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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동저고리에 추위를 막는 털배자와 조바위를 쓰고 세배 준비를 마쳤습니다.
 색동저고리에 추위를 막는 털배자와 조바위를 쓰고 세배 준비를 마쳤습니다.
ⓒ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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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빔 여자아이 고운 옷>과 <설빔 남자아이 고운 옷>은 복잡한 한복을 입기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한 장 한 장 넘기며 고운 우리 옷 정들이기에 좋은 책입니다. 여자아이를 키우는 저는 <설빔 여자아이 고운 옷>만 사주었는데, 남자아이 옷도 사주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 했답니다.

새날, 새 아침에 윗방 횃대에서 다홍색 치마저고리를 꺼내고, 왼쪽 오른쪽으로 치마를 여미는 그림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습니다. 수눅을 맞추어 한 발씩 차례로 꽃버선을 당겨 신다가 발라당! 뒤로 넘어가는 귀여운 모습은 입가에 미소가 번지게 합니다. 색동저고리의 오른섶과 왼섶을 안으로 밖으로 여미고, 단단하고 곱게 매듭지은 자주 고름까지 매면 설빔의 기본 단장이 끝나지요.

여기에 배의 씨 모양으로 생긴 배씨댕기를 정수리에 얹어 귀밑머리를 땋고, 금박댕기를 반듯하게 물리면 예쁜 선녀님 같은 머리모양이 완성되고요. 금박 물린 털배자를 입고, 박쥐무늬 수노리개와 두루주머니를 달고, 찬바람을 막아줄 조바위도 쓰면 눈 오는 새해 아침에 세배 갈 채비가 다 끝납니다.

한복 입는 순서 하나로 책 한 권이 채워져 있어 상세하고 세심하게 설빔에 대해 알려줄 수 있는 책입니다만, 이 책은 그저 그런 인지 학습을 위한 책이 아닙니다. 물이 잘 번진 그림이 따뜻하게 우리 전통 세간을 그려 놓고 있어 조선시대에 사용하던 책장이며 옷장, 보료와 병풍의 글씨까지 배경 그림 하나도 놓칠 세라 자세히 보게 됩니다.

마지막 쪽에는 설빔에 담긴 마음에 대한 짧은 글귀가 쓰여 있습니다. 시장이나 백화점에서 덜렁 하나 사다주고 마는 게으른 엄마인 저에게 일침을 놓는, 좀 더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아이의 설빔을 준비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 글이기도 합니다.

남자아이가 설빔을 입는 모습이 예쁜 삽화로 담겨 있습니다.
 남자아이가 설빔을 입는 모습이 예쁜 삽화로 담겨 있습니다.
ⓒ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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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차려입고 세배 하러 나선 남자아이와 솟을 대문에 눈이 쌓입니다.
 다 차려입고 세배 하러 나선 남자아이와 솟을 대문에 눈이 쌓입니다.
ⓒ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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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옷을 주로 집에서 직접 만들었습니다. 집안의 여인들이 온 가족이 입을 옷을 정성껏 마련했지요. … 색동을 이루는 색깔들은 물, 불, 쇠, 흙, 나무 등 세상을 이루는 여러 원소들을 뜻하는데, 알록달록 어우러진 색깔처럼 그것들이 잘 조화를 이루어, 입은 사람이 편안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거기 담겨 있습니다. 또 버선에는 좋은 운을 불러오는 꽃수가 놓여 있지요. … 하지만 꼭 곱고 화려해야만 설빔인 것은 아니겠지요. 소박하고 수수하더라도 거기에 담긴 마음, 지난 해의 좋지 않았던 일은 모두 떠나보내고 새해에는 좋은 일만 생기기를 바라는 옷 지은 이의 바람과, 새로 한 살을 먹으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는 옷 입는 이의 다짐이 중요한 것일 테지요. 그게 바로 설빔에 담긴, 그리고 담야야 할 마음일 겁니다. - <설빔 여자아이 고운 옷>의 마지막 쪽     

명절 때마다 꺼내 보게 되는 <솔이의 추석이야기>

도시와 농촌을 잇는 우리네 추석 풍경을 정겨운 그림들로 이야기 합니다.
 도시와 농촌을 잇는 우리네 추석 풍경을 정겨운 그림들로 이야기 합니다.
ⓒ 이억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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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처럼 꽉 막힌 도로 위에서 사발면을 끓여 먹는 사람들, 당산나무와 고개 숙인 누런 들녘, 송편을 만들고 성묘를 다녀오고,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강강수월래를 하며 노는 우리네 추석풍경이 사실적이고 정겹게 묘사돼 있는 <솔이의 추석이야기>는 명절 때마다 꺼내 보게 되는 그림책 입니다. 지난 가을, 추석을 앞두고 사준 책이지만 명절을 소재로 한 다른 책에 비해 이야기의 흐름이 자연스럽고 사실적이어서 평소에도 자주 꺼내 읽게 되는 책입니다.

