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초벌구이에 유약을 먹이고 있는 청우요 윤윤섭씨
▲ 초벌구이 초벌구이에 유약을 먹이고 있는 청우요 윤윤섭씨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전남 강진에서 마량 간 23번 국도는 아름다운 도로다. 경치 좋은 길로 잘 알려진 이 길에는 가는 내내 아름다운 바다가 동행을 한다. 해 지는 풍경이 너무 고와 무엇에 홀린 듯 가끔씩 미산 갯마을 바닷가를 찾아가곤 한다.

바다길 곳곳에는 턱밑에서 바로 바다의 갯벌을 볼 수 있도록 해안도로가 잘 놓여 있다.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고바우상록공원 전망 좋은 곳을 조금 지나 바닷가로 진입하는 길은 드라이브 코스로 환상적이다. 나그네의 발길을 자주 붙들어 맨다.

구강포의 해넘이
▲ 미산갯마을 구강포의 해넘이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미산 갯마을의 석화 따는 아낙네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갯벌 위로 너울너울 반짝이는 금빛 햇살이 부서진다. 아낙이 바지락을 캐고 있다. 오염원이 없어 청정해역으로 널리 알려진 구강포에서 채취되는 어패류는 웰빙과 맞물려 찾는 이가 많아 그 인기가 대단하다.

바지락은 산란하기 직전인 요즘 가장 맛이 좋다. 해지는 갯가에서 바지락을 캐는 아낙의 모습이 실루엣 되어 한 폭의 그림 같다. 훤히 드러난 갯벌에는 수많은 바다생물이 살고 있다. 갯바위에는 따개비와 바다의 꽃인 석화가 덕지덕지 붙어 있다.

노을 지는 갯가, 갯벌에 S자 물길이 열렸다. 아낙네들은 석화를 딴다. 해가 진다. 미산마을 앞 구강포의 해가 수줍게 진다. 해지는 갯가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가 지게를 지고 노랫가락을 구성지게 부르며 뭍으로 나온다.

마량항의 노을은 참으로 아름답다.
▲ 마량항의 노을 마량항의 노을은 참으로 아름답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아쉬움과 그리움으로 마음 속에 머문 마량항

큰 섬과 작은 섬 두 개의 섬 가막섬, 출렁이는 파도, 노을 지는 하늘을 나는 갈매기 떼, 아름다운 항구 마량항이다. 포구에는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멋진 세 개의 방파제가 바다로 이어진다. 상, 하 두 개의 방파제 끝에는 하얀 등대와 빨간 등대가 있다. 오후의 겨울바다 수면 위에 부서지는 햇살이 눈부시다.

가막섬은 울창한 상록수림으로 뒤덮여 까맣게 보여 사람들은 이 섬을 까막섬(가막섬)이라 부른다. 옛날 가막섬에 수만 마리의 까마귀 떼가 날아들면 숲이 까매 까막섬이라 불렸다고도 한다. 이 두 개의 섬은 날물이 되면 걸어서 건널 수가 있다.

노을이 진다. 아름다운 항구 마량항에 노을빛이 물들고 있다. 마량항구의 벤치에 앉아 바라보는 노을은 참으로 아름답다. 수줍은 새색시의 볼보다 더 곱다. 노을빛이 물들어갈수록 바닷바람은 차갑다. 붉은 불덩이가 스르르 완도 너머로 떨어진다. 발그레한 노을빛만 남았다. 해지는 모습은 찰나의 순간이다. 지나간 순간을 다시 잡을 수가 없다. 머릿속에 기억된 마량항의 잔상이 오래도록 남아 아쉬움과 그리움으로 머문다.

영랑생가 안채 국가지정 중요민속자료 제 252호
▲ 영랑생가 영랑생가 안채 국가지정 중요민속자료 제 252호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서정시가 있는 ‘영랑생가’

돌담길을 걷는다. 가장 먼저 만나는 예스러운 탑골샘이 정겹다. 이 샘은 도르래를 이용해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 올린다. 대나무로 엮은 사립문을 열고 들어서면 영랑생가다.

전남 강진에 있는 영랑생가는 지방기념물 제89호로 관리되어오다 2007년 10월 국가지정 중요민속자료 제 252호로 지정되었다. 시인 영랑 김윤식이 태어난 영랑생가는 전형적인 부농가의 생활공간으로 영랑의 체취가 오롯이 남아 있다.

영랑은 '시문학' 동인으로 참여하여 '모란이 피기까지는' '가늘한 내음' 등 남도의 정서를 전통적 운율로 읊어낸 주옥같은 서정시를 남김으로써 한국 시문학의 수준을 한 차원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윤식(1903~1950) 시인이 태어나 성장한 생가는 그의 예술혼이 담겨 있는 유서 깊은 곳이다. 영랑은 80여 편의 시 중 60여 편을 이 곳 강진 생가 주변의 소재들로 썼다.

사랑채에는 원고를 쓰고 있는 영랑의 모습을 밀랍인형으로 재현해 놨다. 호롱불과 화로가 곁에 놓여 있다. 사랑채 앞에 길게 드러누운 소나무와 배롱나무, 은행나무 고목의 정원 벤치에 앉아 있으면 시 한 수가 절로 나올 듯싶다. 영랑생가 주변을 감싸고 있는 울창한 대나무 숲과 이제 갓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한 동백꽃이 유혹하는 남도의 겨울 풍경이 정말 아름답다.

