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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등록금 문제는 대학생과 학교만의 문제가 아닌,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습니다. 예전엔 학생들이 ‘등록금 인상 반대 총궐기 투쟁’을 한다고 들었는데, 이제 저희 학부모·시민들이 ‘궐기’를 해야 할 판입니다.”

 

대학 등록금 문제가 전 사회적인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각 대학은 2008년 등록금을 전년대비 적게는 6%에서 많게는 30%씩 올릴 계획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전년도 물가상승률 2~3%와 비교해 2~3배에서 10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지난 1일 학생·학부모·교사·학술·시민·사회·지역 단체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등록금 폭등-1천 만원 시대’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촉구했다. 이들은 ▲등록금 상한제 ▲등록금 후불제 ▲등록금 차등책정제 ▲학자금 대출 이자 대폭 인하 ▲무이자 대출 전면 확대 ▲등록금 책정심의기구 법제화(투명화, 학생참여 보장) ▲대학 일반 회계에서 등록금 회계 분리·독립 등의 새로운 등록금 제도 도입을 정부와 국회에 촉구했다.

 

정치권에서도 등록금 문제 해결에 대해 많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은 지난달 31일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대학등록금 천만원 시대를 맞아 “등록금 상한제와 후불제를 본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합신당의 김효석 원내대표도 지난달 24일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대학 진학률이 85%에 이르는 나라에서 등록금이 연 1000만원을 넘고 인상률도 물가상승률의 3배에 이르는 상황은 서민 가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며 “대학이 적립금을 쌓아가면서 등록금을 올리는 부분에 대해 다음 임시국회 때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회 각계각층은 비상식적으로 오르고 있는 대학 등록금을 큰 문제로 인식하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렇다면 등록금 인상의 직접적인 당사자인 대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내가 나선다고 등록금 인하되나"

 

학생 사회가 죽으면 10년 후 한국 사회는 미래가 없다는 말이 있다. 학생들의 장점은 기존의 관습화 된 질서에 대해 비판과 저항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대학생들은 비판의식과 저항의식이 결여된 채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도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많이 들린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등록금 문제이다. 등록금 문제는 대학생들의 가장 큰 이슈다. 매 학기면 등록금 얘기는 학생들에게 큰 가십거리가 된다. 그러나 그뿐이다. 오르는 것에 대해 불평은 많지만 거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지 않는다. 누군가가 해결해 주겠지 하는 소극적인 자세의 대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작년 11월 C대학 총학생회 선거에 나왔던 S씨는 학교와 1대1로 벌이는 등록금 협상의, 한계를 느꼈다. 그래서 각 대학이 공동으로 힘을 합쳐 ‘등록금 상한제, 등록금 후불제’ 등을 법제화 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그러나 학생들의 시선은 차가웠다. 학내문제도 바쁜데 실현 가능성 없는 학외문제에 집중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논리였다. S씨는 우리를 둘러싼 문제를 해결하도록 정부에 요구하는 게 왜 학외문제냐고 반박했지만 그들의 공약은 전혀 호응을 얻지 못했다.

 

위의 모습은 대부분의 대학에서 일어나고 있는 풍경이다. 사회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문제에 대해서 대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움직이려 하지 않고 있다. 심각한 것은 대학생 자신들이 직접적인 당사자인 등록금 문제에 있어서도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서울의 한 대학생은 “내가 한다고 될 일 같지 않다. 그냥 취업준비 하는 것이 더 현명해 보인다”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다. 

 

 

대학생들은 문제의식에 대해 공감은 하면서도, 함께 목소리를 내자고 하면 꺼려하는 분위기다. 참여연대에서 인턴활동을 하고 있는 대학생 이민영(세종대 3)씨는 “학생들이 관심은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등록금 투쟁에서 승리해 본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 차라리 그 시간에 학점, 토익 등을 공부해서 성과를 올리려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당장의 성과가 보이지 않는 투쟁보다, 눈앞에 닥친 취업 등에 더욱 신경 쓰겠다는 분위기가 대학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등록금을 둘러싼 사회 전반적인 사항을 바꾸려고 시끄럽게 하는 것 보다 차라리 당장 피부에 와닿는 시설을 늘리고, 학생 복지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는 게 더 낫다는 인식도 강해지고 있다.

 

실제로 각 대학 총학생회 선거에서는 등록금 문제 해결 등의 공약보다 ‘남학생 전용 휴게실 만들기’, ‘하이힐 위에서 혹사당하는 여학생을 위한 발 마사지기 도입’ 등 달콤한 복지공약으로 무장한 선본이 몇 년째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다. 

 

"대학생 연대하지 않으면 불가능...이 상황 안타깝다"

 

중앙대 문과대 학생회장 이승선씨는 “등록금 문제를 학교와의 협상만으로 풀어가기엔 액수가 너무 올랐다”며 “1000만원을 훌쩍 넘어버린 지금의 액수 자체를 대폭 낮추어야만 하는데 이는 학생들이 함께 연대하여 정부에 요구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학생들의 참여가 저조하고, 연대를 통해 정부에 요구하는 행동을 자신들의 일이 아니라 학외 문제로 치부하는 지금의 모습에 대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짧게 답하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등록금 문제는 당사자인 대학생들이 함께 목소리를 모아 해결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결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될 것인가. 자신의 문제를 수수방관하는 객체가 될 것인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등록금 문제의 해결을 위해 대학생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 송주민 기자는 <오마이뉴스> 7기 대학생 인턴기자 입니다.


태그:#등록금,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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