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눈덮인  함백산에 있는 겨울 나무의 모습
▲ 함백산의 겨울나무 눈덮인 함백산에 있는 겨울 나무의 모습
ⓒ 임재만

관련사진보기


백두대간의 영산중의 하나인 태백산을 찾았다. 마침 찾아간 태백산에서는 “눈이 있어 행복한 세상”이라는 주제로 눈꽃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태백산 눈꽃 축제는 2008년 1월 25일 부터 2월 3일까지 열리고 있는데,  올해가 벌써 15회째를 맞이하고 있었다.

충북 영월을 지나 함백산을 넘어 태백산도립공원으로 들어섰다. 눈꽃축제가 열리는 태백산 입구 주변에는 이곳을 찾은 많은 사람과 차들로 북새통이다. 관광버스는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도로에 길게 줄지어 서 있고, 도로변은 관광객들로 넘치고 있다.

하향게 눈이 덮인 함백산의 모습
▲ 눈덮인 함백산 하향게 눈이 덮인 함백산의 모습
ⓒ 임재만

관련사진보기



이곳 태백산은 얼마나 많은 눈이 내렸는지 도로 옆에는 눈이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산속은 흰 눈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운 좋게도 도립공원 내의 주차장에 차를 주차를 할 수 있었는데,  밀려오는 차들로 주차장은 금세 만차가 되고 만다. 주차장 주변에는 여러 숙박업소가 있다. 그 건물들은 마치 눈으로 지붕을 만든 것처럼 지붕 위에 눈이 소복이 쌓여 있다. 

주차장을 벗어나자 소나무 숲에 이국풍의 개들이 눈밭에 서 있다. 아마 눈썰매를 끄는 개들인 것 같다. 그들은 짖지도 않을 뿐 아니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별 관심이 없는 듯 그냥 조용히 서 있다. 오늘 또 눈썰매를 어떻게 끌어야 할지 여러 생각으로 마음이 복잡한 모양이다. 눈썰매는 여러 마리 개가 한조가 되어 끌게 되는데, 누군가 혹시 요령이라도 피우면 대장 개는 이를 귀신같이 알고 혼 줄을 낸다고 한다.

눈꽃축제가 열리는 당골 광장을 향해 서서히 올라갔다. 올라가는 보도에는 발이 푹푹 들어 갈 만큼 눈이 쌓여 있었는데, 눈을 밟고 올라가는 느낌이 솜이불을 밟은 것처럼 푹신푹신하고 부드럽다. 아마 눈꽃축제의 느낌을 더하기 위해 일부러 제설을 하지 않은 것 같다. 뽀드득 소리가 나기도 하고 발을 슬쩍 밀면 미끄러지는 느낌이 좋다.

태백산 눈꽃축제장으로 올라가는 사람들
▲ 눈꽃 축제장으로 가는 사람들 태백산 눈꽃축제장으로 올라가는 사람들
ⓒ 임재만

관련사진보기



다리를 지나 매표소 광장에 이르자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두툼한 겨울 등산복을 입고 있는 그들의 표정은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밝고 건강해 보인다. 그들의 밝은 목소리는 산속의 맑은 공기를 요란하게 흔들며 축제장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길을 따라 다시 올라가자 눈밭에 웅크리고 앉아 사람들의 초상화를 그리고 있는 화가들이 눈에 띈다. 그림에 소질이 없는 나는 그들의 멋진 그림솜씨에 빠져 한참을 지켜보았다. 모델을 슬쩍슬쩍 보아가며 얼굴의 특징을 기막히게 살려내는 그들의 그림솜씨가 신기하기만하다.

관람객들의 초상화를 그려주고 있는 화가들
▲ 화가들의 모습 관람객들의 초상화를 그려주고 있는 화가들
ⓒ 임재만

관련사진보기


화가들이 있는 바로 위쪽으로는 먹거리 마당이 있다. 군고구마, 오뎅, 김치삽겹살구이 등 여러 음식들이 넓은 마당에서 판매되고 있었다. 이 먹거리 마당을 찾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시골장터에서 만난 고향사람처럼 정겹고 편안해 보인다. 특히 벙거지를 눌러 쓰고 군고구마나 흰 가래떡을 먹고 있는 사람들을 보노라면 옛날 거리에 와 있는 느낌이다.