바랑을 짊어진 스님이 산사로 이어지는 길을 간다.
▲ 산사 가는 길 바랑을 짊어진 스님이 산사로 이어지는 길을 간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비움이 있어 좋은 백련사

겨울산사는 비움이 있어서 좋다. 전남 강진의 백련사 가는 길은 동백나무 숲길이다. 양지 녘에는 제법 많은 동백이 꽃망울을 터트렸다. 앙증맞게 갓 피어나는 동백꽃은 소녀의 붉은 입술인 양 새치름하다. 기묘한 형태의 동백나무가 아픔인 듯 시야에 들어온다. 바랑을 짊어진 스님이 산사로 이어지는 길을 간다.

백련사 주변에는 수천 여 그루의 동백나무가 군락을 이뤄 자생하고 있다. 백련사의 동백림은 집단으로 자생하고 있으며 다산 정약용 선생과 관련된 문화적 가치 때문에 1962년부터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

길가에 뚝뚝 떨어진 꽃송이가 차라리 더 아름답다. 사찰의 입구에는 다랑이 논이 펼쳐져 있고 논두렁의 커다란 느티나무 고목은 부질없는 잎을 다 떨쳐버리고 나목으로 겨울을 나고 있다. 검버섯처럼 거뭇거뭇한 돌이끼를 뒤집어 쓴 입구의 부도탑, 공양간 2층 난간에 웅크린 고양이가 길손에게 이제 속세를 벗어났음을 말해주고 있다.

다산초당은 귤원처사 윤단이 초가로 건립하여 후손을 가르치던 서당이었다. 본래의 초당은 1936년 허물어지고 현재의 건물은 옛 건물터에 중건하였다.
▲ 다산초당 다산초당은 귤원처사 윤단이 초가로 건립하여 후손을 가르치던 서당이었다. 본래의 초당은 1936년 허물어지고 현재의 건물은 옛 건물터에 중건하였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선계가 아닐까? ‘다산초당’

다산초당 가는 숲길이다. 이곳에서 다산초당까지는 800m, 해월루까지는 190m라는 거리를 알리는 이정표가 있다. 백련사에서 다산초당 가는 숲길에는 군데군데 전나무와 삼나무의 나무뿌리가 드러나 있다. 숲속에는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귐이 정겹다.

맑고 깨끗한 물웅덩이와 야생차밭, 자연 그대로 잘 보존된 숲은 신이대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숲길을 가다 어느 곳에서건 고개를 들면 탐진강의 푸른 물결이 보인다. 숲길에 떨어진 붉은 동백꽃송이 하나 어느새 내 가슴에 스며들어 분홍빛 물을 드리운다.

다산초당에 잠시 머물면 이곳이 선계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든다. 새소리 물소리 들으며 잠시 마음을 내려놓으니 어느덧 욕심을 사라지고 마음은 깃털처럼 가벼워진다.

[강진의 맛집]

전복 귀한 전복을 통째로 넣는다.
▲ 전복된장뚝배기 전복 귀한 전복을 통째로 넣는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숙취해소, 여행의 여독 사르르... ‘전복된장뚝배기’

전복나라의 전복된장뚝배기는 집 된장과 일반 된장을 적당량 섞어서 사용한다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다시마와 파뿌리를 넣어 30분간 끓여냈다는 육수는 깨끗하고 개운한 맛이다. 또한 청정해역 강진만에서 나는 튼실한 바지락만을 고집한다.

뚝배기에다 쌀뜨물과 이 집에서 만든 육수에 된장 살살 풀어 넣고 청양고추와 애호박 송송 썰어 넣었다. 거기에다 바지락과 귀한 전복을 통째로 넣은 뒤 팽이버섯 올리고 갖은양념을 해 팔팔 끓여낸다. 이렇게 끓여낸 국물은 조개와 전복의 개운함과 청양고추의 알싸함이 어우러져 속이 확 풀린다. 숙취해소는 물론 여행의 여독까지 사르르 풀어준다.

된장만큼 우리에게 친숙한 음식도 없을 것이다. 된장찌개에는 어머님의 손맛이, 고향의 정서가 담겨 있다. 된장찌개에는 그리움이 담뿍 담겨 있다. 된장찌개가 뽀글뽀글 끓을 때면 먼 바다의 파도소리가, 어머님의 음성이 들려오는 듯하다.

강진 가우도 횟집의 '낙지매생이탕'
▲ 낙지매생이탕 강진 가우도 횟집의 '낙지매생이탕'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강진 대구 가우도 횟집의 '낙지매생이탕'

초록빛 섬유질의 무공해식품인 매생이와 기력 회복에 좋은 뻘낙지가 만났다. 매생이는 오염원이 없는 청정바다에서만 자란다. 매생이국은 혀끝에 착 감기는 시원하고 부드러운 맛이다. 한번 먹어보면 누구나 단번에 그 맛에 매료되고 만다. 굴을 함께 넣고 끓여낸 매생이국은 바다의 귀족으로도 알려져 있다.

뜨거운 낙지매생이탕을 한 숟갈 떠먹으면 입안에 감기는 맛이 일품이다. 단맛이 부드럽게 듬뿍 우러난다. 낙지와 함께 매생이를 떠먹으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입안 가득한 매생이가 사르르 녹아들고 낙지의 쫄깃함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낙지매생이탕은 낙지와 매생이가 입안에 착 감기는 맛이다. 시원한 매생이 국물과 야들야들하고 쫄깃한 낙지 한 마리에 젖은 포만감과 행복감에 기분이 날아갈 듯하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서면 아름다운 강진만에서 봄바람에 실려 온 바다향기가 코끝에 머문다.

[찾아가는 길]
◐ 마량항 : 서울 -서해안 고속도로 -목포IC -2번국도 -목리IC -강진 -23번국도 -마량
◐미산 갯마을 : 광주버스터미널 -나주 -영암 -강진읍 -국도 23호선 마량 방면 -고려청자도요지 맞은편 -미산마을 해변


태그:#강진, #고려청자, #매생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