 없어 못했다. 지난해 마음 먹고 한 것인데 아쉽다."

 

- 요즘 재미있게 보는 만화는 무엇인가.

"조석의 작품인 <마음의 소리>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 짧고 굵은 개그 만화를 좋아하는데 <마음의 소리>가 그렇다. 만화를 많이 보는 편은 아니다. 주로 웹툰을 본다."

 

- 빈 통장을 보면서 창작욕을 불태운다고 했는데, 요즘 수입은 어떤가.

"꾸준한 편이다. 내가 욕심이 크지 않아서 만족하며 살고 있다. (구체적으로?) 에이, 그걸 어찌 말하나. 일반 봉급자 정도가 아닐까."

 

- 올해 부인과 함께 일본 자전거 여행을 간다고 했는데.

"'자전거 신혼여행기'를 마치고 마음 편하게 다녀올 생각이다. 작품을 끝내지 않은 상태서 가면 마음 편하게 못 놀 것 같다."

 

- 부인에게 한 마디.

"많이 싸우지만 계속 사랑하는 사람은 금보(부인 별명, 홍금보의 '금보')밖에 없으니까, 앞으로도 알콩달콩 살겠다."

 

- 이제 설을 쇠러 사람들이 떠나기 시작했다. 고속도로에서 고생할 사람들에게도 한 마디 해달라.

"고향에 내려간다는 조바심 내지 말고 다녀왔으면 좋겠다. 차 막히더라도 화내지 말고…."


탐구생활 1학기 - 메가쇼킹 만화가의 발로 그리는

메가쑈킹만화가 지음, 애니북스(2008)


태그:#고필헌, #탐구생활, #애욕전선이상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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