어찌나 군침이 도는지 그 주변에서 맴돌다 가장 맛있어 보이는 가래떡을 먹어 보았다. 연탄불에 구운 가래떡은 살이 터지듯 부풀어 올라 있는데, 옛날 사랑방에서 화롯불에 구워먹던 그 느낌이다. 하지만 장작불을 담은 붉은 화롯불에 구워먹던 그 옛날의 맛은 찾을 수가 없다.
옛날 썰매장에서 썰매타는 모습
▲ 썰매를 타는 사람들 옛날 썰매장에서 썰매타는 모습
ⓒ 임재만

관련사진보기



아저씨가 끌어주는 썰매를 타고 즐거워 하고 있다.
▲ 썰매장의 모습 아저씨가 끌어주는 썰매를 타고 즐거워 하고 있다.
ⓒ 임재만

관련사진보기



가래떡을 들고 주변을 둘러보니 바로 옆에 옛날 썰매장이 있다. 마을 앞 얼음광에서 친구들과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온 종일 타던 썰매, 설 얼은 곳을 재미삼아 타다가 물에 빠지고, 젖은 양말을 말리다 양말을 홀랑 태워 어머니에게 혼이 나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이곳 썰매장은 옛날 논에다 만들었던 썰매장과 거의 비슷한 크기로 매우 아담해 보인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썰매를 타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른들은 옛 추억에 젖어 신이 난 것 같고, 아이들은 처음 타보는 썰매에 재미를 붙인 모양이다. 여기저기서 터지는 웃음소리가 썰매장의 매서운 추위를 웅크리게 한다.

썰매장을 지나자 하얀 눈으로 만든 멋진 조각상들이 있는 넓은 광장이 나타난다. 광장엔 아직도 눈을 이용하여 조각상을 만들고 있었는데, 멋있게 생긴 외국 사람이 눈뭉치를 이용하여 열심히 조각을 하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사람들은 눈으로 만든 여러 조각상 앞에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그 안에 들어가 만져보기도 하는데, 모두 즐거운 표정들이다

한 외국인이 전기톱으로 눈조각상을 만들고 있다.
▲ 눈조각상을 만드는 모습 한 외국인이 전기톱으로 눈조각상을 만들고 있다.
ⓒ 임재만

관련사진보기



겨울 모자를 쓴 귀여운 꼬마들은 눈으로 만든 미끄럼틀에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신나게 미끄럼을 타고 있다. 또 그 옆 비료포대 썰매장에서는 많은 아이들이 넘어져 눈밭에 굴러가며 열심히 비료포대 썰매를 타고 있다.

이곳 광장에는 특설 무대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유명가수의 흥겨운 노래가 스피커 음을 타고 흘러나오자 아주머니들은 어깨춤으로 덩실덩실 장단을 맞춘다. 아저씨들도 덩달아 흥을 같이 하는가 싶더니 쑥스러운지 슬그머니 인파속으로 사라진다. 신명난 아주머니들은 앵콜을 연호하며 흥겨운 리듬에 맞춰 축제의 흥을 돋운다.

점심 때가 되자, 이곳 공원은 사람들로 더욱 붐비기 시작한다. 석탄박물관 뒤로 눈썰매장이 두 곳이 있었는데, 이곳에도 사람들이 많아 길게 줄지어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눈썰매를 타고 내려오는 사람들은 중간에 엎어지기도 하고, 발에 부딪치는 눈을 하얗게 뒤 집어 쓰며 정신없이 내려오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무서워서  발로 미리 브레이크를 잡아 중간도 못 내려와 썰매가 멈추고 만다. 그러면 뒤 썰매가 다가와 세차게 부딪치면서 함께 뒹굴고 만다. 이 광경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웃음이 절로 나와 나도 모르게 너털웃음을 터트린다. 

아빠와 함께 신나게 눈썰매를 타는 모습
▲ 눈썰매를 타는 모습 아빠와 함께 신나게 눈썰매를 타는 모습
ⓒ 임재만

관련사진보기


이곳 태백산에는 망경사라는 절이 있고 정상에는 천제단이 있다. 천제단은 옛 사람들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하여 설치한 제단이다. 삼국사기를 비롯한 옛 기록에 "신라에서는 태백산을 3산 5악 중의 하나인 북악이라 하고 제사를 받들었다"라는 기록이 있다. 

설악산 오대산 함백산등과 함께 백두대간의 영산으로 불리는 태백산은 눈 내린 설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특히 산 정상 부근에서는 고사목과 주목을 많이 볼 수 있는데, 그들이 눈과 함께 만들어 내는 풍경은 어디 비할 데 없이 아름답다.

눈썰매를 타다가 중심을 잃으며 넘어지고 있다.
▲ 눈썰매타는 아이 눈썰매를 타다가 중심을 잃으며 넘어지고 있다.
ⓒ 임재만

관련사진보기



올해로 15회째를 맞는 태백산의 눈꽃 축제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이제 명실 공히 이름 있는 축제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단순히 보고 즐기는 축제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직접 참여하고 체험하는 즐거운 축제의 장으로 말이다.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 잊지 못할 체험의 축제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또한 몸이 불편한 사람들도 함께 할 수 있도록 더 많은 배려와 지혜를 모은다면 모두가 함께하는 아름다운 국민축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태그:#눈꽃축제, #태백산, #썰매, #군고구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 여행을 다니며 만나고 느껴지는 숨결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 가족여행을 즐겨 하며 앞으로 독자들과 공감하는 기사를 작성하여 기고할 생각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