온 가족이 잠든 이른 아침에 할머니 혼자 아궁이에 불을 지펴 아침밥을 준비하는 모습과 잠든 아이들을 업고 집으로 돌아가는 어른들, 한복을 벗고 일상복인 반바지를 꺼내 입는 엄마의 모습이 마치 우리집 풍경을 보는 것 같아 정이 갑니다.

다른 명절 관련 책들이 오래된 전통을 소개하는 데 급급한데 반해, 솔이의 추석 이야기는 10여 년 전이나 요즘이나 크게 달라진 것 없는 명절 풍경을 솔직 담백하게 그린 책입니다. 억지로 지켜보려는 전통 보다는 자연스럽게 담아낸 우리네 이야기가 더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명절을 소재로 한 그림책 중에서 가장 추천하고 싶은 것 중 하나입니다.

할머니 무릎을 베고 잠든 연이와 밤늦도록 가족들 설빔을 짓는 어머니와 언니들. 눈 내린 고샅으로 꿩을 잡으러 나선 남자들 모습이 대조적입니다.
 할머니 무릎을 베고 잠든 연이와 밤늦도록 가족들 설빔을 짓는 어머니와 언니들. 눈 내린 고샅으로 꿩을 잡으러 나선 남자들 모습이 대조적입니다.
ⓒ 책읽는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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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아이들에게 설날의 의미를 알려주자

설맞이에 나선 백여 년 전 풍경이 요즘 아이들에게 낯설지만, 전통문화와 세시풍속을 알려주기 좋습니다.
 설맞이에 나선 백여 년 전 풍경이 요즘 아이들에게 낯설지만, 전통문화와 세시풍속을 알려주기 좋습니다.
ⓒ 책읽는 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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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의 설맞이>는 백여 년 전 구한말의 설맞이 풍경을 담은 그림책 입니다. 삼대, 열 식구가 사는 대가족의 설맞이는 며칠 전부터 분주합니다. 가족의 건강을 비는 마음으로 짓는 설빔을 열 벌이나 지어야 하고, 엿도 고아야 하고, 강정도 만들어야 합니다.

보슬보슬한 멥쌀가루를 시루에 쪄서 떡메로 치면 떡국을 끓일 가래떡이 된다는 걸, 조청에 찍은 가래떡은 아무리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는 걸 이 책은 알게 해 줍니다. 요즘 아이들은 조청 대신 캐나다에서 수입한 메이플 시럽에 찍어 먹는 게 더 익숙할 테지요. 아이에게 조청이 뭔지 설명하는 일은 꽤 어려운 시절이 됐습니다.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은 사라져가는 전통 문화를 너무 곧이 곧대로 이야기한다는 점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엄마인 저도 잘 모르는 전통 문화를 설명해 주느라 진땀을 빼야 하는데, 예를 들어 '세밑 대목장'이나 '부지깽이도 꿈틀댄다는 섣달 그뭄'이라든가, '외양간의 짚북데기 두엄자리' 같은 것을 경험해 보지 않은 엄마가 아이한테 설명해 주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우리 조상들이 설을 맞아 어떤 준비를 하고, 어떤 음식, 어떤 옷을 만들어 먹고 입었는지, 어떤 놀이를 하며, 왜 밤을 새워 가며 놀았는지 등 전래 풍습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주는 책입니다.

마트에서 사온 떡국 먹고, 친척들한테 세배 하고 돈 받는 게 설날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책으로나마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 주고, 설날의 의미와 세시 풍속을 책을 통해 눈요기라도 할 수 있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설빔 - 여자아이 고운 옷

배현주 지음, 사계절(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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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디고운 '한복'을 다룬 책

태그:#쿠하, #명절, #설빔, #설날, #전통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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