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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상영중에 관객들이 시계를 본다는 것은 단순히 이야기가 지루해서일 수도 있지만, 이야기가 구성적으로 잘 짜여져 있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도대체 이 이야기가 지금 어디까지 왔는지, 앞으로 얼마나 더 나아갈지를 알고 싶다는 뜻이죠. 반면 잘 짜여진 이야기는 보는 동안 관객이 기승전결을 저절로 알게끔 합니다. 다시 말해 시계를 보게 하는 영화란 관객을 영화라는 롤러코스터에 전혀 태우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죠.”

 

29일자로 전국 관객 250만을 돌파하며 3주 연속 박스 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나현 작가가 강단에 섰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원장 고석만) 주최로 지난달 29일 삼성동 라마다호텔에서 열린 ‘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 워크숍’ 강연장. 문화콘텐츠산업계 전문인은 물론 관련 학계 교수 등을 대상으로 한 2008 문화콘텐츠 연수과정의 일환으로 열렸다.

 

이날의 주제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시나리오 스토리텔링 사례’. 이미 <화려한 휴가>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등 실화를 근간으로 한 두 편의 걸출한 이야기를 배출해낸 나현 작가가 오늘의 주인공이다.

 

맨처음 그는 “스토리텔링은 팔아야 할 소재거리를 스토리로 꾸며내는 일”이라고 말한 뒤, 최근 마케팅 방식에 있어서까지 스토리텔링이 방법론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를 지적하며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즉, 무엇을 이야기하느냐보다 어떻게 이야기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

 

"이미 나올 이야기는 다 나와"…"어떻게 이야기하느냐가 중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나 전작 <화려한 휴가>의 경우에도 소재상으로는 전혀 “재미없을 것 같은” 작품들이었다. 그러나 ‘핸드볼’과 ‘아줌마’, ‘아테네올림픽’을 버무려 전혀 새로운 드라마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 탄생한 것이다. 전국 700만 관객을 동원한 흥행작 <화려한 휴가>도 소재로만 봐서는 전혀 성공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기억해야 할 것은 스토리텔링은 이야기하는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닌 듣는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언제 울릴지, 언제 웃길지 철저하게 계산하고 관객으로 하여금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어차피 120년이나 된 영화라는 대중예술이 그때마다 새로운 이야기로 만들어질 수는 없죠. 어떻게 이야기할지에 주목해야 할 때입니다. 그것이 영화든 애니메이션이든 또 다른 장르든 간에 말이죠.”

 

한편 그는 잘 짜여진 시나리오의 중요성과 함께 시나리오 작성법의 기본도 안 된 일부 시나리오 작가들의 문제점을 거론하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시나리오는 소설이 아닙니다. 단순히 읽었을 때 재미있는 것보다는 실제로 영화화할 수 있는 바탕글이 돼야죠. 다분히 모호한 표현들, 심지어 이모티콘이 남발하는 시나리오를 쓰고, 또 제대로 된 시나리오를 선택할 줄 모르는 제작자나 감독에 의해 영화화하고, 심지어 조감독이나 다른 스태프에 의해 수정되는 중에 영화는 망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중에 한국영화의 위기까지 오게 됐죠.”

 

5~6고를 넘어서 심지어 12, 13고까지 가는 치열한 원고 수정의 과정, 즉 ‘걸레짜기’를 거쳐 탄생하는 시나리오. 철저한 협업의 산물인 영화 제작에 대해 그는 영화의 바탕을 그리는 크리에이터로서 시나리오 작가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나리오 작가란 뭍에서 배를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선주’ 제작자와 ‘선장’ 감독, ‘선원’ 배우와 스태프들이 타고갈 ‘배’를 잘 만드는 역할을 하죠. 뭍에서 떠내보내면 그만인 배이지만 그 배가 꼭 만선해서 항구로 돌아올 수 있길 작업 때마다 바라게 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CT News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나현, #우생순, #스토리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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